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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박현정 인천섬연구회 회원, 인천진산과학고 교사
‘이작도’는 인천에서 남서쪽으로 약 54㎞ 지점에 있다. 크기에 따라 두 개의 섬은 ‘대이작도’와 ‘소이작도’로 구분한다.

 고려 말부터 조선 초까지 서해안에 출몰하던 해적이 은거하던 섬이라 해 ‘이적도(夷賊島)’라 불렀다가 이적이 이작(伊作)으로 변해 이작도(伊作島)가 됐다고 한다.

 실제로 소이작도 휘청골 해변 안쪽 300여m 떨어진 ‘큰산’ 기슭에는 해적이 살았던 것으로 추정되는 움막 터와 샘물의 흔적이 남아 있다. 정확치 않으나 적어도 100명 이상의 해적이 활동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마을 사람들은 주장한다. 과거 대이작은 소이작으로, 소이작은 대이작으로 불렸으나 실제 면적이 소이작이 조금 넓어 대이작도로, 대이작은 소이작도로 바뀌었다고 한다.

 ‘대이작도’의 면적은 2.57㎢, 해안선 길이 18㎞, 인구는 283명에 불과한 작은 섬이다. 하지만 맑은 물과 깨끗한 백사장, 울창한 해송 숲 등의 비경을 간직하고 있어 결코 가볍게 여길 만한 섬이 아니다. 영화 ‘섬마을 선생’ 촬영지로 알려진 섬이기도 해 대이작도를 찾는 관광객이 제법 많은 편이다.

▲ 대이작도 풀등
인천에서 여객선을 타고 대이작도 선착장에 도착하기 전 마주한 소이작도 동쪽 끝 해안가에는 손가락을 펴고 하늘 가리키고 있는 듯한 특이한 암석(시스텍)인 ‘손가락 바위’를 볼 수 있다. 손가락 바위는 해풍과 파랑에 의해 암석 해안 대부분이 침식을 받아 깎여 나가고 암질 가운데 단단한 일부가 남아 형성된 ‘시스텍’에 해당된다. 손가락 바위를 다가가 자세히 살펴보면 암석 표면에 염풍화 작용을 받아 구멍이 많이 나 있는 ‘풍화혈(타포니)’을 확인할 수 있다.

▲ 대이작도 부아산에서 바라본 소이작도
대이작도 내에는 큰풀안(장골), 작은풀안, 목장골, 떼넘어(계남) 등 해수욕장 4곳이 있다. 이곳 모두 아주 고운 모래가 깔려 있는 데다 바다 쪽으로 한참 들어가도 어른 키를 넘지 않을 만큼 경사가 완만하다. 특히 큰풀안 해수욕장에서 보트를 타고 500여m만 나가면 뭍도 아니고 바다도 아닌 모래사막과도 같은 풀등에 닿는다. 하루 6시간 정도의 썰물 때마다 동서 2.5㎞, 남북 1㎞의 규모로 드러나는 이 모래사막에서는 수영을 즐기거나 조개도 캘 수 있다.

 대이작도의 풀등(풀치)은 밀물 때는 바다에 잠겨 있다가 썰물 때마다 솟아오르는 거대한 모래섬으로 조수간만의 차가 큰 사리 때는 길이 5㎞에 달할 만큼 큰 풀등이 모습을 드러낸다. 그 규모가 국내 제일 큰 것으로 알려져 있다. 풀등은 해양생명체들의 산란장으로 생태적 가치가 커 2003년 12월 대이작도 주변 해역을 해양생태계 보호구역으로 지정·보호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경기만 해역에서 모래 채취로 인해 해류의 물길이 바뀌고, 이에 따라 모래 공급이 이뤄지고 있지 않아 점차 풀등의 모래가 사라지고 있어 안타깝기만 하다.

▲ 대이작도 부아산 봉수대.
작은풀안 해수욕장은 백사장이 깨끗하고 조용하며 인근 3만3천㎡ 정도의 소나무 숲에서는 야영이 가능하다. 조수간만의 차가 심하지 않는 곳으로 해수욕을 항상 즐길 수 있다. 간조 때에는 고둥·박하지(게) 등을 잡을 수 있다. 주변에 민박집·펜션 등 편의시설이 많고 풍광이 아름다워 사시사철 관광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작은풀안 해수욕장 동쪽 해안에는 데크 산책로가 개설돼 있다. 산책로가 끝나는 지점에 서 있는 정자에서는 큰풀안해수욕장·풀등·사승봉도 등 주변 절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이 데크 산책로 중간쯤에는 한반도 자연사에 큰 의미를 가진 우리나라 최고령 암석을 관찰할 수 있다.

 깊은 땅속에서 높은 열과 압력을 받아 형성된 것으로 알려져 있는 작은풀안 해안가에 있는 ‘혼성암’은 열에 약한 광물로 구성된 암질은 쉽게 녹은 반면 열에 강한 광물로 구성된 암질은 녹지 않고 변성돼 형성된 화강암과 변성암이 혼합된 암석으로, 무려 26억1천만 년 전의 것으로 보고 있다. 남한에서 가장 오래된 암석 연령을 띠고 있다.

▲ 손가락 바위
 대이작도 한복판에 우뚝 솟은 ‘부아산(162.8m)’은 천혜의 바다 전망대로 정상 부근까지 찻길이 나 있어 오르내리기도 쉽다.

 전망대에는 과거 봉화를 올렸던 곳으로 봉수대를 복원해 놓았다. 작은 구름다리(현수교)를 건너 정상에 자리한 전망데크에 올라서면 풀등·승봉도·사승봉도·소이작도·대이작도·덕적도·소야도·선갑도·굴업도가 모두 시야에 들어온다.

 정리=최유탁 기자 cyt@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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