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24일 내놓은 ‘자영업자 대출건전성’ 보고서에 의하면 자영업자의 대출 규모가 전년 대비 13.7% 늘어난 480조 2천억 원(2016년 말 기준)으로 추산됐다. 특히 걱정스러운 건 상대적으로 고금리인 비금융권 대출이 133조 원에 이른다는 점이다. 지금처럼 수입이 신통치 않은 상황에서 금리인상이 본격화되면 제일 먼저 직격탄을 맞게 될 것이다. 이런 상황에도 불구하고 지난달 자영업 종사자 수는 전년 동기 대비 21만 명이 늘어난 552만1천 명이 됐다고 한다. 7개월 연속의 높은 증가세다. 고용시장이 악화일로를 걷고 있으니 너도나도 자영업에 뛰어드는 건 아닌지 싶다. 통계청에 따르면 상용근로자의 91.6%가 조기 퇴직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데 미래에셋은퇴연구소가 이런 조기 퇴직자를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바에 의하면 이들의 ⅓이 창업을 시도하고 그 중 74.2%가 사업실패의 결말을 맞게 된다는 것이다.

 가처분소득 감소, 가계부채 증가, 미래에 대한 불안으로 소비는 위축되고 있는데 준비 안 된 사람들이 진입장벽이 낮은 외식업·편의점 등 프랜차이즈 사업으로만 몰리니 폐업률이 증가하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이치일지도 모른다. 게다가 최순실 게이트, 청탁금지법 시행, 조류인플루엔자, 중국의 사드보복 등 부정적인 재료들도 시장에 가득하기만 하다. 최근의 자영업자 증가를 보면 취업자의 감소세와 맞물리는 모습이 역력하다. 종업원 없는 단독사업자도 82%에 달하고, 자영업의 20%가 월 100만 원어치도 팔지 못한다고 한다. 한마디로 생계형 창업이 대부분이고 경기불황에 취약한 구조라는 뜻이다.

 이런 상황에선 ‘경제가 침체되거나 대출금리와 임대료가 상승하고, 동종업체가 많아질수록 폐업 확률이 더욱 높아진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정책지원과 선제적 구조조정’이라는 투 트랙 전략이 동시에 필요한 이유다. 지자체는 지역 경제활성화와 자영업에 대한 비용경감을 지원해야 한다. 반면에 정부와 금융당국은 과도한 경쟁이 안 되도록 창업 단계부터 선제적 조정을 함으로써 기존 자영업의 생존권을 보호하는데 집중해야 한다. 이렇게 생계형 창업의 숫자는 낮추고, 기존 자영업은 보호하는 것이 현재로선 자영업대란을 막는 유일한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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