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당시 학생들의 대피를 돕다 순직한 교사들을 ‘순직군경’으로 예우해야 한다는 법원의 판결<본보 3월 24일자 19면 보도>이 나온 가운데 국가보훈처가 이에 불복하고 항소를 준비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최근 세월호 인양 작업을 계기로 추모 분위기가 다시 확산되는 상황이어서 보훈처의 이 같은 결정을 향한 적잖은 비난 여론이 예상된다.

29일 국가보훈처와 경기남부보훈지청 등에 따르면 이달 초 수원지법이 고(故) 최혜정(당시 24·여)씨 등 안산 단원고등학교 교사 4명의 유족이 국가보훈처 경기남부보훈지청을 상대로 낸 국가유공자(순직군경) 유족 등록거부처분 취소청구 소송에서 보훈처의 처분을 취소한 판결에 대해 보훈처가 불복하고 항소를 준비 중이다.

당시 수원지법 행정2단독 김강대 판사는 판결문을 통해 "국가유공자법을 보면 순직군경이 되려면 군인이나 경찰·소방공무원이라는 신분이 반드시 필요한 것 같지만 국가유공자법 시행령에서는 ‘공무원으로서 재난관리 등 생명과 신체에 고도의 위험이 따르는 직무 수행 중 사망한 사람’으로 규정해 일반공무원도 해당할 여지를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고인들은 특별한 재난상황에서 자신의 생명이나 안전을 돌보지 않고 학생들의 구조활동에 매진함으로써 통상 군인이나 경찰·소방공무원이 담당하는 생명과 신체에 고도의 위험을 수반하는 업무를 수행하다가 사망해 군인이나 경찰·소방공무원에 준하는 예우가 주어져야 하는 것이 합당하다"고 판시했다.

하지만 보훈처는 국가유공자법은 순직군경과 순직공무원을 별도로 규정하고 있다. 특히 교사로서 수행하는 ‘수학여행에서 학생의 보호자’의 직무가 군경의 공무 수행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려워 여전히 등록 거부는 적법한 결정이었다는 입장이다.

보훈처 한 관계자는 "현재로선 유족 측에서 순직군경으로 등록해 달라고 건의를 해도 당장 받아들이기 힘들다"며 "2심 재판 결과를 더 지켜봐야 한다"며 항소할 것을 시사했다.

보훈처는 패소했던 1심에서 함께 했던 법무법인과 결별하고 2심에서는 또 다른 법무법인과 손잡기로 하면서 전열을 가다듬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실제 항소심으로까지 이어진다면 보훈처는 부정적인 여론을 피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세월호 인양 작업이 막바지에 이르면서 다시금 희생자들에 대한 추모 분위기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경기남부보훈지청 한 관계자는 "여론에 대한 어느 정도의 부담은 갖고 있다"며 "처음 우리가 주장했던 바가 명백한 법령에 근거했던 만큼 그 기조를 탈피하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강나훔 기자 hero43k@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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