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부부의 올해 소원은 아들과 딸의 취업이었는데 딸아이는 자신의 전공을 살려 내달 3일부터 한 회사에 출근한다.
기쁜 마음으로 서둘러 회사 인근에 원룸을 얻어 줬다. 그러나 그동안 열심히 준비한 아들은 최근 첫 번째 시험에서 낙방해 기대감에 부풀었던 우리 부부는 크게 실망했다. 하지만 합격자 발표를 앞두고 어느 시험준비생이 시험을 잘못 치러 자책감에 잘못된 선택을 했다는 기사를 접하면서 실망감보다는 아들에 대한 걱정이 앞선다.
이것이 부모의 마음이다. 중국에서 생활하고 있던 아내의 친구가 얼마 전에 다녀갔지만 엊그제 다시 귀국했다며 찾아왔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자녀 이야기가 나왔다.
"그래도 당신네는 아들만 걱정하면 되지만 나는 아들과 딸 모두가 문제인데 뭐가 그렇게 신경 쓰이냐! "며 핀잔을 준다.
그러면서 그녀는 자신의 걱정거리를 꺼내 놓았는데 다른 사람의 사생활 문제이기 때문에 정확히 이야기 할 수는 없지만 자녀 두 명 모두가 부모 입장에서 보면 우리보다 더 큰 걱정거리를 안고 살고 있는 것 같았다.
그녀가 보기에는 우리의 걱정은 행복한 소리로 들릴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래서 그녀에게 정말로 미안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그녀의 자식에 대한 사랑은 자신의 생각대로 무조건 따라 주기를 바라는 것이기에 잘못됐다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자녀들의 생각이 옳고 그녀가 무조건 잘못됐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그동안 우리 가정을 예로 보면 상황에 따라 달라지기에 정답은 없다. 그렇지만 정답을 찾으려면 분명한 것은 내 입장에서 보다는 상대방의 입장에서 충분히 생각해야 한다는 것이다. 사실 우리 집도 아들과 취업문제로 이야기하다 보면 처음에는 화기애애하게 이야기하다가 서로의 의견이 충돌돼 마지막에 가서는 서로 얼굴을 붉히며 일어났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서로의 입장을 최대한 이해하려고 노력하며 대화를 나누다 보니 정답인지는 아직 모르지만 마음만은 편안하다. 이것이 우리가 그토록 원하는 행복한 삶에 다가가는 방법이 아닐까 하는 생각에서 이 글을 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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