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나온 지 3주 만에 구속됐다. 대한민국 역사상 세 번째로 구속된 대통령으로 기록된 것이다. 이번 사건은 지난해 불거진 대통령 측근들의 국정농단이 결정적 원인이 됐다. 크게 실망한 국민들에게 대통령이 사과하는 모습을 보이는 듯했으나 한편으로는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부인하면서 결국 헌법재판소가 헌법을 수호하려는 의지가 느껴지지 않는다며 헌정 사상 첫 탄핵 인용 판결을 내렸다.

 일련의 사태로 조기대선을 치르게 됐다. 각 정당에서는 치열한 경쟁을 통해 대선후보자를 정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가장 지지율이 높은 대권주자와 경합하기 위해 고도의 정치적 계산으로 정략적으로 움직이려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정치인들이 권력을 잡아 자신들의 정치이념과 사상을 실현하려는 의지는 충분히 이해한다. 하지만 국민들은 지지율을 끌어올리기 위해 이합집산하려는 듯한 정치인들을 보고 있노라니 과연 무엇이 중요한 지 망각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각 대선후보자들이 내세우는 정책은 잘 보이지 않고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기 위한 전략들만 난무하고 있다는 인상이 든다. 언론들도 대선주자들의 지지율을 앞다퉈 보도하면서 대중들의 흥미를 유발시키기 위해 스포츠경기의 점수판을 공개하듯이 누가 이기고 지고 있는 지에 초첨을 맞추고 있다. 대통령이 탄핵되기까지 국민들이 전국 각지에서 촛불을 들고 무엇을 요구했는지에 대한 열망과 목소리는 점점 잊혀지는 모습이다.

 불과 한 달여 앞으로 다가온 5·9 대선. 국회와 정치권에서는 이번 대선에서 국민들이 현명한 선택을 할 수 있도록 각 대권주자들이 그동안 자신이 내세운 공약과 정책들을 알리고 이를 반영하기 위해 그동안 정치인으로서 무슨 노력을 해왔는지를 검증해보려는 모습을 더 보여주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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