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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순목 자유한국당 인천시당 부위원장
‘악법도 법이다’라고 소크라테스는 이야기했지만 민주화운동을 이끌었던 시민사회에 있어서는 아니었다. 그들은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 등 군사정권하에서 법은 민중을 억압함으로써 독재를 공고히 하고 군사정권을 연장하고자 하는 수단으로 인식했고 따라서 그 정당성을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법을 따르는 것은 잘못된 것(불의)에 굴종하는 것이었고 이에 대항해 투쟁하고 거부하는 것을 정의라고 생각했다.

 정당성을 인정받지 못한 군사정권과 이들의 통치수단으로서의 법을 인정하지 못하겠다는 시민사회 진영 간의 오랜 대치는 문민정권이 들어서고도 상당기간 영향을 미쳐 국민들의 법의식을 낮게 유지시켜 온 것이 사실이다.

 목표가 정당하면 수단이 정당하지 않아도 된다는 의식은 각종 시위현장에서 폭력시위 등으로 등장했을 뿐만 아니라 우리 국민들도 이를 관대하게 인정해 주었다. 때문에 외국에서는 당연하게 집행되는 법의 집행도 국내에서는 과잉이라는 꼬리표가 항상 붙어 다녔다.

 하지만 최근 대한민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련의 사태는 기존의 고정관념을 송두리 채 뒤집을 만한 놀라운 전환점이 될 만하다.

 그것은 그동안 준법의식이 낮았던 것으로 보여왔던 시민사회가 스스로 법 테두리 안에서 정당성을 유지하며 보수정권에게 법을 지키고 준수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반면에 보수의 아이콘이었던 박근혜 정권은 오히려 사적영역과 공적인 영역의 경계를 무너뜨리며 국정의 혼란을 자초했고 급기야 헌법 수호의 의지가 부족하다며 탄핵 받아 불명예 퇴진의 쓴맛을 보았다.

 특별검사와 특별수사본부의 조사 그리고 재판과정에서 들려오는 소식들을 들을 때마다 과연 대한민국에서 보수가 존재하기는 했는가라는 의구심을 자아내게 한다.

 이전에 386세대의 전유물로 알고 있었던 "불문하고 법에 저항"하는 행태가 보수정권의 사회지도층에서도 광범위하게 퍼져 있었음이 이번의 사태로 밝혀진 것이다.

 지난 연말 광화문을 비롯한 전국의 촛불 집회에서 보아왔듯이 시민사회가 스스로 법의 테두리를 넘어서지 않는, 다시 말해 전과 다른 변화의 길을 선택했다면 소위 대한민국을 공적인 위치에서 이끌어 가는 사회 지도층은 더 철저한 변화로 이에 응답해야 한다. 더 각성하고 맑아져야 한다.

 불행하지만 대통령 탄핵의 결과로 치러지는 이번 대선으로 우리 국민들은 곧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나게 된다. 새로 탄생하는 지도자는 대한민국의 밝은 미래를 제시해야 한다.

 따라서 이제 과거 군사 및 독재정권 시대와 연관이 있었던 세력과 아니면 이에 탄압 받음으로써 불행했던 과거의 트라우마를 가진 세력은 미래, 긍정, 혁신으로 충만한 신진 세력에게 자리를 내줘야 한다.

 아울러 지난 탄핵이 ‘불문하고 자기 진영의 정당성’을 증명하고자 하는 억지논리의 근거로 사용돼서는 안 된다. 자신의 살을 도려내는 노력으로 국민들을 마주해야 한다. ‘잘못한 너’를 통해서 자기 진영의 정당성을 찾으려 한다면 그것은 대한민국에 있어 앞으로의 전진이 아닌 불행했던 과거로의 회귀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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