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대통령의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이 30일 오전 10시 30분 서울중앙지법에서 시작됐다.

 1997년 영장심사 제도가 도입된 이래 전직 국가원수가 심사를 받는 것은 처음이다.

01.jpg
▲ 박근혜 전 대통령 법원 피의자 심문 출석(PG). /연합뉴스
 법원 판단에 따라 검찰이든, 박 전 대통령측이든 어느 한쪽은 치명타를 입을 수밖에 없어 한 치 양보 없는 ‘벼랑끝 승부’가 예상된다.

 강부영(43·사법연수원 32기) 영장전담판사의 심리로 진행되는 이번 영장심사는 지난 21일 박 전 대통령의 대면조사에 이어 검찰과 변호인단 간 일종의 ‘리턴 매치’다.

 검찰 특별수사본부는 박 전 대통령을 직접 조사한 ‘투톱’ 서울중앙지검 한웅재(47·연수원 28기) 형사8부장과 이원석(48·연수원 27기) 특수1부장을 동시 투입하는 ‘배수진’을 쳤다.

 박 전 대통령측도 소환 당시 검찰 조사실에 입회해 변론을 도운 유영하(55·연수원 24기) 변호사 등으로 방어진을 구축했다.

 박 전 대통령이 받는 13개 혐의 가운데 최대 승부처는 형량이 가장 무거운 뇌물죄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검찰은 국내 최대 기업인 삼성그룹으로부터 총수 일가의 경영권 승계 작업을 대가로 298억원대(약속액 433억원) 뇌물을 받은 죄질을 집중 부각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각종 증거와 진술로 혐의가 충분히 입증된다는 게 검찰 입장이다. 이는 구속의 필요성을 강하게 주장하는 핵심 근거이기도 하다.

 이에 반해 변호인단은 삼성에서 직접 자금을 받은 것은 최순실(61)씨로 박 전 대통령이 이런 사실을 전혀 알지 못하는 상황이었음에도 검찰이 무리하게 뇌물죄로 엮었다고 항변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삼성의 재단 출연금까지 뇌물로 본 것은 법리상 상당히 문제가 많다고 주장한다. 출연 당시에는 아직 재단이 만들어지지 않은 상태이므로 뇌물을 받을 주체가 없어 범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논리다.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금 모금 행위에 적용된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강요 혐의도 양측이 첨예하게 다투는 사안이다.

 검찰은 박 전 대통령이 국정 최고책임자의 지위와 권한을 남용해 대기업에 거액의 출연을 압박했고 결과적으로 기업경영의 자유권·재산권을 침해했다는 논리를 제시했다.

 이에 대해 변호인단은 문화·체육 발전을 위한 정부 시책에 맞춰 대기업들에 자발적 지원을 부탁한 것이지 강요나 압박 의도는 전혀 없었다고 반박한다.

 정부에 비판적인 문화·예술계 인사를 정부 지원에서 배제할 목적의 ‘블랙리스트’ 작성·관리와 관련한 직권남용 혐의 역시 핵심 쟁점 가운데 하나다.

 검찰은 국정 전반을 컨트롤하는 박 전 대통령이 사실상 최종 책임자라는 입장인 반면에 변호인단은 관련 보고를 받은 적도, 지시를 내린 적도 없다는 주장을 고수하고 있다.

 최씨의 이권 추구와 연결된 문화체육관광부 공무원 퇴출 압박, KT·KEB하나은행 등 민간기업 인사 개입 등에 대해선 박 전 대통령이 최씨와의 공모 아래 헌법상 권한을 남용한 것이라는 검찰 입장과 선의로 한 것이지 최씨를 도울 목적은 아니라는 변호인측 주장이 충돌한다.

 청와대 기밀문서 유출 혐의도 검찰은 최씨와의 공모 관계가 성립하는 쪽에 무게를 두지만 변호인단은 특정 사안의 의견을 물어보라고 한 것이지 자료를 넘겨주라고 한 적은 없다고 방어막을 친다.

 구속영장에 기재된 범죄사실이 워낙 많고 첨예하게 다투는 사안이라 이날 영장심사는 장시간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달 16일 무려 7시간 30여분간 진행된 이재용(49) 삼성전자 부회장의 영장심사 기록을 깰지가 관심사다.

 강 판사는 영장심사에서 다툰 내용과 수사 기록 및 증거자료, 변호인측 의견서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31일 새벽 그 결과를 내놓을 전망이다.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