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팝스타 시즌6의 생방송 진출자가 가려지기 전, 유희열 심사위원은 한 참가자에게 이런 말을 전했다. 회가 꽤 지났기 때문에 그대로 말을 옮길 순 없지만 내용은 대략 다음과 같다.

"팝송을 부를 때에는 소리에 여유가 있었다. 하지만 가요를 부를 때는 그러지 못했다. 왜냐하면 팝송은 음정 하나에 여러 소리가 들어 갈 수 있지만 가요는 딱 한 소리만 나올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후략)."

어렸을 때 한창 팝송을 즐겨 듣던 때가 생각 났다. 유희열이 말한 바로 그 이유 때문이었다. 가요에는 없는 리듬(감)이 팝송에는 있었다. 예를 들어 엘튼 존의 ‘Sorry Seems to Be the Hardest Word’의 경우 4개에서 많아야 6개의 음정이면 충분하다. 그러나 이를 한글로 옮겨 놓으면 ‘소-리-심-스-투-비-더-하-디-스-트-워-드’가 돼 12개의 음정을 써야 한다(음악을 전공하지 않아 만약 틀렸다면 미리 사과한다).

그래서 과거 가요는 재미가 없었다. 팝송이란 단어가 정확한 표현은 아니지만, 여기서 정리하자면 영어를 몰라도 영어 가사로 된 음악이 좋았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가요가 달라졌다. 물론 우리 언어의 특성상 한 글자에 한 음(정)이 들어가는 특징은 여전하다. 작곡가 혹은 작사가의 스킬(skill) 탓인지는 생각해 보지 않아 잘 모르겠다. 분명한 것은 한글의 확장성 때문이다.

한글은 어떤 표기를 놓고 ‘그걸 이런 소리로 부르자’고 약속한 언어가 아니다. 일상에서의, 소위 구어체를 문어체로 활자화한 언어다. 그래서 과학적이고 공감각(共感覺)적이다. K팝이 전 세계의 이목을 끌게 된 밑거름 중 하나다. ‘아이돌’은 원래 영어의 ‘idol(우상)’이란 의미가 있지만 ‘아이(어린)’+‘돌(우상)’이 합쳐 ‘어린 연예스타’를 지칭하는 언어적 유희도 한글이기 때문에 가능하다.

지난 주말, 누군가 3D를 ‘스리디’가 아니라 ‘삼디’로 읽었다며 논란이 일었다. 사실 논란 거리도 아니다. 그만의 또 다른 언어적 유희라면 웃고 넘길 수 있겠으나 대통령이 되겠다고 나온 사람의 입에서 ‘삼디=무능’이라는 발언은 해괴망측(駭怪罔測)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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