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인천은 목재산업 중심지로서의 가능성이 충분한 만큼 시민과 지자체가 조금 더 관심을 가져준다면 목재산업의 메카로 성장할 수 있을 것입니다."

어린 시절 ‘아기 돼지 삼형제’ 이야기를 읽어 본 적이 있을 것이다. 둘째 돼지가 지은 나무집은 늑대가 세게 바람을 불자 날아가 버렸고, 벽돌로 지은 셋째 돼지의 집만 무사했다는 얘기다.

이주석 ㈜수피아건축 대표는 "이 이야기와 달리 목구조 건축물은 튼튼하고 안전하다"고 말한다. 이는 최근 경주 등에 지진이 발생하면서 개정된 건축법령만 봐도 알 수 있다. 이 법령에서 내진설계 의무 대상은 기존 ‘3층 이상 건물’에서 ‘2층 이상 건물’로 확대됐다. 다만 목구조 건축물은 기존과 같은 기준을 유지했다. 그만큼 상대적으로 지진에 강하기 때문이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목구조 건축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건설경기는 침체를 겪고 있지만 목조주택 시장은 매년 약 10%씩 꾸준히 성장했을 정도다.

인천시 서구 소재 수피아건축은 2010년 설립된 목재 전문 시공업체다. 주로 대형 목구조 건축물을 취급하며, 국내 최대 목구조 건축물인 ‘홍천골프장’을 시공하기도 했다. 국내에서 대형 목구조 건축이 가능해진 것은 불과 20여 년 전 ‘글루램’이 도입되면서부터다. 이전에는 긴 나무를 대량으로 구하기도 힘든 데다 품질도 서로 달라 건축에는 부적합했다. 글루램은 길이·형태·품질이 동일한 특수 공학 목재로, 이를 단번에 해결했다.

그럼에도 국내 대형 목구조 산업은 아직 작고 생소하다. 외국은 대학교, 호텔 등이 거의 목재 건축물이지만 우리나라는 안전성 의문 등으로 망설이고 있다. 현재 이 산업에 뛰어든 업체도 수피아건축을 포함해 네 곳 정도다.

이 대표는 "사실 인천아시안게임 태권도 경기장이 목구조로 설계됐었는데 홍천골프장보다도 큰 규모였다"며 "안전성에 자신이 있었고 인천 최초, 국내 최대 대형 목구조 건축물이라는 사실에 흥분도 됐지만 결국 심사단계에서 ‘최초’라는 두려움으로 무산됐다"고 털어놨다.

당시 인천에 시민들이 쉽게 접하고 구경할 수 있는 목재 건축물이 없었다는 점도 이 대표에게는 아쉬움으로 남았다.

이 대표는 "인천에는 항만과 목재산업단지가 위치하는 등 국내 목재시장의 50% 정도를 관할해 목재산업 성장 가능성이 많다"며 "사람들에게도 이를 홍보할 수 있는 상징적인 목재 건축물이 생기는 한편, 목재 건축 관련 조례나 행사가 체계화되는 등 인천이 목재산업의 메카로 거듭나는 데 관심을 가져줬으면 한다"는 바람을 전했다.

김희연 기자 khy@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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