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당 광주 전남 제주 경선, 호남 1당 위력 과시 … "문재인 또 속으면 안 된다"

국민의당 광주 전남 제주 경선이 큰 인기를 끌면서 지난해 제20대 국회의원선거 분위기를 재현했다는 평가다.

25일 열린 국민의당 광주·전남·제주권역 현장·투표소투표 참가자가 5만 명을 돌파했다. 당초 국민의당 안팎에서는 최대 3만 명가량이 참여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예상을 깨고 5만 명을 훌쩍 넘어버리자 국민의당은 깜짝 놀란 모습을 숨기지 못했다. 

더욱이 이같은 흐름은 정계 안팎에서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호남 지역의 신뢰를 회복했다며 국민의당이 힘들어지지 않겠냐는 일각의 견해를 코웃음 쳐도 좋을만한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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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5일 열린 국민의당 광주·전남·제주 경선 투표 참가자가 5만 명을 훌쩍 넘었다. 안철수, 손학규, 박주선 후보의 당내 경선은 광주·전남·제주 경선이 분수령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이날 국민의당에 따르면 광주 5곳, 전남 23곳, 제주 2곳에서 동시에 실시된 국민의당 광주·전남·제주 경선 현장·투표소투표 참가자 수는 오후 4시 기준으로 5만1700명을 돌파했다.

국민의당 관계자는 "경선 참가자가 2만5000명에 그치지 않겠냐는 시각도 있었다"며 "이대문(이대로 가면 문재인)은 안 된다는 사람들이 의기투합해 투표장에 나온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박지원 대표는 "오전에 비가 많이 내리면서 많은 이들이 외출을 삼갔고, 오후에는 언제 그랬냐는 듯 하늘이 맑아져 우리 국민의당을 지지하러 많이 나왔다"며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되니까 세월호만 떠오른 게 아니고 차기 국민의당 대통령 후보도 떠오르고 있다. 투표방식에서도 우린 아무도 가보지 않은 길을 갔고, 이렇게 놀라운 성과를 냈다"고 주장했다.

이날 경선에선 오전 투표에 참가한 선거인 1명이 중복투표자로 집계돼 한 차례 소동이 벌어졌지만 단순 실수로 해명됐고 이후에는 투표가 순조롭게 진행됐다. 거점투표소인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는 60대 이상의 노년층부터 가족 단위로 찾아온 장년층, 데이트를 즐기면서 투표에 참여하는 20~30대 젊은 층까지 어느 특정 층에 쏠리지 않았다. 지난 총선 때 호남권역의 돌풍이 허투루 이뤄진 것이 아닌 호남 1당의 위상을 보여줬다.

국민의당은 호남 당원 비중이 높다. 광주·전남·제주 경선 투표가 사실상 경선 전체 판세를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당은 광주 전남 제주 경선 투표가 예상치를 웃돈만큼 이후 진행될 전북, 부산, 대구, 경기, 서울 경선에도 흥행이 이어지길 바라고 있다.

한국갤럽이 지난 24일 발표한 여론조사(21~23일 전국 성인 1,007명 대상 휴대전화 RDD 방식 실시,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 결과 광주·전라지역 대선주자 지지율에선 안철수 전 공동대표가 17%를 기록해 5%를 기록한 손학규 전 경기지사와 기타 인물로 분류된 박주선 국회부의장을 압도했다.

그러나 손학규 전 지사의 경우 정계 복귀 전 2년 동안 전남 강진에서 호남 입지를 다져온 데다 광주 현역 다선 의원인 박주선 국회부의장은 호남 지역의 맹주라 조직력이 매우 뛰어나다는 평가다. 더욱이 이번 국민의당 경선은 사전 선거인단 모집 없이 신분증만 지참하면 참여할 수 있는 현장투표 비중이 80%를 차지하고 있다. 여론조사의 결과를 단박에 뒤집는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 국민의당은 이날 오후 6시 광주 전남 제주권역 현장 투표를 마치고 오후 8시께 합산결과를 발표한다.

한편 안철수 전 대표는 이날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 다목적홀에서 열린 국민의당 대선후보자 선출 전국순회경선 합동연설에서 "문재인 전 대표는 이제와서 호남에 대한 인사차별, 예산차별을 인정했다"며 "지난 총선 때 표를 얻기 위해 했던 정계은퇴 약속을 안 지켰다"며 포문을 열었다.

안철수 전 대표는 "선거 때만 호남의 지지를 얻으려는 사람을 뽑으면 안 된다"며 "한 번 속으면 실수지만 두 번 속으면 바보"라고 호남 내 반문정서를 자극했다.

그는 "문재인이 가장 두려워하는 후보가 누구냐. 바로 저 안철수"라며 "정권교체는 이미 확정됐다. 국민의당 대표로 국민 모두의 열망을 담아내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들어가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손학규 전 경기지사는 "지난 겨울 국민들은 '이게 나라냐'라고 외치며 기득권, 패권세력의 나라를 갈아엎자고 분노했다"며 "내가 나를 대표한다는 외침은 기득권, 패권세력의 나라가 아닌 평범한 보통 사람들의 나라를 만들자고 열망했다"고 문재인 전 대표를 위시한 친문세력을 '패권세력'으로 규정했다.

이어 "세월호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지 못하는 나라는 나라도 아니라고 말해줬다. 오로지 계파와 정파를 위한 정치, 패권을 일삼는 패권정치는 정치도 아니라고 말해줬다"며 문재인 전 대표와 친문세력을 박근혜 전 대통령 및 친박세력과 똑같은 계파정치로 봤다.

그는 "이제 호남도 잘 사는 고장이 돼야 한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호남이 대한민국 경제의 선두주자가 돼야 한다"며 "제가 호남과 같이 하겠다. 저는 호남의 아픔을 안다"고 민주당이 껄끄러워하는 '호남홀대론'을 끄집어냈다.

박주선 국회부의장은 "참여정부는 출범 처음부터 호남의 결심이 없었다면 불가능했다. 그러나 결과는 참담했다"며 "(참여정부는) 호남이 아닌 부산정권이라고 첫 일성으로 말했다. 호남 사람들에게 정치보복을 시작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민주당-열린우리당 분당 사태를 거론하며 "저 사람들은 자신을 대통령으로 만들어준 호남의 당을 깨고 자신만의 당을 만들었다"며 "호남의 지지로 당선된 사람이 호남이 걸림돌이라고 호남을 배신했다. 호남을 헌신짝처럼 버렸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아울러 "그 중심에 누가 있었나. 정치보복의 중심에, 당을 깬 중심에 바로 청와대 권력의 2인자 문재인이 있었다"라며 "문재인이 바로 호남 탄압의 책임자다. 호남을 들러리 세우는 문재인의 가짜 정권(교체) 음모를 박살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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