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 무대가 종말을 고할 무렵 위나라 장수 종회가 10만 대군을 이끌고 촉 정벌에 나섰다. 이때 촉에는 창업의 영웅들인 유비, 제갈량, 관우, 장비, 조자룡 등이 모두 죽었고, 멍청한 2세 유선이 황호 등의 내시들에게 둘러싸여 있을 뿐이었다. 촉군 사령관 강유는 여러 차례 국정농단의 주범인 황호를 죽이려고 했으나 유선의 만류로 뜻을 이루지 못하고 변방으로 밀려나 있었다. 따라서 종회의 촉나라 정벌은 이미 성공한 것이나 다름이 없었다. 종회가 10만 군사를 이끌고 출발하는 날 사마소의 측근인 소제가 "종회는 뜻이 크고 자존심이 강한 데 너무 큰 권력을 준 게 아니냐"고 걱정하지 사마소가 웃으면서 대꾸하기를 "싸움에서 패배한 장수는 용기에 대해 말하지 않고, 멸망한 나라의 대부는 국가 보존에 대해 말하지 않는다고 하지 않던가. 종회가 아무리 다른 뜻을 품고 있다 할지라도 촉나라 사람들이 그를 돕지 않을 것이니 염려 마라"고 했다. 꼭 망국(亡國)에만 이 뜻을 적용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망한 회사, 망한 정권, 망한 조직의 일원이었던 이들이 언행에 조심해야 하는 건 고금이 다르지 않다. <삼국지리더십연구소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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