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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명운 인하대 경제학과 교수

나무 심기에 좋은 계절 봄이 왔다. 계절적으로 청명(淸明)을 전후해 1949년 대통령령으로 ‘관공서의 공휴일에 관한 건’을 제정해 이날을 식목일로 지정했다. 1960년에 식목일을 공휴일에서 폐지, 1961년에 식목의 중요성이 다시 대두돼 공휴일로 부활됐고, 1982년 기념일로 지정, 2006년부터 다시 공휴일에서 폐지된 것이 식목일의 역사이다.

 못 살던 시절에는 전국의 관공서·직장·학교·군부대·마을 단위로 나눠 각각의 토양에 맞는 나무를 심었으며, 이 식목일 전후 한 달가량을 국민 식수 기간으로 정해 산림녹화 및 산지 자원화를 꾀한 적도 있었다. 한때는 나무만 심고 가꾸지 않으면 안 된다 해서 가을에 육림일(育林日)을 지정, 퇴비도 주고 물도 줘서 봄에 심은 나무를 가꾸었던 것이 어릴 적 추억의 한 편이다. 지금은 식목일 하면 그냥 나무 심는 날로 기억하지만, 현재의 남아 있는 숲은 어린 시절, 학교에서 직장에서 나무를 심고 가꾸어 온 노력의 결과이다.

 1984년 세계적 과학 학술지에 숲에 관한 논문이 한 편 실렸다. 울리히(Ulrich) 교수(미국 델라웨어대학)의 ‘창밖의 숲 풍경이 수술 후 환자의 회복력을 높여준다’는 결과의 논문이었다. 연구 결과의 내용은 입원실 창밖으로 숲이 보이는 환자 집단과 그렇지 않은 환자 집단을 구분해서, 수술 후 회복 속도와 진통제의 투여 횟수를 비교해서 발표한 것이다. 비교한 결과 숲이 보이는 환자의 회복 속도가 그렇지 않은 환자들보다 빨랐고 진통제 횟수도 또한 적었다 한다. 이 연구는 간접적으로나마 숲은 인간의 건강과 복지에 큰 도움이 된다는 것을 입증한 연구로 꼽히고 있다. 충북대학교와 산림청에서도 ‘창밖의 숲 풍경이 수술 환자나 재소자들에게 여러 편익을 줬다면, 직장인들에게 그럴 것이다’라는 가정 아래 울리히(Ulrich) 교수의 논문을 검정했다.

 결과는 역시 창밖으로 숲이 보이는 사무실에서 근무하는 직장인들이 그렇지 않는 사무실에서 근무하는 직장인들보다 직무 만족도는 높고 스트레스는 적었고 이직 의사 또한 낮았다. 이러한 실험 결과의 유추는 우리 도시에 그대로 적용할 수 있다. 도시에서 숲을 보기는 어렵지만 지금 진행되는 재개발 재건축, 뉴스테이(기업형 임대주택) 사업 등에서 고려하고 시행되면 좋겠다. 식목일에 나무를 심으러 산으로 갈수 없다면 주변에 녹지를 볼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어보자. 아파트의 옥상에 화려한 조명보다는 옥탑방의 텃밭처럼 주민들의 일부가 공유하거나 가격을 지불하는 형태의 정원이라도 조성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싶다. 에어컨의 실외기가 가득한 옥상보다는 푸르른 숲이 아니더라도 화초나 나무가 자라는 옥상이 더 보기 좋은 법이다.

 지금 인천에서는 재개발·재건축, 뉴스테이 사업으로 주민 간의 갈등이 깊어가는 지역이 늘고 있다, 서구 원창동의 땅 쪼개기 허가 문제, 남구 학익 용현지역의 레미콘 공장 허가, 주안 미추8지구 뉴스테이 사업, 송도유원지의 자동차 매매단지. 다 거론하기 힘들 정도로 구 지자체마다 불씨로 남아 진행되고 있다. 지자체나 담당부서의 ‘사유재산권 침해가 있고 규제할 법이 없다’는 답변은 너무 식상하다. 법이 없어도 우리가 사는 세상은 정도와 보편타당성이 있다. 숲을 제공하지 못한다면, 차선책으로 푸른 나무와 화초라도 보는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허가부서와 담당부서는 가진 자의 편만 들지 말고 녹지 비율과 도시계획의 시작에서부터 숲이 아니면 공원이라도 확보한 후 시행하고 건설하는 지혜를 보여야 한다.

 인구가 300만 명이 넘었다고 자랑하지만, 숲이 사라지고 아파트만 늘어나는 도시는 도시의 미래를 이야기할 수 없다. 인천의 가치재창조에는 더불어 사는 건강한 도시모습이 포함돼야 한다. 아파트의 가치도 녹지와 공간이 확보될 때 자산의 가치도, 주민의 생활만족도도 높은 법이다. 지금이라도 새롭게 만들고 계획되는 곳에는 숲이 아니더라도 나무와 인간이 공존하는 공간으로 인천이 바뀌어가기를 바란다.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공간에서는 창밖으로 숲이 보이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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