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름다운 모범 농부철학자 ‘피에르 라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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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성군 농협구례교육원 부원장
농부 철학자 피에르 라비는 한국 농촌의 자화상을 비춰주는 거울이다. 당시 거대 자본에 의한 기계식 산업이 불러온 재앙에 대해 그는 어떤 생각을 했을까. 유럽과 아프리카를 대표하는 환경운동가 피에르 라비는 인간과 대지를 연결하는 한 농부 철학자의 삶과 사상을 담고 있다. 그는 생명농업의 선구자, 농업과 생태학을 연결한 농부, 땅을 지키는 철학자, 미래의 씨앗을 뿌리는 농부 등 수식하는 단어가 많다. 그는 1939년 아프리카 남부의 케낫사 오아시스에서 태어났다. 프랑스인 부부에게 입양됐으나, 알제리전쟁이 발발하고 양부모와 헤어져 프랑스로 향한다.

파리에서 도시생활을 경험하면서 삶의 의미를 잃고 무기력해지도록 몰아가는 억압과 착취뿐인 사회구조에 회의를 느낀다. 그는 대지를 삶의 터전으로 대대손손 일궈 조화로운 삶을 꾸리던 고향의 농부들을 생각하며 아내 미셸과 함께 남프랑스의 농촌 아르데슈에 정착한다. 하지만 그 무렵 프랑스 대부분의 농촌은 농업의 공업화로 인해 사막화되던 시점이었다. 생산 제일주의에 따라 비료와 살충제의 대량살포로 땅은 생명력을 잃고, 그것을 이용하던 인간이 직접적인 피해를 입는 것을 목격하면서 화학물질을 사용하지 않고 경작하는 방법이 있다는 것과 자신과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이 또 있다는 사실에 힘을 얻는다. 그리고 비료와 살충제 대신 거름과 자연의 순환을 이용하는 생명농업의 길을 걷기 시작한다. 40년 넘게 프랑스는 물론 유럽과 아프리카의 여러 나라를 오가며 자신이 직접 경험해 얻는 자연농법을 농민들에게 전파하고 있다. 또한 농촌 붕괴 위기에 봉착한 나라를 구하기 위해 농민들을 자국의 농촌으로 보내 국경을 초월한 농업·농촌 지키기 운동을 벌이고 있다.

# 봄이 오면 그 문턱 앞의 눈도 역시 녹는다.

라비는 이 세상에 영원한 건 대지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사람이 사는 게 무엇인지 간절한 소원이 왜 안 이루어지는지 아직 모르던 그가 우울한 마음으로 말을 걸 때면 대지는 언제나 다정하게 대답해 줬다고 말한다. 겨울 다음에 봄이 오고 죽음 다음에 생명이 온다는 걸 그가 잊어버릴 때마다 대지는 우뚝 일어서 환히 웃으며 반겨 줬다고 중얼거린다. 아울러 "그대의 삶이 아무리 남루하다 해도 그것을 똑바로 맞이해서 살아가라. 그것을 피하거니 욕하지 말라. 부족한 것을 피하거나 욕하지 말라. 부족한 것을 들추는 이는 천국에서도 그것을 들춰낸다. 가난하더라도 그대의 생활을 사랑하라. 그렇게 하면 가난한 집에서도 즐겁고 마음 설레는 빛나는 시간을 갖게 되리라. 햇빛은 부자의 저택에서와 마찬가지로 가난한 집의 창가에도 비친다. 봄이 오면 그 문턱 앞의 눈도 역시 녹는다." 라고 말하고 있다.

이렇게 농부철학자 피에르 라비는 모성적인 대지로서 생명을 지탱해주는 대지에 대해 고마움을 표시하고 있다. 그것은 다정함과 겸손의 표시이다. 대지는 어머니다. 대지는 식량을 공급한다. 농사일은 식량을 공급해 주는 대지와 맺은 합의이다. 이 합의는 다정함과 이해, 겸손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 피에르 라비의 농사 철학이다. 그는 대지에 가까이 머무는 것이 곧 자신에 가까이 머무는 것임을 일깨워 준다.

# 대선후보들의 농업관이 분명해야

그런 의미에서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라비의 농촌 철학은 ‘경종’을 울려 주고 있다. 그가 우리에게 경종의 울림을 준다는 것은 라비의 삶이 곧 농업보호 무용론자들에게 울림을 준다는 말이다. 대선을 목전에 두고 있는 상황에서 여러 변수가 예상된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농업보호 무용론자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이때, 대선후보들의 농업관이 분명 농업인의 눈길을 사로잡을 것이다. 따라서 우리나라의 농업 농촌을 반드시 지키고, 농업·농촌·농업인을 회생시킬 수 있는 올바른 농업정책을 제시하고 이를 반드시 실천해 낼 수 있는 정치지도자를 선출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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