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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류권홍 원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요즘 돌아가고 있는 동북아 정세는 한가로이 어떻게든 해결될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에 만족하기에는 뭔가 석연치 않다. 중국과 우리나라 사이에 진행되고 있는 사드 문제는 하나의 뾰루지일 뿐이다. 가장 핵심적인 위험 요소는 북한의 핵과 미사일이 미국을 타격하기 위한 능력을 키우고 있다는 것이고, 자국의 안보가 최우선일 수밖에 없는 미국 정치권은 우리의 생각과 전혀 다른 판단을 할 것이라는 점이다.

 태평양 인근에서 미국과 중국의 갈등 요인은 남중국해, 타이완, 조어도, 그리고 북한까지 아시아 전체에 걸쳐 빼곡하게 펼쳐져 있다. 남중국해의 문제는 너무 많은 당사국들이 관련돼 있고, 여기에 미국의 해양루트 확보에 대한 의지가 강하기 때문에 당장 어떤 변화가 발생할 여지가 낮다. 향후 에너지 자원을 둘러싼 갈등이 심화되고 어느 한 국가가 해저 자원개발을 시도할 경우 또는 중국이 항해의 자유를 침해할 정도의 행위를 하지 않는 한 현상이 그대로 유지될 것이다. 타이완은 미국의 입장에서 일종의 꽃놀이패로 보인다. 중국이 말을 듣지 않으면 타이완에 무기를 팔고, 타이완 독립에 힘을 실어주는 모습만 보이면 중국이 놀라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조어도 또한 일본이라는 포기할 수 없는 핵심 동맹국의 이익과 직결된 문제이기 때문에 미국이 물러서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북한을 둘러싼 상황은 전혀 다르게 전개되고 있다. 북한이 추진하고 있는 핵무기와 대륙간탄도미사일은 동맹국인 한국이나 일본에 대한 도전이 아니라 미국에 대한 직접적인 위협이기 때문이다. 동맹국에 대한 자위권과 자국의 자위권은 차원이 전혀 다른 문제이다.

 북한이 한국이나 일본에 대해 도발하는 경우, 미국은 지원 차원의 군사력을 사용하면 된다. 미국의 이익과 관련되지만 직접 미국에 도전장을 던진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하와이든 알라스카든 북한의 직접 도발 가능성이 높아진다면, 미국은 누구의 협조나 도움 없이 독자적인 자위권을 발동할 것이다.

 한편, 오바마 대통령 시절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등 중동에서 상당한 규모의 병력을 철수했고 해외 전력의 중심을 중동에서 서태평양으로 이동한다는 전략이 이행되고 있기 때문에 병력 동원에서도 큰 어려움이 없는 상황이다. 더구나 전면전이 아니라면 현실성이 더욱 높아진다.

 그리고 자위권 차원의 행동에 대해 중국이 적극적인 대응을 하기는 현실적으로 녹록지 않다. 무엇보다 자위권이라는 명분이 있는 행동이며, 경제적으로도 미국의 눈치를 봐야 하고, 군사적으로도 아직은 미국에 대적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제3차대전이라는 극한의 상황이 두려울 수 있다.

 즉, 중국이 미국의 북한에 대한 행동에 눈을 감아야 될 상황이 전개되고 있는 것이다. 러시아의 조지아 침공, 크로아티아 내전 지원, 중국의 티베트 점령에 대해 국제사회나 미국이 비난은 하면서도 직접적인 행동을 취하지 못하는 것의 의미를 우리는 이해해야 한다. 미국의 안보에 직접적이고 현실적인 위협이 되는 원인을 제거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중국도 러시아도 쉽게 개입하지 못할 것이라는 증거이기도 하다.

 그런데 우리나라 정치권은 장미 대선이니, 적폐청산이니, 진보니 보수니 하는 한심한 타령들만 하고 있다. 문제의 심각성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인지 아니면 애써 외면하려는 것인지 그것도 모르겠다. 최악의 시나리오에서 가장 심각한 피해를 입게 되는 것은 우리나라다. 끔찍한 결과에 이를 수도 있다. 그런데 국가를 수호하고 국민의 생명을 지켜야 하는 정치권은 권력다툼에만 빠져서 정작 중요한 문제를 도외시하고 있다. 미국 대통령과 중국 주석이 만나는 그 순간 미국은 시리아에 토마호크 미사일을 발사했다. 명분은 시리아 정권이 민간인에게 화학무기를 사용했다는 것이다. 무고한 시민의 생명을 빼앗아 갔기 때문에 이에 대한 응징은 정당할 수 있다. 그런데 집단적 자위권 행사에 대한 안보리 결의도 없었고 충분히 의심은 가지만 아직 누구의 행위인지 명확하게 밝혀지지도 않았다. 그래도 트럼프 대통령은 미사일 공격을 지시했다. 만약 북한에 미사일을 발사하면 어떻게 될까. 지금 우리는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지 대통령 후보들은 국민들에게 밝혀야 한다. 상대 후보에 대한 헐뜯기나 즐기고 있을 때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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