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심리학자 김정운 교수는 그의 저서 「가끔은 격하게 외로워야 한다」에서 ‘감정 전염’이란 상대방의 표정이나 표현 등을 자동적이고 무의식적으로 모방하면서 감정적 동화가 일어나는 현상이라고 정의했다. 흥미로운 것은 부정적 감정의 전염이 긍정적 감정의 전염보다 훨씬 더 빠르고 전염성이 높다고 한다. 긍정적 정보로 야기되는 기쁨이나 즐거움 같은 감정보다 부정적 정보로 야기되는 슬픔, 분노와 같은 감정이 더 빨리, 더 적극적으로 반응한다고 한다.

 그는 이러한 이유가 원시시대 부정적 정보가 생존에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라고 했다. 예를 들어 ‘저쪽에 호랑이가 나타났다’라는 부정적 정보와 ‘이쪽에 바나나가 있다’라는 긍정적 정보가 동시에 들어왔다고 할 때, 사람들은 당연히 호랑이 정보에 더 빨리, 더 적극적으로 대응한다는 것이다. 이유는 살아야 하기 때문이란다. 바나나는 나중에 먹어도 되지만 호랑이에게 잡혀 먹히면 모든 것이 끝이기 때문이다.

 김 교수는 현대를 사는 인간은 여전히 본능적으로 부정적 정보에 더 빨리 반응한다며 그래서 세상의 뉴스가 죄다 그렇게 부정적이라고 꼬집었다. 좋은 뉴스에는 관심을 보이지 않지만 나쁜 뉴스, 불길한 뉴스, 슬픈 뉴스에 대한 반응은 즉각적이라는 거다. 그러면서 뉴스가 상품이 돼 버린 오늘날, 뻥튀기해서 먹고 사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고 했다. 각종 SNS를 통해 전달되는 뉴스도 죄다 분노, 불안을 부추기는 부정적 정보들뿐이고 슬픈 소식에 ‘좋아요’를 눌러대는 아주 희귀한 현상까지 벌어지고 있다고 경고했다.

 가짜뉴스. 교묘하게 조작된 ‘속임수 뉴스’를 말한다. 경찰은 가짜뉴스를 ‘실제 언론 보도처럼 보이도록 가공해 신뢰도를 높이는 방식으로 유포되는 정보’로 정의하고 있다. 사상 초유의 대통령 탄핵과 불안한 안보상황, 대통령 선거를 틈타 정치·경제적 이익을 얻기 위해 유포되는 거짓 정보가 우리 모두를 혼란에 빠뜨리고 있다. 거짓이 사실을 압도하는 사회, 사실에 사회적 맥락이 더해진 진실이 자연스레 설 자리를 잃었다. 비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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