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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태우 고려대 연구교수
다가오는 5월 9일의 대선은 대한민국 미래를 결정하는 매우 중요한 선거가 될 것이다. 정상적인 대선 스케줄로 차분히 국가의 개혁을 논하고 한반도 주변의 불확실성에 대한 심도 있는 토론을 거쳐 가장 자질이 있고 적합한 후보를 선출하는 대선이 돼야 하는 당위성과는 거리가 멀게 조기 대선일정으로 유권자들이 차분하게 후보들을 검증하고 개혁과제에 대한 고민을 할 시간이 매우 적은 비정상적인 대선인 것이다. 특히나, 대통령 탄핵정국으로 국론이 장기간 분열돼 합리적인 정책토론의 마당이 실종되고 보수와 진보진영의 이분법적인 논쟁으로 국민들의 마음도 매우 피폐해진 상황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의 실정에 대한 탄핵심판이 대통령선거의 결과를 결정하는 구도로 급하게 대선판이 고착화돼 그 방향으로 성난 민심이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과거 40% 정도의 보수층이 지금 어디에 있는지 정확치는 않지만 여러 갈래로 분열돼 단합된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다.

불안하고 불행한 국내정치와는 별도로, 한반도 주변의 안보상황은 하루하루 더 악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의 그 어느 정치세력도 이에 대한 책임 있고 믿음직스러운 해법을 제기하지 못하고 과거의 판에 박힌 전쟁불가론, 이상적인 평화논리만 앵무새처럼 외치면서 상황이 최악으로 곪아버렸다. 철 지난 북한 독재정권의 시대착오적인 만행에 대한 해석도 부족하고 이를 해결하는 해법을 제대로 제시하고 있지 못하다. 이미 한반도 주변의 열강들은 북한을 실질적인 핵 보유국 수준으로 인식하고 이를 타개하는 후속조치에 올인하고 있는데 안보불감증에 걸린 대한민국은 안보문제의 깊이를 다 알고 있는지 걱정스러울 뿐이다.

이제는 이처럼 중차대한 국내외의 상황을 냉정하게 인식하고 대한민국의 정통 보수세력은 대통령 탄핵사태에 대한 문제는 일단 사법당국의 판결에 맡기고 미래지향적으로 현실의 국론 분열과 한반도 주변의 불안정한 안보 변수를 관리하는 책임 있는 정치세력으로서의 역할을 포기해선 절대로 안 될 것이다. 국민들이 이처럼 국가가 위기에 처한 현실에서는 국가와 공동체의 문제에 더 관심을 갖고 진정으로 이 나라의 안녕을 책임질 후보가 누구인지 더 고민해야 할 것이다.

특히, 최근의 여론조사에서 진보나 중도 진영의 후보들에 비해서 매우 낮은 국민적인 지지세를 갖고 있는 보수진영의 후보들은 이러한 어려운 국내외의 정치 상황을 차가운 이성으로 냉정하게 인식하고 하나도 국익 둘도 국가의 안위를 지킨다는 보수 본연의 책임을 느끼고 난국타개 해법을 제시하는 살신성인(殺身成仁)의 단합된 행보를 위해 지금부터라도 노력해야 한다. 후보단일화 일정에 합의하고 신속하게 실천해야 한다는 애국진영의 목소리와 보수유권자들의 염원을 저버리면 안 된다. 매사에 위기가 곧 기회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지난 4·12 재보궐선거에서 승리한 자유한국당에 대한 샤이보수 민심을 잘 해석하고 이를 헛되이 하지 않기 위한 보수진영의 단일화를 외치는 역사와 보수층 국민들의 목소리를 겸허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정통 보수정치권의 사명을 다시 새기며 정치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 겸허하게 되새기면서 5월 9일 이후의 새로운 역사를 겸허하게 고찰해 봐야 할 것이다. 역사는 도도히 흐르고 정치는 살아있는 생물처럼 항상 변하기 때문이다.

한반도 주변에 가파르게 흐르고 있는 불확실성의 변수들을 제대로 파악하고 잘 관리할 수 있는 내공과 균형감을 갖춘 후보가 국정을 이끌도록 보수 유권자들이 다시 한 번 대동단결해 안보 위기 속에서 보수의 사명을 정립하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새로운 역사는 저절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시대정신을 고민하는 사람들의 땀과 고뇌로 이뤄지는 것이다. 지금 대한민국이 보수에게 요구하는 시대정신과 사명이 무엇인지 보수 정치인들과 보수 유권자들은 다시 스스로를 고찰해 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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