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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순휘 정치학 박사
작금의 한반도 안보정세를 살펴보면 우리 사회가 심각한 ‘안보불감증’을 넘어서 ‘안보무력증’이라고 할 정도의 무심한 사회적 분위기를 감지할 수도 있다. 손자병법 시계편 첫 문장에 "병자(兵者), 국지대사(國之大事), 사생지지(死生之地), 존망지도(存亡之道), 불가불찰야(不可不察也)"라 하여 ‘전쟁은 국가의 중대한 일이다. 국민의 생사와 국가의 존망이 기로에 서게 되는 것이니 신중히 살피지 않으면 안된다’라는 경구로 시작이 된다.

불행하게도 우리는 해방 이후에 72년간 민족끼리 ‘민주주의 대 공산주의’라는 냉전구도에 갇혀 생사와 존망을 걸고 대결을 하고 있다. 이러한 남북대결 구도는 한순간도 막연한 안보와 허황된 평화로 현실적 국가 존망을 외면한다면 ‘제2의 베트남’이 안되라는 법도 없지 않은가? 지금까지 대한민국은 싸우며 건설하는 위대한 국가발전의 여정(旅程)을 잘 이룩해왔다. 특히 북핵문제는 이 군사력 열세에 결정적인 쐐기를 박는 불균형의 확증적 위험으로 기정 사실화되고 있으나 해결의 실마리는 없다.

지난 3월 30일 북한은 ‘정부ㆍ정당ㆍ단체 특별성명’을 통해 "이 시각부터 남북관계는 전시상황에 들어가며, 남북 사이에서 제기되는 모든 문제는 전시에 준해 처리될 것"이라고 발표했다. 또한 조선중앙통신은 "기다리고 기다리던 결전의 최후시각은 왔다. 조선반도에서 평화도 전쟁도 아닌 상태는 끝장났다"며 정전협정을 백지화했고, "군사적 도발을 일으킨다면 그것은 국지전으로 한정되지 않고 전면전쟁, 핵전쟁으로 번지게 될 것이다"라고 위협했다.

더욱이 3월 26일 미군의 B-52전략폭격기 비행훈련을 거론하며 야전포병집단군에 ‘1호 전투근무태세 진입’을 하달했고, 27일에는 통신선 단절, 29일에는 김정은이 긴급 작전회의를 소집해 전략미사일부대에 ‘사격 대기상태’를 최종 승인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것은 명확히 북한군의 전쟁도발 직전의 국가비상사태인 것이다.

북한의 이러한 군사적 동향은 대한민국에 대한 ‘선전포고’라고 할 것이다. 그런데도 우리의 대응은 합참 성명으로 "연례 훈련에 북한이 도발하면 자멸하도록 응징"하겠다는 것이 전부다. 우리 사회는 남북한 안보문제에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에 대해서도 무심한 측면이 있다. 그 시끄러운 종편도 중대한 안보 이슈를 정치보다 후순위 취급한다.

물론 한미동맹을 기반으로 한미연합전력의 전투준비 태세를 굳게 신뢰하지만 과연 우리 사회가 이렇게 적의 ‘전쟁선언’에 무반응으로 지내는 것이 맞는지, 왜 사회적 공론화조차 없는 것일까?

전면전쟁, 핵전쟁으로 무자비하게 대한민국을 공격하겠다고 하는데 우리 사회는 북한에 대한 공분조차도 못 느끼는 무기력함은 무엇을 의미하는지 자문해 봐야 한다. 북한은 지금 6차 핵실험 준비를 마쳤다는데 미국만 바라보고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조차도 모르는 것은 아닌지. 가능할 수 있는 전쟁을 남의 나라 소문 정도로 듣고 있는 건 아닌지 걱정이 아닐 수 없다. 안보에는 유비무환(有備無患)을 잊어서는 안 된다.

지난 겨울동안 촛불과 태극기를 들고 이 나라의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겠다는 국민의 위대한 힘을 발견했다. 어떤 경우에도 질서와 절제 그리고 불굴의 주장 등 세계인에게 감동을 준 역사적인 한국민의 저력을 보여줬다. 그런데 지금 그들은 북한의 핵개발 시험과 미사일 발사와 사이버테러에 대하여는 왜 침묵하는 것일까? 일제히 촛불과 태극기를 들고 한마음이 돼 광화문광장과 서울광장에 모여서 북한에 대해 비핵화와 개방개혁, 인권을 외친다면 안 되는 것일까?

어느 날 수백만 명 국민들이 모여서 촛불과 태극기를 들고 김정은을 향해 분노를 전한다면, 한반도 평화의 이름으로 탄핵한다면 그 단합의 외침은 어떤 무기보다도 강하게 북한의 도발을 저지하고, 우리 안보를 지켜줄 것이다.

심지어 그러한 우리 사회 통합의 힘은 북한정권을 흔들고 북한주민을 폭정에서 깨울 것이다. 필요하다면 중국의 사드보복도 국민의 단합된 힘으로 부당함을 지적하는 것이 주권국민의 자존심이 아닐까 한다. 때론 생각이 다르더라도 대한민국의 국민이라면 안보에는 하나가 되어 국가의 적이 누구인지를 알고나 이 시대를 살자고 제언하고 싶다. 그런 국민통합의 힘을 이끌 정치지도자를 소망하는 새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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