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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영일 인천지속가능발전협의회 사무처장
인천의 명물 중 하나인 중앙공원이 긴 겨울 끝에 봄맞이 기지개를 켜고 있다. 잠들었던 각종 수목이 새싹을 한창 틔우고 있다. 인천시는 중앙공원에 새로운 활기를 돋우기 위해 ‘인천중앙공원 활성화 시민참여 아이디어 공모’를 진행할 계획이다.

중앙공원은 남구 관교동에서 남동구 구월3동까지 폭 100m, 길이 3.9km, 면적 35만4천㎡ 규모의 도심녹지다. 도시 중앙에 입지한 인천의 핵심공원으로 갑갑한 도시의 허파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또 급속한 도시화, 재개발의 역사를 상징하는 공간이기도 하다. 그 역사는 25년에 이른다.

그간 구간별로 단절된 상태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었다. 시설이라든가, 기능을 현재의 필요에 맞게 재구성해야 한다는 요구도 컸다. 광장과 문화공간 등 특화를 염두에 둔 제안 역시 없지 않았다. 이 모두는 중앙공원의 필요와 가치에 대한 폭넓고 공고한 동의를 전제로 했음이 분명했다. 그 지점이 갖는 공공성, 공익성, 생활환경 개선을 포함한 도시의 지속가능성 강화라는 측면에서의 암묵적 합의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어쩌면 중앙공원의 존립 자체를 위협할 수 있는 요구들이 불거져 나오고 있어 걱정이다. 남구가 중앙공원 한 편에 노인복지관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중앙공원 9지구 내 1천320㎡ 땅에 사업비 60억 원을 투입해 관교동 노인복지관을 건립할 계획이라고 최근 밝혔던 것.

남동구 역시 관내 중앙공원 구역에 노인복지시설을 염두에 두고 있는 상태다. 게다가 현안으로 부각되지는 않았으나 초만원 상태인 현 인천시청의 대안으로 인근 중앙공원에 신청사 건축이 언급된 점까지 고려한다면 중앙공원의 운명을 ‘풍전등화’에 비유할 만하다.

향후 이러저러한 명분과 논리로 공원 일부가 개발된다면 시간의 문제일 뿐 연이은 공간 수요에 존재를 지켜내지 못할 것이다. 활성화니 리모델링이니 하는 말들도 필요 없을 것이다. 아울러 중앙공원의 운명만 가를 일도 아닐 것이다. 같은 맥락에서 도심공원을 너무 쉽게 용도 변경하는 사태로까지 번지지 않으리라고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지난 1999년 10월 헌법재판소가 "장기 미집행 도시계획시설(도시공원 등)의 행위 제한은 사유 재산권을 침해한다"며 헌법불합치 판결을 내린 바 있다. 이에 따라 2020년 7월 1일까지 공원을 조성하지 않으면 기존 공원부지 지정이 해제된다. 인천지역에서도 약 3만㎡의 감소가 예상된다. 2012년 말 기준 공원·녹지 전체면적(7만9천739㎡) 대비 37%에 이르는 면적이다. 잘 가꿔서 이용해 오던 공원마저 공공사업을 빌미로 훼손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현재 중앙공원을 지켜내는 유일한 방어선은 소유권이 인천시에 있다는 사실이다. 인천시 공원관리 부서도 아직까지는 강경한 입장을 늦추지 않고 있다. 지금의 시도와 의중들이 원천적으로 차단될 필요가 있다. 그러려면 중앙공원의 관리주체가 공식적으로 단일화돼야 한다. 현실적으로는 인천대공원사업소가 관리하고 있지만 행정 행위의 주체로 보면 남구, 남동구 모두 관리 책임을 분담하고 있다. 인천시가 공식적이고 확고한 의지를 계속 견지해야 한다. 예를 들어 중앙공원 유지·관리에 대한 통합적 구상과 함께 전문가의 조언이나 시민의 의견을 폭넓게 더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기초지자체의 필요성에도 명분이 없지 않으나 중앙공원은 인천시민 모두의 자산이다. 300만 거대도시로서 인천에서 더욱 빛날 녹색숨결이다. 단순한 유휴지이거나 필요한 때에 잘라 써도 되는 공원이 아니다. 우리의 기억에는 지난 시장들에 의한 ‘인천의 랜드마크’, ‘품격 높은 국제도시의 상징’이라는 대대적인 홍보가 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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