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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영일 인천지속가능발전협의회 사무처장
완연한 봄이다. 형형색색의 생명이 사방에서 꿈틀댄다. 덩달아 황사와 미세먼지도 창궐한다. 더러는 저 멀리 바다 건너 남의 땅에서 오고 더러는 일상에서 우리가 만들어낸 불청객이다.

 과도한 개발과 환경파괴, 기후변화라는 말을 흔히 듣는다. 그 대책으로 파괴된 환경의 복원, 자연을 닮은 소박한 생활, 재원과 첨단기술의 과감한 동원에 대한 이야기도 귀에 들어온다. 이러한 것들과 연관해 어쨌든 이맘때면 몽골을 향한 마음에 푸른 물이 짙게 든다. 잘 자라고 있을까, 올해는 어떤 땅에 어떤 나무들을 심게 될까 등등. 몽골의 드넓은 초원과 온갖 가축들, 사람들도 그리워진다.

 사막화가 어느 나라보다 빠르게 진행되는 몽골은 국토의 약 90%가 이미 황폐한 지경에 놓였다. 우리의 생명까지도 위협하는 동북아시아 황사의 50%가 몽골 사막화지역에서 발생하고 있다. 사막화 방지에 관심이 컸던 일단의 인천 시민사회단체 관계자가 그래서 지난 2007년 몽골 환경부 장관을 방문했었다. 당시 몽골 조림사업 관련 예산이 우리 돈으로 1억 원 정도였다고 한다. 초원과 목축으로 상징되는 국가인 만큼 숲, 식목, 자연환경 보존 등에 대한 인식은 거의 없었다.

 그 이듬해인 2008년부터 1차 인천희망의 숲 조림사업이 시작됐다. 그 이후 3년간 볼간아이막 바양노르솜을 중심으로 3만여 그루가 식재됐다. 시민모금액 약 4억 원이 쓰였다. 십시일반 후원금을 모으고 적지 않은 자비를 들여 식목에 나설 자원봉사자를 모으기란 말처럼 쉽지 않았다. 인천 시민사회의 노력이 빛을 본 것이었을까. 2010년에는 몽골 정부가 5월과 9월 중순에 1주일 동안을 식목주간으로 지정하는 정책을 내놓았다. 이후 2013년부터는 인천시가 힘을 보탰다. 그래도 시민모금은 꾸준히 이어졌다. 민·관 협력을 표방한 몽골 조림사업은 바양노르솜에서 다신칠링솜으로 지역을 확대해 나갔다. 대략 이렇게 올해로 10년에 이르렀다. 몽골 인천희망의 숲은 인천시민들의 정성과 참여로부터 맺은 아름다운 결실이다.

 최근 유정복 인천시장이 바상자브 간볼드 주한몽골대사와 킬라파르티 라마크리쉬나 UNESCAP 동북아사무소장을 접견했다는 뉴스를 이곳저곳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몽골사막화·황사방지를 위한 ‘인천희망의 숲’ 조성사업을 비롯해 다양한 우호협력을 거론했다고 한다. 인천시가 몽골에 대해 인도적 사업, 문화·체육 교류, 경제협력을 모색하는 것은 자연스럽다.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날 좋은 분위기 속에 우호교류를 말할 수 있었던 것은 사실 그간의 민간 교류와 협력이 토대가 됐기 때문이다.

 오는 5월 23일부터 27일까지 몽골 현지에 인천희망의 나무가 심어질 예정이다. 시민사회단체 관계자들과 자원봉사자, 현지 주민들이 참여하는 식목행사가 진행된다. 특히 10주년 시민참여 이벤트가 준비되는 상황이다. 사막화에 대응하려는 시민적 노력, 우리의 건강을 스스로 지키려는 절실함이 인천희망의 숲의 씨앗이었음을 되새겨 보게 된다. 앞으로 나아가기 위한 어깨동무도 더욱 강해질 것이다.

 인천시민의 나무가 황량한 몽골 초원을 초록으로 물들인다는 사실이 자랑스럽기도 하거니와 기후변화 완화, 파괴된 환경의 복원이라는 보람이 그간의 노고를 잊게 한다. 두루 감사하고 계속 이어갈 일이다. 그러려면 손과 발로 움직일 사람, 일하는 방식, 취지나 목적 등 해서 사업의 토대가 더욱 튼튼해져야 한다. 인천시가 확고한 정책적 판단을 견지하면서 몽골에 대한 기후변화 대응 활동을 강화하는 한편 내용, 지역, 방식에서 영역을 폭넓게 가져 가야 한다. 인천시민과의 긴요한 파트너십을 확고히 하는 노력도 중요하다. 국제사회 일원으로 책임을 다하는 선도 도시로 자리매김하고 기후변화 대응의 모범으로 도약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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