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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3일 오후 경기도 안산시 세월호 합동분향소를 찾은 시민들이 희생자들의 넋을 위로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렇게 금세 인양할 수 있었던 일을 왜 3년이나 미뤄 왔는지 정부가 야속하고 답답하기만 합니다."

1천73일 만에 세월호 선체가 전남 진도 동거차도 앞바다 수면 위로 모습을 드러낸 23일, 안산 세월호 참사 희생자 정부합동분향소 일대는 사고 진상 규명을 촉구하는 내용 등이 담긴 수십 개의 현수막 속에 적막한 모습이었다.

이날 유가족대기실에서 다음 달 16일 열릴 예정인 세월호 3주기 추모행사를 위해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세월호 참사 희생자들을 기리는 의미가 담긴 노란 리본 배지와 팔찌, 차량용 스티커 등을 봉투에 포장하던 10여 명의 유가족들은 연신 인양 현장 소식이 전해지는 TV 뉴스 화면으로 눈길을 돌렸다.

밤새 뜬눈으로 인양 소식을 지켜본 유가족들은 선체 인양 작업을 바라보며 기대감과 허탈함을 동시에 드러냈다.

단원고 희생 학생 김민지 양의 아버지 김내근 씨는 "시범인양만 진행되던 전날만 해도 큰 기대를 하지 않았었는데 본격적으로 인양 작업이 이뤄지는 모습을 보니 만감이 교차한다"며 "하지만 선체 인양을 위해 3년간 정부에 요구했는데 정작 본인양이 시작되자 7시간 만에 수면 위에 올라온 모습을 보니 허탈하기만 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그동안 정부는 무엇을 하고 있던 건지, 정말 박근혜 전 대통령에 의해 고의로 작업이 늦춰졌던 건 아닌지 의문이 든다"며 "인양 작업을 통해 실종자들을 무사히 수습하고 사고의 진실이 명확히 밝혀지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유가족 이우근 씨는 "수면 위로 나온 선체가 녹슬고 부식된 것을 보니 참담한 심정뿐"이라며 "TV 화면으로 볼 때도 이 정도인데 실제로 봤으면 얼마나 더 처참하겠느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유가족들은 "정부는 그동안 수차례 인양 작업 방식을 변경하며 선체에 140여 개가 넘는 구멍을 뚫어 다 훼손시켰다"며 "선체 곳곳에 큰 구멍도 뚫려 있는데 어떤 증거를 인멸하기 위해 심야시간에 인양 작업을 한 것인지도 의문"이라고 불만을 표출하기도 했다.

이들은 또 "지금부터가 시작으로, 사고의 증거인 선체가 인양된 만큼 본격적인 진상 규명활동에 나설 것"이라며 "정부가 선체 인양을 지연시켜 온 데 대한 책임도 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합동분향소에는 평소보다 2배 이상 많은 147명의 시민들(오후 5시 기준, 누적 방문 인원 65만5천89명)이 방문해 희생자들을 추모했다.

부산에서 올라온 김상희(39·여)씨는 "전날 오전부터 세월호 인양이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마침 동료들과 안산에 출장 차 왔다가 처음으로 분향소를 찾았다. 항상 희생자들에 대해 안타까움과 미안한 마음이 있었는데 직접 와 보니 더욱 가슴이 아프다"며 세월호 인양이 안전하고 신속하게 마무리되길 바라는 마음을 전했다.

전승표 기자 sp4356@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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