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제37회 장애인의날이다. 장애인에 대한 막연한 편견과 그릇된 인식을 개선하면서 더불어 사는 세상을 구현하자는 의미지만, 정작 폭넓은 공감대를 이뤘다고 보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장애인의날에 즈음해 각 도, 시, 군구별로 기념식이 열려 장애인들이 자기 정체성을 확인하며 극복의지를 다지는 데 기여하고, 장애, 비장애인 간의 편견을 해소하기 위한 프로그램들이 다양하게 준비되거나 진행되고 있다. 이처럼 풍성하고 다양한 행사들이 열리는 것은 반가운 일이나 행사가 행사로 그쳐서는 안된다는 생각이다. 행사가 있을 때는 관심을 갖다가도 행사가 끝나면 모두 원점으로 돌아가는 일과성 행사를 수없이 보아 왔기 때문에 하는 말이다.

 장애인에게 진정 필요한 것은 성공한 장애인을 소개하거나 일일 장애체험 행사가 아니라, 비장애인과 동등하게 일상의 생활을 영위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 주는 일이다. 장애인들은 그들만을 위한 특별한 대접을 원하는 것이 아니다. 그들이 자립할 수 있는 여건이 필요할 뿐이다. 그런 여건을 만들기 위해선 그들을 하나의 인격체로 대해야 하며 ‘나와 다른 차이를’ 인정하고 존중해 줘야 한다.

 장애인이나 비장애인이나 우리 사회의 당당한 일원으로서 사회에 공헌할 의무와 권리를 갖고 있다. 그러나 장애인에 대한 비장애인의 편견과 멸시, 무관심은 그들의 몸과 마음에 더 큰 상처를 주고 있다. 장애인이 신체적·정신적 능력이 온전하지 못한 것이 사실이지만, 그것이 다른 사람이나 사회에 폐를 끼치는 것이 아니다. 따라서 비장애인과 같이 사회생활을 할 수 있도록, 시혜적 복지가 아니라 엄연한 사회 구성원으로서 정체성을 갖고 당당하게 살아갈 수 있는 생활 여건을 국가와 지자체가 앞장서서 마련해야 한다.

 모든 사람들은 예비 장애인이다. 우리의 생활이 풍족해지긴 했으나 언제든 사고나 질병으로 인해 후천적 장애를 입고 힘든 삶을 살아야 할지 알 수 없는 일이다. 다양한 사람들이 한 데 어울리고,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같은 공간에서 살아가는 오늘의 현실에서 차별철폐를 요구하는 장애인들의 절실한 요구에 다시 한 번 귀 기울여야 할 때다. 장애인의 날을 맞으며 당당한 이 시대의 주역으로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경계를 넘어 함께 행복한 사회를 만들어 나갔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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