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리카르도 무티와 함께 한국 무대에 서는 소프라노 여지원. <사진=경기도문화의전당 제공>
▲ 리카르도 무티와 함께 한국 무대에 서는 소프라노 여지원. <사진=경기도문화의전당 제공>
"오페라 속 제게 맡겨진 역할에 집중하는 편입니다. 하나 더 있다면 공부를 많이 하는 편이죠."(웃음)

소프라노 여지원은 자신을 드러내는 데 익숙지 않아 보였다. 본인의 장점을 설명해 달라는 질문에는 ‘부끄럽다’며 얼굴을 가리고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고, 스스로 ‘남 앞에 서는 게 두렵다’고 말한다.

그런 그가 세계적 지휘자 리카르도 무티와 6일(경기도문화의전당)과 7일(롯데콘서트홀) 베르디의 음악으로 한국 무대에 오른다.

여지원이 주목받는 이유 중 하나는 국내에서의 생소함이다. 사실상 국내에서 그는 무명이었다. 2015년 8월 잘츠부르크 페스티벌에서 무티가 지휘하는 베르디 오페라 ‘에르나니’의 주역으로 데뷔하기 전까지는 그랬다.

"2013년 라벤나 페스티벌에서 베르디의 오페라 ‘맥베스’의 오디션을 봤을 때죠. 알고 보니 페스티벌 연출가가 무티의 부인인 크리스티나 무티였는데, 무티가 잠깐 다녀간 적이 있고 부인이 무티에게 제 이야기를 했다고 합니다. 이후 무티가 제 공연을 객석에서 봤다고 하더라고요. 전 몰랐습니다. 이후 오디션을 제안받게 됐습니다."

무티와의 첫 인연을 설명하는 여지원의 얼굴은 아직도 설렘이 가득해 보였다. 그렇다면 어떤 점이 무티를 사로잡았을까. 이에 대한 해답은 그가 아는 무티를 표현하는 방식에서 엿볼 수 있었다.

"무티는 베르디의 오페라를 완벽하게 알고 있습니다. 역할 또한 마찬가지죠. 그래서 그가 이끄는 데로 따라가면 많은 도움이 됩니다. 무티는 가수라는 악기 또한 완벽하게 이해하고 있습니다. 저하고 잘 맞는다고 할까요?"

스스로를 ‘악기’라고 표현하는 여지원 또한 본인만의 아이덴티티(Identity)가 있다. 조금 늦게 성악 공부를 시작(고2)했지만 이처럼 빛을 발하게 된 배경 중 하나다.

"개인적인 성격이긴 한데, 예컨대 제 기량을 뽐내기 위한 ‘콩쿠르’에 나가는 것에 어색해 하죠. 하지만 어쩔 수 없는 상황에 처하게 되면 이를 극복해 나가려 합니다. 무대에 설 때도 마찬가지에요. 연출자 조언에 충실하면서도 (오페라의)상황과 (역할의)성격을 많이 고민하고, 스스로를 (그곳에)내던지는 편입니다."

여지원에게 베르디의 음악 또한 많은 영향을 줬다. 베르디의 음악을 하면서 많은 변화를 했다는 그.

"음표 하나하나, 악보에 새겨진 모든 부분들이 ‘아, 이 작곡가가 얼마나 고민을 했나’ 이해하게 됐습니다. 그래서 유독 베르디의 음악을 좋아하게 됐고 음악에 더욱 집중을 하게 됐죠."

서경대학교 성악과를 졸업하고 이탈리아 유학길에 오른 지 12년여, 여지원의 꿈에는 아직도 ‘욕심’이 많다.

"한국을 떠나 있던 기간이 좀 돼서 한국 음악가를 많이 알지는 못합니다. 일부러 국내 무대를 멀리한 것도 아니고, 스케줄상 외국 무대가 먼저 잡혀 있던 것뿐이죠. 앞으로는 국내외 가리지 않고 많은 가수와 또 많은 지휘자와 함께 무대에 서고 싶습니다. 공부는 아직도 계속 된다고 볼 수 있죠."

박노훈 기자 nhp@kihoilbo.co.kr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