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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염일열 서정대학교 지역발전연구소장
인공지능의 물결이 거세게 밀려오고 있다. 자동화, 인공지능 등 기술 진보로 인해 과거 인간만이 수행할 수 있다고 여겼던 작업을 기계가 대신 수행한다. 자율주행 자동차는 운전자가 핸들과 가속페달, 브레이크 등을 조작하지 않아도 스스로 목적지까지 찾아간다. 전기자동차 개발에 앞장서고 있는 테슬라의 CEO 엘론 머스크는 "앞으로 10년이면 대부분의 신차는 자율주행 자동차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자율주행 자동차가 대부분을 차지하면 인간이 운전하는 자동차는 가물에 콩 나듯 보게 될 것이다. 아마도 머지않아 사람이 자동차 운전을 하면 불법인 시대가 될 것이다. 일자리를 놓고 기계와 경쟁하는 시대라고 하지만, 냉정하게 따져보면 기계가 할 수 있는 일이면 그 자리는 기계가 차지한다. 그런 일자리에서 인간은 기계를 이길 수 없다. 계산, 정보 저장을 생각해보면 금방 알 수 있다. 컴퓨터보다 계산을 더 빨리, 더 정확하게 할 수 있는 사람이 있는가. 그러므로 인공지능 시대는 기계와 공존하는 시대이다.

 물론 산업혁명 이후 전개된 기계화 자동화로 인간은 기계와 공존해 왔다. 그런데 인공지능 시대는 질과 양에서 비교할 수 없는 상황이 전개된다. 육체노동을 기계에 맡겨두고 인간은 지능적인 일을 해왔는데, 앞으로는 그 지능이 담당한 일까지 기계에 넘겨주게 된다. 지능 분야에까지 기계가 대신하게 되면서 응용분야 또한 거의 제한이 없다. 기계가 인간의 신체를 대신하고 이제는 지능까지 대신하게 되는 현실에서 그럼 인간은 이제 무엇을 할 것인가, 묻지 않을 수 없다. 그래서 전문가들은 인공지능 시대에는 기계와 차별화된 인간만이 가질 수 있는 고유 역량이 중요해진다고 강조한다. 그런 역량을 지닌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

 미국 카네기멜론대학의 리처드 플로리다 교수는 화이트칼라, 블루칼라에 이어 ‘크리에이티브’라는 개념을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크리에이티브 계층(Creative Class)은 창조 계급이라고 할 수 있다. 이 계층에는 어떤 사람들이 속할까. 크리에이티브 계층은 경제활동을 하는 사람들 중 특히 창조적인 일에 종사하는 사람들을 말한다. 구체적으로 과학자와 엔지니어, 프로그래머, 교수, 시인, 소설가, 예술가, 연예인, 배우, 디자이너, 건축가, 작가(논픽션), 편집자, 문화계 종사자, 연구원, 분석가, 논평가 등 ‘순수 창조의 핵(Super-Creative Core)’이라 불리는 사람들과 관리, 경영, 회계, 법률, 금융, 전문의 및 보건의료직, 하이테크 업종 등 광범위한 지식집약형 산업에 종사하는 ‘창조적 전문가(Creative Professionals)’들을 말한다.

 크리에이티브 계층은 ‘자기 머리로 생각하고 이해하고 행동하는 과정을 통해 지식을 창출해 내는 사람’이다. 이들은 다른 사람이 만들어내고 전해 주는 지식을 수동적으로 받아들여 익히는 데 그치지 않는다. 그래서 리처드 플로리다 교수는 "누구나 창조 계급에 속할 수 있다. 자신의 일에서 창조성을 발휘해 경제적 이윤을 창출하고 있다면 그들 또한 창조 계급"이라고 말한다. 크리에이티브 계층이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가장 절실히 필요한 것은 아이디어, 실행력, 문제 해결력, 그리고 커뮤니케이션 능력이다. 어떤 일에서든 적극적으로 ‘왜?’라는 의문을 제기하고 그것을 꾸준히 개선해 나가는 사람만이 크리에이티브 계층이 될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독서를 통해 정보를 판단하고 재구성하는 능력을 길러야 한다. 물론 직접 경험하면 좋지만, 개인이 경험할 수 있는 게 한계가 있다. 독서는 그러한 한계를 넘게 해준다. 그 한계를 넘기 위해서는 다양한 독서를 해야 한다. 자기계발서, 성공에 관한 책만 읽어서는 그 한계를 극복할 수 없다. 100m 달리기 선수가 날마다 달리기 연습만 하지 않는다. 창조적인 사람이 되려면 소설, 시 등 문학, 인문학, 철학, 역사, 경제, 사회 등을 넘나들며 다양한 지식을 접하지 않으면 안 된다. 창조는 무에서 이뤄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서 새 학기가 시작될 때마다 학생들에게 독서를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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