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준 만기 출소, 이명박 전 대통령 향한 적개심 가득

BBK 주가 조작 사건으로 징역 8년을 받았던 김경준 씨가 만기 출소한 가운데 이명박 전 대통령도 분명한 책임이 있다고 주장해 차후 재수사 가능성이 있는 것이 아니냔 의견이 분분하다.

28일 천안교도소에서 청주외국보호소로 이송된 김경준 씨를 특별 면담한 박범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한 시간 정도 김경준 씨를 면담했다. 김경준 씨는 입을 열자마자 정권이 바뀌면 진상이 반드시 밝혀져야 한다고 말했다"며 "여러 가지 이유를 들었고 이명박 전 대통령도 주가조작에 가담했다는 것이 핵심"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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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불어민주당 박범계 의원이 28일 청주 외국인보호소에서 만기출소한 BBK 김경준 전 대표를 만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그러면서 "김경준 씨는 이명박 전 대통령이 BBK 사건과 관련해 50대 50의 지분을 가지고 사건에 깊숙이 개입했다"며 "투자금이 흘러간 내용을 입증할만한 결정적인 자료도 가지고 있다고 한다"며 김경준 씨가 만기 출소 이후 문제를 제기할 가능성이 많다는 점을 시사했다.

박범계 의원은 김경준 씨가 보유한 결정적 자료가 무엇인지 묻는 취재진의 물음엔 "아직까지 공개하기 어렵다"고 조심스러워 했다.

박범계 의원은 "진상 규명과 관련해선 수사를 받을 당시 김경준 씨가 검찰로부터 부인과 누나도 죽는다는 협박을 받았고 수사에 협조하면 형집행 순서도 변경해 주겠다는 구슬림도 받았다고 한다"며 "그런데 기소된 뒤에는 검찰이 전혀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고 억울하다는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김경준 씨가 진상 규명에 나설 것이며 미국으로 돌아가면 언론을 통해 자세한 해명도 할 것"이라며 "정권 교체 후 진상규명을 위해 한국에 올 수 있도록 법적 조치를 해달라는 요청도 받았다"고 말했다.

아울러 "BBK 사건을 5년 동안 조사한 결과 한국의 사법 정의가 살아있다면 진실은 규명될 것이라 본다. 규명에 적극 협조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경준 씨는 29일 미국 LA비행기표를 끊은 상태다. 외국인보호소 결정이 나자마자 곧장 출국 비행기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김경준 씨는 미국 시민권자로 금고 이상의 형을 확정 받은 외국인은 강제 추방되기 때문에 이날 청주교도소 내에 있는 외국인보호소로 옮겨져 심사를 받고 곧장 강제 추방된다.

김경준 씨는 지난 2009년 5월 BBK 주가 조작 사건으로 횡령죄가 인정돼 징역 8년에 벌금 100억 원 형을 받아 천안교도소에 수감됐다. 징역형은 지난 2015년 끝났으나 검찰이 벌금형의 시효를 연장시켜 김경준 씨는 노역장에 유치됐다. 김경준 씨는 수감 중 징역형 기간과 검찰의 벌금형 시효 연장이 모두 위법하다며 잇따라 소송을 제기했지만 모두 패소하면서 형량을 다 채우고 이번에 만기 출소했다.

한편 BBK의 주가조작 사건은 2007년 6월부터 시작됐다. 제17대 대선 한나라당 경선을 앞두고 박근혜 후보 측이 제기해 문제가 불거졌다. 이후 야당이 가세하면서 이명박 후보의 주가 조작 등 범죄 혐의의 진상 규명을 위한 특별 검사까지 이뤄졌지만 모두 무혐의로 결론 났다. 사업 파트너였던 김경준 씨는 이명박 후보가 BBK의 실제 소유주란 증언을 하기도 했지만 검찰과 특검은 모두 이명박 후보가 무혐의라고 발표했다. 당시 검찰의 담당 부장검사는 최재경으로 박근혜 정부 민정수석이다.

이 사건을 수사한 검찰은 김경준 씨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횡령)과 증권거래법위반, 사문서위조 혐의로 2007년 12월 5일 구속기소했다. 2007년 12월 28일에는 '한나라당 대통령후보 이명박의 주가조작 등 범죄혐의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이 공포돼 정호영 특별검사가 이명박 후보의 혐의를 재수사했지만 특검팀도 2008년 2월 21일 기존 검찰수사결과와 다를 바 없다는 수사결과를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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