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트럼프 미 대통령이 시진핑 중국 주석과의 정상회담에서 ‘북한 문제를 해결하는데 협조하는 대가로 대중(對中) 무역 적자를 용인하겠다’는 취지의 거래를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드배치라는 군사적 이슈를 우리에게 경제보복으로 푼 것처럼 바로 그렇게 트럼프로부터 경제 압박카드를 받고 고민하는 시진핑의 모습에서 냉정한 국제외교의 현실을 실감하게 된다. 중국은 여지껏 그래 왔듯 남북이 대치된 상태로 계속해서 흘러가기를 바랄 것이다. 북한의 존재 가치는 미 군사시설에 대한 완충지대로서 뿐만 아니라 필요시 일본에 대해 공동의 대항력을 형성하는 수단이 되기 때문이다. 체제 유지를 위한 비용도 한국의 경제적 기여로 충분히 상쇄되는 마당에 굳이 대북제재에 나설 이유가 없다.

하지만 이러한 중국의 나홀로 이익 게임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게 됐다. 어린 김정은의 광기와 도발, 벼랑끝 전술이 그렇게 만들었다. 단 0.01%의 확률이 될지라도 핵 및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 통제할 수 없는 곳에서 미 본토를 향해 겨누고 있는데 세계 최강국이 가만히 있을 리 만무하다. 하물며 예측불허의 사이코패스가 발사 버튼을 쥐고 있으니 더 말할 나위가 없다. 근자엔 한국까지 미세먼지 문제와 사드 경제보복, 서해상 중국어선의 횡포가 겹치면서 대중국 친밀도가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 어떤 정권이 들어서더라도 중국의 계산대로 흘러가지는 않을 것이다. 북한제재에 동참하든지, 미국 및 연합세력과의 경제과실을 포기하든지 중국도 선택을 해야 할 시점이다.

사실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을 개발한다 해도 우려하는 것처럼 미 본토를 공격하기 위한 목적은 아닐 것이다. 그렇다고 북한이 순수한 의미의 자위적 수단으로 대량 살상무기를 개발하는 것이라 주장한다면 이 또한 지나친 착각이다. 1950년 한국전쟁 때나 지금이나 변한 건 하나도 없다. 저들의 궁극적인 목표는 오로지 한반도 적화통일이다. 대통령을 위시한 국민 모두가 어정쩡한 모습을 보여선 안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나마 다행인 건 최근의 북한 사태와 사드 배치를 둘러싼 외교갈등, 중국의 보복조치 등 일련의 사태를 통해서 우리가 어느 곳에 서 있어야 하는지 점점 명확해져 간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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