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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일 오후 강원 강릉하키센터에서 열린 2017 IIHF 아이스하키 여자 세계선수권대회 디비전Ⅱ 그룹 A 대회 한국과 북한팀 경기를 마친 선수들이 대회 관계자들과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6일 역사적인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대결’이 펼쳐진 강원도 강릉의 강릉 하키센터.

 7천 석의 경기장을 거의 가득 메운 관중들은 남북 스포츠 교류 역사의 새로운 한 페이지가 쓰이는 장면을 똑똑히 목격했다.

 6·15공동선언실천남측위원회와 6·15 강원본부가 주도해 구성한 남북공동응원단은 경기 시작부터 끝까지 ‘통일조국’, ‘우리는 하나다’를 큰 목소리로 연호했다.

 한국 대표팀의 ‘막내’ 엄수연(16)의 슬랩샷이 슛 블록을 위해 슬라이딩을 하던 북한 정수현의 안면 부위를 강타했을 때는 관중들 모두 숨을 죽였다.

 빙판에 쓰러져 있던 정수현이 부축을 받으며 천천히 몸을 일으켰을 때는 힘찬 박수가 쏟아졌다.

 한국은 이날 강릉 하키센터에서 열린 2017 국제아이스하키연맹(IIHF) 여자 세계선수권 디비전 2 그룹 A(4부리그) 4차전에서 북한을 3-0(2-0 1-0 0-0)으로 완파했다.

 비인기 종목인 아이스하키였지만 경기가 시작되기 전부터 강릉은 뜨거운 열기에 휩싸였다.

 북한의 핵 개발로 인한 갈등으로 남북이 극한의 대치로 치닫고 있는 상황에서 이례적으로 성사된 남북 대결에 너도나도 경기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미국의 월스트리트저널(WSJ), 일본의 아사히신문, 프랑스의 르몽드 등 해외 언론사만 해도 46개사가 강릉 하키센터에 집결했다.

 르네 파젤 IIHF 회장과 이희범 평창 동계올림픽 조직위원회 위원장이 페이스오프 퍽 드롭으로 시작한 이날 경기는 한국의 완승으로 마무리됐으나 경기가 끝난 뒤 남북은 하나가 됐다.

 60분간 빙판 위에서 양보 없는 대결을 벌였던 여자 아이스하키 선수들은 경기 후 다 함께 기념촬영을 했다.

 링크 중앙에 먼저 선 한국 선수들은 북한 선수들이 합류하길 기다렸다. 패배의 아픔에 눈물짓던 북한 선수들은 눈물을 닦아내고 한국 선수들과 한데 어우러져 기념사진을 찍었다.

 엄수연이 자신의 날린 퍽에 맞은 정수현에게 다가가 괜찮은지 물어보는 모습도 보였다.

 앞으로 오래도록 기억되고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릴 역사적인 남북대결이 그 사진 한 장에 모두 담겼다.

 경기 후 정몽원 대한아이스하키협회장과 문영성 북한 대표팀 단장은 나란히 상대 국가 선수에 대한 경기 최우수선수(MVP) 시상을 했다.

 정 회장이 북한의 진옥에게 기념품을 건넸고, 문 단장은 한국의 이은지와 악수를 하고 포즈를 취했다.

 기념촬영에서 다 같이 손에 든 것은 유엔(UN) 스포츠 평화의 날을 기념한 엽서였다. 거기에는 ‘피스 앤 스포츠’라고 쓰여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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