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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후보들의 안보 공약 가능한가?

나채훈 삼국지리더십연구소장/역사소설가

기호일보 webmaster@kihoilbo.co.kr 2017년 04월 18일 화요일 제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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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채훈 삼국지리더십연구소장
현재 여론조사에서 1, 2위를 달리고 있는 대선 후보들의 안보 공약을 보면 미사여구나 희망사항에 불과한 것이 많고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배치에 대한 입장 변화를 보면 미덥지 않다. 안철수 후보는 "국가 간 합의는 존중해야 한다"면서 "국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국회 비준과 국민투표까지 제안했던 입장을 180도 바꿨다. 중도·보수표를 얻기 위한 방편일 것이다. 문재인 후보 역시 "북한이 계속 핵 도발을 하고 핵 개발을 고도화한다면 사드 배치가 강행될 수 있다"고 했다. 사드 배치를 현실적으로 인정한 쪽으로 바뀐 게 분명하다.

 안보 정책에 대한 입장은 국제 정세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그러나 한 나라를 이끌어가겠다고 나섰다면 입장 변화에 대해 그 이유를 설명하고 자신의 과거 판단이 잘못됐음을 솔직히 인정해야 한다. 그런 다음에 국민을 설득해야 한다. 이것이 책임 있는 정치인의 자세일 테고 지도자라면 지켜야 할 덕목이다. 안 후보는 상황 변화에 대한 납득할 만한 설명도 없이 표변하고 있고, 문 후보도 확고한 비전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중대한 일이 아닐 수 없는 것이다. 한반도 평화와 같은 중차대한 문제에서 미국의 압력에 끌려 다니거나 중국의 눈치를 보기에 급급한 것은 결코 유쾌한 일이 아니다.

 지금 북핵 위기를 눈앞에 두고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일관성을 잃고 오락가락한다. 위기를 관리하고 해결해야 할 지도자가 오히려 위기를 부추기는 꼴이다. 시진핑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 후에 "중국과의 관계에서 엄청난 진전을 이뤘다"고 하더니 몇 시간 후에는 북핵에 대해 중국 역할론을 내세워 압박하는 발언을 내놓았다. 동시에 미국의 독자 행동 가능성을 강력히 시사하기도 했다. 핵추진 항공모함의 한반도 배치를 명령해 대북 선제타격설이 나돈 후에는 군사적 조치보다 정치·경제적 제재에 초점을 맞춘 대북정책을 승인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도무지 어느 게 진짜뉴스인지 헷갈린다. 틸러슨 국무장관도 그렇다. "모든 군사 옵션이 테이블 위에 놓여 있다"고 하더니 "북한의 정권 교체는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뉘앙스가 전혀 다른 말을 꺼냈다. ‘비핵화·평화·안정·대화해결’이란 3대 원칙의 되풀이가 거듭되는 가운데 일본의 아베 총리는 자신이 지향하는 전쟁 가능한 국가로의 개헌 추진에 발맞춰 일본의 무장 강화 명분을 위한 행보와 무관치 않은 한반도 위기설 쪽에 무게를 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기도 하다.

 사실 전쟁과 정치의 관계를 가장 노골적으로 볼 수 있는 곳이 미국이라는 나라다. 미국에서 대통령의 결심 하나로 전쟁이 일어난 예는 무수히 많다. 미국 대통령들의 정쟁은 애국심을 자극하고 야당의 반대로 무력화함으로써 결집효과를 내왔다. 미·중 정상회담 도중 시리아를 공격한 토마호크미사일 59발의 경우가 잘 보여준다. 공습 후 CBS가 공개한 여론조사에서 지지가 57%로 반대 36%보다 많았다. 트럼프에게 까칠했던 존 매케인 등 공화당 상원의원들은 결단을 칭찬했고,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도 반대를 접었다. 트럼프가 가짜 언론이라고 비판했던 CNN마저 "트럼프가 처음으로 대통령다웠다"고 평가했다. 중국은 어떤가? 치졸하게 사드 보복을 하는 건 둘째 치고라도 중국이 말과 시늉이 아닌 실질적 대북 압박을 실행하지 않으면 북핵 문제가 평화적으로 해결되기는 어려운 현실이다. 그들이 북한으로 들어가는 석유 파이프를 잠그는 과감한 조처를 할까. 그렇게 하지 않을 가능성이 훨씬 더 높다. 북한이라는 전략적 자산을 잃으려 하지 않을 테니 말이다. 지금까지 20년 넘는 북핵의 역사에서 무수한 대책들이 명멸했으나 북한은 ‘핵이 생존수단’이라고 억지를 쓰면서 핵 개발을 계속해 왔고, 핵 보유를 눈앞에 두고 있다. 누구도 이를 막지 못했다. 북한붕괴론을 내세우며 국민들에게 허망한 꿈을 내놨던 전 정권에 대한 비판도 요즘은 말발이 서지 않는다. 시급한 것은 언제가 될는지 모를 최종 목표를 미사여구나 희망사항으로 내놓을 것이 아니라 당장 북한의 핵 능력 고도화를 막아내는 일이다. 중국을 적절하게 압박하고 미국에 전략적으로 협력해 북한 체제를 뒤흔들 정도의 강력한 제재를 시스템화하는 일이다. 대선 후보들의 안이한 인식이 걱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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