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G02]실학박물관은 17일부터 8월 27일까지 기획특별전 ‘여성, 실학과 통하다’를 개최한다.

조선시대 ‘여성’이라 하면 흔히 ‘여필종부’, ‘삼종지도’, ‘현모양처’ 등 유교 윤리의 틀 안에서 살아가는 모습을 사람들은 떠올린다. 조선시대 대다수 여성들이 생활 속에서 실과 바늘을 가까이 하고, 붓과 벼루는 멀리한 채 삶을 살았던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붓과 벼루로 상징되는 학문이 남성만의 전유물이었던 시절에도 "나의 소원은 남자로 태어나 원 없이 책을 읽어 보는 것이다"라는 조선시대 어느 여인의 소망처럼 생활 속에서 실천적 학문으로 자신을 표현한 여성들도 있었다.

이번 전시에서는 조선시대 사대부 여성의 삶의 모습과 그들이 남긴 시문, 성리서, 실용서 등 조선후기 실학과 연관된 유물을 보여 준다.

주요 인물로 청상과부로 수절하며 시아버지 채제공의 전기를 쓴 정약용의 누이 정씨부인, 자식들을 훌륭히 키워 낸 조선의 어머니 장계향, 여성 문인 김호연재와 남정일헌, 14세의 나이로 홀로 금강산에 오른 김금원, 열녀 되기를 거부한 풍양 조씨, 여성 성리학자 임윤지당과 강정일당, 「태교신기」를 편찬한 이사주당과 「규합총서」의 이빙허각 등이 있다. 이들은 조선시대 문학, 성리학, 생활학문의 연구를 통해 여성으로서 주체성을 찾고자 한 인물들이다.

‘실학’ 연구가 조선사회의 개혁담론과 근대성 문제에 천착하면서 ‘여성’과는 다소 거리를 뒀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생활사와 문화사의 연구가 확산되면서 조선시대 여성들이 남긴 실용적인 학문을 학계에서 주목하고, 관련 자료 발굴도 활발히 이뤄지고 있는 실정이다.

여성과 실학의 접점은 실용학문 분야에서 이뤄진다. 최초로 태교 관련 내용을 집대성한 이사주당(李師朱堂, 1739~1821), 여성 백과사전인 「규합총서」의 편찬자 이빙허각(李憑虛閣, 1762~1822)은 여성이 가정에서 담당해 왔던 육아·음식 등 가사업무를 체계적으로 정리했다. 구전과 경험에 의해 전해져 온 생활의 지혜가 19세기에 이르러 두 여성 실학자에 의해 학문적 결실을 맺었던 것이다.

전시는 1부 ‘조선시대 여자로 산다는 것’, 2부 ‘시와 학문으로 나를 표현하다’, 3부 ‘열녀 담론’, 4부 ‘여성 실학자의 탄생’으로 구성됐다.

박노훈 기자 nhp@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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