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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덕우 인천시 역사자료관 전문위원

월미도에서 중국인 관광객을 위한 장대한 치맥파티가 열린 것이 엊그제 같은데 오늘의 인천항은 중국의 한한령(限韓令)으로 썰렁한 기운이 감돌고, 인천국제공항 역시 탑승을 기다리는 중국 관광객이 급감해 한산하다고 한다. 국가 외교라는 것이 자국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하는 것이기는 하지만 현재 미국과 중국을 비롯한 주변 열강들이 담합이라도 한 듯 우리에게 지나치게 강압적인 모양새이다. 가뜩이나 꼬여 있는 상태에서 미, 중, 일, 러 등이 모두 자국의 입장만을 고수하고 있는데, 이 국면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역할이 별로 없어 보인다는 것이 더욱 난감할 뿐이다.

 여기에 세계사적으로도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1인 지배체제 북한의 존재가 우리를 더욱 안쓰럽게 한다. 3대 세습왕조 체제에 대해 동의하거나 인정할 우리 국민은 아무도 없지만 그들 밑에서 신음하는 주민들에게는 연민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우리 사회는 그간 북한의 남한 적화전략에 의해 진보와 보수, 이념적 좌와 우로 갈리는 고초도 겪었다. 거기에 오랜 기간 자행돼 온 남남갈등 유발과 연평도 포격, 천안함 폭침 사태 등의 전쟁 위협에도 우리는 인내하고 또 인내해 왔다. 최근 북한의 잦은 장거리미사일 실험과 핵문제가 국제이슈로 부각됐지만 북한에 대한 각국의 다양한 제재조치도 결국 중국의 입장 변화 없이는 무용지물인 것을 확인하고 나니 그저 씁쓸하기만 하다.

 그럼에도 우리 사회의 현주소는 정제되지 못한 채 사회지도층의 솔선수범, 정치권과 국민의 소통 강화, 사회적 약자에 대한 지원과 배려 등 수많은 난제들이 산적해 있다. 법은 사회 구성원들 간의 약속이기 때문에 그것이 늘 올바른 것은 아니라 하더라도 사회적 갈등이나 조직 내부의 갈등을 잠재울 유일한 척도일 수밖에 없다. 어쨌거나 5월 9일은 새로운 대통령을 뽑는 날로 정해졌다. 새로운 리더들의 등장은 자의반 타의반 포퓰리즘과 국론분열 등의 구호까지 마다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우려도 해본다. 그렇다면 이제 남은 기간 50여 일 동안 더욱더 많은 장밋빛 구호들을 어떻게 감내할 것인가가 걱정이다.

 우리의 경제규모가 세계 10위권에 들어섰다고는 하지만 그것을 실감하는 국민들이 별로 없고 삶의 질 또한 높아 보이지 않는다. 이념갈등의 심각성은 한계치를 넘어 사사건건 대립 갈등하며 이 사회의 좌표로서 선점하려 하고 있고, 거기에 소득의 양극화는 심각한 수준에 도달한 듯하다. 기존의 퇴직·실업·빈곤·노사·질병·노년 문제 등 전통적으로 논의되던 사회문제가 여전히 도사리고 있는 와중에 출산율 저하, 1인가구, 청년실업, 고령사회, 노인문제 등의 대책 부재로 개인과 사회의 불안이 확산되고 있다. 예기치 못한 엽기적 사건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

 청년실업은 이제 만성화되다시피 해서 취업과 가정을 통한 사회적 주체로의 진입이 지체되고, 결혼과 출산도 지연돼 고령화 사회 속의 저출산 문제를 더욱 악화시킬 뿐 아니라 사회적 재생산의 큰 장애가 되고 있다. 중장년층은 주택 마련과 자녀의 교육 및 정착, 부모 공양 등으로 인한 지출 증가와 고용불안에 시달리는 것이 현실이다. 더해서 노후대비 부족은 퇴직 이후의 미래를 불안정하게 하고 100세 시대를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막막하게 한다. 차기를 짊어진 청년세대들에게는 더욱 가혹한 이야기이다.

 나라 안팎이 뒤숭숭하다. 개항 이후 제국주의 열강들이 그들의 입맛에 맞춰 한국을 재단하려던 모습이 재현되는 듯한 느낌마저 든다. 언제든 예고 없는 불행이 닥칠지도 모른다는 우려도 있다. 크고 작은 갈등은 사회에 역동성을 부여한다고도 하지만 그것이 증폭되는 이유에 대한 진단은 반드시 필요하다. 이해관계가 서로 엉켜있는 사람들이 보는 견해와 시각의 차이가 나는 것은 당연하겠지만, 문제는 갈등 그 자체가 아니라 이것을 우리 사회가 얼마만큼 조정 융합해 나갈 수 있는지에 있다고 본다. 지금까지 지속 통용되고 있는 대화와 타협 그리고 소통의 과제를 다시 한 번 되새겨 볼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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