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식.jpg
▲ 김윤식 시인
논어 자로(子路)편에 "子曰 苟有用我者 朞月而已可也 三年有成"이라는 구절이 있다. "공자께서 말씀하시기를 진실로 나를 써 주는 사람이 있다면 1년 만이라도 괜찮다. 3년이라면 성과가 있을 것이다"쯤으로 번역될 것이다. 공자가 위나라에 있을 때 한 말이라고 한다. 이 구절만 보면 공자조차도 몹시 현실 정치에 참여하고 싶어 조급해 하는 사람처럼 보인다. 또 아주 자신만만하게 자기 자신을 내세우려는 자부심 강한 인물로도 보인다. 그러나 이런 생각은 논어 전편을 다 읽지 못한, 공자라는 위인(偉人)을 전혀 바르게 이해하지 못한 생각이다. 논어를 통해 공자는 평생 군자의 현실적 삶의 자세를 말했다. 늘 배우는 사람으로서의 자세를 가질 것과 어지러운 세태에서도 흔들림 없는 몸가짐, 또 이상적인 정치상(政治像) 제시와 함께 정사에 임해 행할 바른 정치 방법 등을 역설했다. 더불어 공사 생활에 있어 공자는 매사 예와 법도에 어긋나지 않는 철저한 삶을 살았다.

 공자가 산 시대는 중국 역사상 가장 혼란스러웠던 춘추전국시대 말기였다. 그 시대는 예절과 법도가 땅에 떨어져 오직 권모술수만 횡행했고, 패권 다툼으로 적국의 침략을 막지 못하면 그야말로 내일이 없는 위급한 전국(戰國)의 상황이었다. 당시 위나라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도덕정치의 실종으로 사회가 혼란스럽고 민심이 흉흉하던 때였다. 그 같은 위나라의 정치 상황을 목도하며 공자는 자신의 학문과 덕으로써 도덕정치를 이뤄 보겠다는 포부를 한 번 밝혀 본 것이다. ‘단 1년만이라도 자신을 등용해 줘도 괜찮다’고 한 것이나 그리고 ‘3년이면 어떤 성과가 있을 것’이라는 자신은 공자가 정치의 근본 요체인 ‘근자열 원자래(近者說, 遠者來)’의 이상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역사를 운위함에 있어 가정(假定)이란 실로 어리석은 일이라고 하지만, 만약에 1년이든 3년이든 공자가 위나라에 등용이 되었다면 어땠을까. 과연 어지러웠던 정치의 기틀이 바로잡혔을까. 공자는 몇 나라의 벼슬자리에 있기도 했었다. 또 여러 나라의 왕과 제후들에게 치국에 대한 조언도 많이 했다. 그러나 그 자신은 정치적으로 크게 성공하지 못했다. 아마 극심한 생존경쟁과 전쟁의 시대에 그의 경륜과 정책이 너무나 이상적이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공자는 위나라에서도 실패했을지 모른다. 그래서 "어지러운 세상에서, 그것을 바로잡을 수 있는 큰 경륜을 지니고 있으면서도, 쓰이지 못하고 있는 공자의 안타까운 처지가 가슴을 저민다"라고 말한 학자 이우재(李愚才)의 지적이 차라리 다행스럽게 생각된다. 아무튼 이렇게 이야기를 길게 끌고 온 것은 지금 우리에게는 공자의 소박한 1년도, 3년도 아닌 무려 5년을 자신하는 정치가가 십수(十數)를 훨씬 넘는다는 사실 때문이다.

 또 공자가 살던 전국시대와 같다고는 할 수 없지만, 오늘의 우리는 국내외적으로 그 시대 이상의 비상한 시국에 처해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래서 공자의 만분의 일이나마 예와 법도와 식견과 경륜과 현실 직시의 혜안으로써 ‘5년 유성(有成)’이 가능할지를 묻고 싶은 것이다. 과연 가능할까. 수차 자문해 보면서 그냥 몇 구절을 더 적는다. "공자께서 말씀하시기를, 진실로 그 자신을 바르게 한다면 정사에 종사함에 있어 무슨 일이 있겠는가? 그 자신을 바로잡지 못하면서 어찌 남을 바로잡겠는가?(子曰 苟正其身矣 於從政乎何有 不能正其身 如正人何)" 수신제가치국평천하(修身齊家治國平天下)와 통하는 말이다.

 "말하기를, 요즘 정치에 종사하는 사람은 어떻습니까?" "공자께서 말씀하시기를, 아, 한 말들이 작은 도량을 가진 사람들을 어찌 셈에 넣을 수 있겠느냐.(曰 今之從政者何如 子曰 噫斗之人何足算也)" 제자 자공과 공자가 문답하는 대목으로 두소지인(斗之人)은 ‘도량이 좁거나 보잘것없는 사람’을 비유하는 성어다. 무릇 정치가를 바라보는 세간의 눈이 이렇다. 국익을 생각하지 않고 국민을 바로 보지 않았기 때문이다. 모 일간지 논설 말미의 "이번에는 제발 무능하고 고집 센 대통령은 나오지 말아야 한다"라는 구절에 이르러 저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부탁하건대 정치가들이여, 논어를 읽으라. 최소한 자로편만이라도 익히시라.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