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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이우평 인천섬유산연구회 회원

우리나라의 많은 섬 가운데 사람이 살지 않는 가장 큰 섬이 인천 앞바다에 있다. 덕적군도를 이루는 여러 섬 중에 바로 ‘선갑도’가 그 주인공이다. 선갑도는 덕적군도 한 중심에 자리 잡고 있어 행정구역상 덕적면에 속할 것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실제로는 자월면에 속한다. 이는 선갑도가 1970년까지 승봉도 주민 35명의 공동 소유지였기 때문이다. 1992년 정부가 선갑도를 굴업도와 함께 핵폐기물 처리장 후보지로 검토하면서 과학기술부에서 매입했으나 추진이 어렵게 되자, 1996년 한국해양연구원에 매각했다. 이후 2007년 ㈜S공영에서 매입해 현재 개인 소유의 무인도가 된 것이다.

 선갑도는 개인 사유지이기 때문에 사전 입도 허락을 받아야 한다. 그리고 인천항에서 직접 가는 배편이 없기 때문에 덕적도에 도착한 후 별도의 배편, 즉 어선 등을 섭외해서 가야만 한다.

 선갑도에 다가서면 해식 절벽을 이루는 기괴한 암석의 비경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마치 성냥개비를 줄지어 세워 놓은 듯 5~6각형의 기둥 모양의 갈라진 암석들이 병풍처럼 펼쳐지는데 그 풍광이 그야말로 장관이다. 바로 화산지대에서 볼 수 있는 ‘주상절리(柱狀節理)’이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주상절리는 제주도 서귀포 중문 지삿개 해안, 강원도 철원과 포천의 한탄강 주변, 광주 무등산의 서석대와 입석대 등의 암석에서 볼 수 있다. 그런 주상절리가 우리가 살고 있는 인천 앞바다 선갑도에 이렇게 즐비하다는 사실을 아는 이는 그리 많지 않다.

▲ 하늘에서 본 선갑도
‘선갑도(仙甲)’ 란 이름은 신선 ‘선(仙)’자와 갑옷 ‘갑(甲)’자로, 섬 모양이 선녀가 갑옷을 입고 있는 것 같다고 해 유래됐다. 이는 해안의 주상절리의 형태가 마치 갑옷을 연상케 하는 데서 비롯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주상절리는 화산 지형의 하나로, 선갑도에 발달한 주상절리는 선갑도가 화산 분출과 관련해 형성됐음을 말해 준다.

그렇다면 주상절리는 어떻게 만들어지는 걸까? 주상절리는 지하 깊은 곳에서 지표로 분출한 뜨거운 고온의 마그마가 차가운 바닷물이나 강과 호수 등을 만나 급격히 냉각되는 과정에서 형성된다.

냉각될 때 마그마 내부를 구성하는 여러 광물질들 가운데 서로 같은 성분과 종류의 광물들이 짝을 지어 5~6각형의 형태를 띠며 모이면서 고화가 진행된다. 이후 파랑과 해풍의 지속적인 침식을 받아 5~6각형의 갈라진 틈을 따라 암석의 일부들이 하나둘씩 떨어져 나가면서 지금의 주상절리가 형성된 것이다.

▲ 주상절리
선갑도를 포함한 주변의 문갑도·굴업도·백아도·울도·지도 등을 구성하는 섬들의 지질이 모두 화산 폭발에 의해 화산재와 화산력들이 쌓여 형성된 응회암과 집괴암이 주를 이루고 있다.

 화산 분출 시기, 즉 선갑도가 지금의 형태를 갖추기 시작한 것은 한반도에 공룡들이 살았던 시기인 중생대 백악기 약 1억~9천만 년 전으로 추정된다. 특이한 점은 선갑도를 하늘에서 바라보면 마치 커다란 하나의 화산체 분화구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갖게 되는데, 이와 관련해서는 정확한 지질조사가 진행돼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

 한편, 선갑도와 주변 덕적군도의 생성과 관련해 ‘망구 할매 전설’이 전해지고 있다.

 "옛날에 망구 할매가 섬 안에 선갑산을 쌓아 올리다가 ‘백 번째 골짜기’에서 한 골짜기 부족한 아흔 아홉 골에서 산이 무너져 화가 난 망구 할매가 주먹으로 섬을 내리쳐 산을 부쉈단다. 그때, 사방으로 퍼져 나간 ‘선갑도’의 조각들이 지도·울도·백아도·장구도·못도·가도·각흘도·굴업도·선단여 등이라고 한다. 망구 할매가 주먹으로 내리친 자국이 서쪽의 선갑도 만이라는 것이다."

 현재 주상절리가 빚어낸 비경을 간직한 선갑도는 바람직하지 못한 개발 압력에 시달리고 있다. 섬의 소유주인 ㈜S공영이 섬 안쪽 37만6천㎡ 일원의 골재 생산(1천276만9천㎥) 인허가를 받아 사업을 추진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1994년 핵폐기물 처리장으로 논란을 겪었던 굴업도에 이어 선갑도가 또다시 논란의 한 중심에 서게 된 것이다.

골재 생산과 관련해 옹진군에서는 경제적 이득을 목적으로 찬성하고 있으나, 어업권 피해와 환경 파괴를 우려하는 섬 주민과 환경단체에서는 반대하고 있다.

다행히 상급 기관인 인천시에서 환경 훼손을 우려해 반대를 하고 있으나 그 갈등이 어떻게 해결될지 미지수다.

▲ 주상절리
2015년 민속식물연구소(소장 송흥선)의 조사에 의하면 선갑도는 세뿔석위·가침박달을 비롯한 한반도의 희귀식물 11종의 식물이 자라고 있는 것으로 보고됐다. 아울러 선갑도가 위치한 인근 대이작도 해역은 해양수산부가 고사한 생태보전지역으로 아직까지 훼손되지 않은 천혜의 자연유산을 간직하고 있다. 선갑도를 접근하는데 있어 경제성을 고려한 골재 채취를 명분으로 한 개발 논리보다는 자연유산을 보존하면서 관광 자원으로 개발해 활용하는 지속가능한 보존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 주상절리
선갑도가 지닌 비경은 관광 자원으로서 무한한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 만약 인천에서 1시간 거리 내에 입도가 자유로운 섬이었다고 한다면 몸살을 앓았을 만큼 매일 같이 탐방객이 넘쳐 났을 것으로 생각한다. 선갑도를 사람들이 찾는 인천의 대표적인 자연 유산으로 개발하는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개발 주체와 구성원 모두가 한자리에 모여 지혜를 찾아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이우평 인천섬유산연구회 회원/인천해송고 교사>

정리=최유탁 기자 cyt@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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