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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원옥 시인
‘인천은 서울의 가장 확실한 식민지이다’라는 자조 섞인 말이 나올 만큼 인천은 서울의 위성도시적 성격을 탈피하지 못한 채 심각한 문화 빈혈 증세를 드러내고 있다. 빈혈환자에게는 무엇보다 모자라는 피를 수혈하는 것이 가장 시급한 일이듯이 정치·사회적인 힘의 회복 못지않게 필요한 것이 문화 예술적 영양분의 공급이라 할 수 있다. 인천을 보다 아름답고 풍요로운 휴먼 포트로 살려내기 위해 문화예술 중흥 5개년 계획 같은 구체적 방안을 수립해 실행해 나가야 한다고 생각하며, 그렇게 하기를 강력히 바란다. 우선 능력 있는 예술가들이 마음껏 예술 활동에 전념할 수 있는 튼튼한 실질적 기반을 조성해야 함은 물론 인천만의 고유한 문화 및 예술 브랜드를 만들어 내야 한다.

 어느 국가든, 어느 도시든 예술성의 결함이 눈에 띄는 곳은 범죄가 성행하며 또한 시민들은 이런 일들에 대한 불감증을 보이기도 한다. 지금의 우리 사회를 보더라도 젊은 세대들은 부모 세대보다 풍요한 환경에서 자라 교육수준도 높고 개인적인 성향도 강하다. 그러나 자신들이 생각하는 조건의 일자리가 별로 없는 현실에서 취업을 포기하거나 아르바이트 형태로 근무하는 경우가 많다. 올해 처음으로 20대의 실업자 100만을 돌파했다는 이야기이다. 이들에게는 사회에 대한 분노·증오·절망 등이 생길 수 있고 그것이 극심해지면 범죄나 자살로 전락할 수도 있다.

 또 다른 한편 의학기술의 발전과 생활환경 개선 등으로 100세 시대로 진입하고 있어 은퇴 후 여가의 삶에 대한 고민이 많다. 중장년층의 행복 추구, 액티브 시니어 세대의 문화향유 소비가 증가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들에게 문화의 새로운 패러다임이 요구되고 있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또한 각박한 삶을 사는 현대인들은 심리적으로 불안한 마음을 해소하고자 자신이 실행에 옮길 수 있는 손쉬운 여가문화에 대한 욕구가 일어난다. 이런 불안증세를 일으키는 시민들에게 문화예술 분야에서 나타난 흐름과 경향이 사회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 또한 간과할 수 없는 일이다. 문화정책은 이러한 문화예술 분야의 역동적 변화와 흐름을 우선적으로 파악하고 문화예술 분야에서 필요한 제도의 구축과 문제점의 완화를 위해 노력할 필요가 있다.

 이런 시점에서 문화의 변방지대라는 불명예스러운 이름을 털어 내고, 특색 있는 한국의 문화 예술의 항구도시로 만들기 위해 정책입안자, 예술가, 시민 모두가 함께 힘을 모아야 하리라. 요즘 아주 드문 경우이지만 주민들의 생활과 밀착된 공간 ‘예술 공동작업장’이나 ‘시장 속 예술도서관’ 등이 생겨나고 있어 만들기라든가 각종 포럼, 시낭송 작은 음악회 등 그 지역의 문화예술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다. 예전의 문화 향유를 위한 콘텐츠를 주입하는 방식에서 최근에는 지역주민들이 자발적으로 문화를 만들어 나가는 방향으로 변화가 이뤄지고 있다. 이런 시민들의 기본 바탕 위에서 항구도시의 이미지를 살려 세계 속의 특색 있는 도시로 발돋움해야 한다.

 관광객의 적극적인 유치 방법도 생각해볼 일이다. 이것은 경제적 이득을 창출하는 일이기도 하다. 요즘 사드문제로 중국 관광객이 줄어들기는 했지만, 다른 국가들의 관광객을 불러 들인다 하니 각 국가의 날을 제정해 문화만들기 이벤트, 섬과 유적지 등의 여행코스 개발, 면세점 등을 활성화하는 일이다. 2012년에 외래관광객 수가 1천만 명을 돌파했으며, 지난해에 비해 외국인 공연 티켓 판매량이 5배 정도 증가했다. 이러한 해외 관광객을 끌어들이기 위해 예를 들어 K-pop 스타 아이돌, 뮤지컬이나 연극 등 예술 관광 수요를 흡수하기 위한 시도 즉, 공연관광 등을 새로운 관광형태로 개발 성장시켜야 한다.

 더욱이 인천은 트라이포트(Tri-port) 즉 공항(Air-port), 항만(Sea-port), 정보항(Tele-port)의 3개 부문을 집중 육성해 21세기에는 인천이 국내의 정보 및 물류 중심지가 되겠다는 장기 비전을 갖고 있는 도시이다. 서울의 변방이 아닌 ‘해 뜨는 인천’으로 만든다고 시는 말하고 있다. 이렇게 거대하게 커가는 인천을 그럴싸한 겉모습만의 아름다움이 아닌 질적으로 차원 높은 문화도시로 탈바꿈해 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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