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의 회사에 입사한 지 꼭 3년의 세월이 지났다. 참 많은 일들이 있었다.

일 혹은 사회적 이슈를 떠나 개인적으로 가장 기억에 남는 아니, 남기고 싶은 시간도 있다. 비행 시간만 무려 18시간을 날아 도착한 페루 여행이었다. 워낙 여행을 좋아하지만 그 가운데에서도 뭔가 특별함이 있었다.

4∼5편에 걸친 팁 위주의 여행기(旅行記)도 써 놨지만 아직 빛을 보진 못했다.

페루 여행의 시발이었던 수도 리마에 도착했을 때의 첫 느낌은 긴장감이었다. 워낙 치안이 불안하다는 정보 때문에 남자이지만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고, 사실 이 때문에 갈까 말까 망설이기도 했다. 오죽하면 주 페루 대한민국 대사관 홈페이지에 ‘꽃보다 청춘을 보고 안전하다고 생각하면 안 된다’는 식의 경고글까지 올라왔을까.

어찌 됐던 여정은 진행됐다. 목표는 두 가지였다. 직장인의 비애(?)로 휴가는 길지 않았기 때문에 ‘나스카라인’과 ‘마추픽추’는 꼭 경험하고 오리라는 것이었다. 결론부터 말하면 나스카라인은 소위 ‘소소’였다. 마추픽추보다 기대감이 더 컸던 탓인지는 몰라도 충족하진 못했다. 경비행기는 생각보다 안정감을 줬다. 문제는 나스카라인이었다. 선명하질 않았다. TV에서 카메라로 줌을 당겨 잡은 그런 모습이 아니었다. 물론 몇 개는 눈에 잘 들어왔지만 상당수는 애매했다. 세월이 지나며 나스카라인이 (퇴적 작용에 의해)희미해진다는 말이 사실인 듯싶다. 그래서 한 편으로는 더 늦기 전에 본 것에 위안을 삼았다.

마추픽추는 상상 이상이었다. 정상에 올라서는 ‘꽃보다 청춘’의 세 남자가 넋놓고 우는 장면에 이해가 갔다. 경작지로 알려진 ‘모라이’가 인간의 치열함을, 소금산인 ‘살리네라스’가 자연의 위대함을 보여줬다면 마추픽추는 이 두 가지를 동시에 품고 있다.

한동안 자리를 뜨지 못했다. 화면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개인적인 기억이 아닌, 우리 모두를 안타깝게 했던 그 세월이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 세월을 돌이킬 수만 있다면…. 바늘구멍과 같은 숨통이지만…. 족쇄처럼 가라 앉았던 한…. 뭘로 위로할 수 있을까. 다음 생은 꼭 행복한 날만 가득하길….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