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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지의 세계와 불확실성이라는 단어는 미래에 대한 양가감정을 포함하고 있다. 우리는 모르는 것에 대해 두려움도 있는 반면, 새로움이 가져올 기대 또한 떨칠 수 없다. 영화에서 미래를 이야기하는 대표적인 장르가 바로 SF다. 이는 알 수 없는 세상에 대한 공포를 담은 디스토피아적 미래로 펼쳐지기도 하지만 매끈하고 세련된 첨단 테크놀로지 속에 풍요를 누리는 낙관주의적 유토피아로 그려지기도 한다.

막대한 제작비가 투입되는 웅장한 SF일 경우 대중성과 상업성에 대한 고려는 절대적일 수 밖에 없는데, 그렇게 탄생되는 블록버스터급 영화는 철학적 고민보다 시각적 쾌감에 중점을 둬 화려한 볼거리로 채워지게 마련이다. 오늘 소개하는 영화 ‘스타쉽 트루퍼스’는 1997년 당시 1천500만 달러가 투입된 작품으로, 외계 생명체와 인간과의 전쟁을 실감나게 다루고 있다. 하지만 이 영화는 오락영화로만 치부하기엔 아쉬움이 남는다. 뭔가 특별한 점이 숨어있는 영화 ‘스타쉽 트루퍼스’를 만나보자.

가까운 미래, 인류는 연방제로 통합돼 국경 없는 세상에 살고 있다. 언뜻 보기에 살만한 세상인 이 곳의 유일한 고민은 외계생명체인 ‘버그’들과의 전쟁뿐이다. 정확히 언제, 왜 버그들과의 전쟁이 발생했는지, 그리고 언제까지 지속해야 하는지도 알지 못한 채 미래 사회는 시민들의 군입대를 적극 권장하고 있다. 고등학교를 막 졸업한 리코는 짝사랑하는 여인 카르멘에게 늠름하고 멋져 보이고 싶은 마음에 충동적으로 입대를 결정한다. 그러나 이내 자신의 선택을 후회하고 그만두려 하지만 외계군단이 고향마을에 침공해 주민들을 한방에 몰살시키자 마음을 고쳐먹는다. 이후 누구보다 용감한 지구방위대로 성장한 리키는 뜨거운 전우애와 아름다운 로맨스도 성취하며 오늘도 여전히 지구의 안녕과 우주의 질서를 위해 열심히 싸운다.

네덜란드 출신의 할리우드 영화감독 폴 버호벤은 1987년’로보캅’을 시작으로 ‘토탈 리콜’, ‘원초적 본능’ 등의 연속적 성공으로 흥행감독의 반열에 선다. 그러나 그의 진가는 쉽고 재미있는 할리우드식 상업 영화의 외형을 유지하면서도 우리 사회의 이기적 욕망과 인간의 파괴적 내면을 적절히 버무리는 솜씨에 있다. 영화 ‘스타쉽 트루퍼스’ 역시 같은 맥락에 서 있는 작품으로, 이는 통쾌한 밀리터리 액션 이면에 목적이 사라진 전쟁의 무의미함과 전체주의와 군국주의의 폐해를 꼬집고 있다. 뿐만 아니라 선전 선동적인 행태의 미디어 역시 비판하고 있는데, 영화 속에서 전쟁을 악순환을 유지하는 한 축으로 자극적이며 비판적 기능을 상실한 언론을 지목하고 있다. 영화 속 미디어는 나와 다른 모습의 ‘버그’에 대한 일방적 적대감을 고취시키는 한편 인간의 목숨이 걸린 전쟁을 한낱 볼거리 정도로 취급하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단순한 오락영화의 외피를 입은 ‘스타쉽 트루퍼스’는 찬찬히 들여다볼수록 우리의 오늘을 되돌아보게 하는 심오한 세계관을 담은 숨은 명작이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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