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월호 선체 인양 작업이 있었던 23일 인천 중구 알파잠수기술공사에서 다이빙 벨 개발자 이종인 대표가 안타까운 심정을 밝히고 있다. 홍봄 기자 spring@kihoilbo.co.kr
"너무 오래 걸렸어요. 불쌍한 아이들을 위해 이제라도 진실을 밝히고 구조의 책임을 다하지 못한 이들에게 법적인 책임을 물어야 합니다."

1천73일 만에 세월호 선체가 인양됐다. 인양 작업이 한창이던 23일 오후 3시께 인천시 중구 알파잠수기술공사에서는 인양 현장이 TV 화면을 통해 실시간으로 중계되고 있었다.

세월호 구조에 사용됐던 ‘다이빙 벨’ 개발자로 익히 알려진 이종인(63)대표는 어두운 표정으로 세월에 녹슬어 버린 선체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이미 늦을 대로 늦은 인양이지만 이 대표에게는 아직도 당시 느꼈던 ‘구조’에 대한 간절함이 생생하게 남아 있다.

"인양이 아닌 구조여야 했다"는 생각은 세월호가 가라앉기 시작한 그 순간부터 현장에 투입됐다 돌아온 이후 지금까지 한시도 변한 적이 없다.

그는 "배가 뒤집어진 이후 아이들을 구할 시간이 있었지만 사고 초기 구조인력이 투입되지 않았다. 완전히 침몰하기 전까지 아이들이 부모님과 메시지를 주고받는 등 200여 명이 살아있었지만 제대로 대처하지 못해 구조할 기회를 놓쳤다"고 수없이 생각했을 안타까움을 털어놨다.

그런 이 대표의 아쉬움은 그와 함께 현장에 투입됐던 다이빙 벨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이 대표는 "다이빙 벨을 가지고 갔을 때는 기울어 가는 배에서 얼른 사람을 구조해야 한다는 생각밖에 하지 않았다"며 "사고 초기 장비가 투입됐고 작업 교대할 잠수사가 충분했다면 더 시도해 볼 수 있었을 텐데 상황이 그렇지 못했다"고 답답했던 당시를 회상했다.

한때 안타까움에 발만 동동 구르고 있던 국민들에게 일말의 희망으로 떠올랐던 다이빙 벨은 현재 사무실로 쓰는 컨테이너 한편에서 방수시트로 감싸진 채 모습을 감추고 있었다.

이 대표는 아이들을 구하지 못한 미안함에 돌아온 이후에도 언론과 영화라는 매개체를 통해 목소리를 내기도 했지만 진실은 쉽게 밝혀지지 않았고 지금도 변한 것은 없다.

그렇기에 이 대표는 드러난 선체를 보면서도 "아직 갈 길이 멀었다"고 말했다. 인양이 된다 해서 정부가 구조 상황에 최선을 다하지 않은 사실은 변하지 않기 때문이다.

"인양 후 조사만 제대로 이뤄진다면 반드시 진실은 밝혀지게 돼 있다"고 강조한 그는 이제는 세월호 구조자가 아닌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규명 과정을 지켜보려 한다.

이 대표는 "나는 잠수부로서 경험과 지식을 구조하는 일에 다해야 하는 의무가 있다고 생각해 왔다. 이제는 국민으로서 진실이 밝혀지는 것을 지켜보며 생업으로 돌아가 구조활동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

홍봄 기자 spring@kihoilbo.co.kr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키워드

#이종인 대표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