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의 안이한 대처로 천문학적인 시민 혈세가 낭비되게 생겼다.

주민 반발에도 인천항 지하차도 폐쇄를 강행했으나 지하매설물을 완전히 철거하지 않아 향후 100억 원대의 비용을 부담해야 할 처지다.

20일 시에 따르면 인천항 지하차도는 길이 570m, 폭 18m, 깊이 5m의 왕복 4차로 도로로 2014년 폐쇄됐다. 민자고속도로인 제2외곽순환(인천~김포)고속도로 고가교를 설치하기 위해서다.

제2외곽순환고속도로는 인천시 중구 신흥동에서 김포시 양촌읍 양곡리를 잇는 총길이 28.88㎞, 4~6차로 도로다. 사업시행자는 인천김포고속도로㈜다.

하지만 사업시행자가 사업구간 내 인천항 지하차도를 폐쇄하는 과정에서 기존 구조물을 전부 제거하지 않고 매립하면서 문제가 발생했다.

이 때문에 시가 옛 지하차도 구간에 상하수도관과 가스관 등을 매설할 경우 구조물을 철거하는 작업을 다시 시행해야 한다. 철거 비용만 150억여 원이 추정된다. 시가 모두 부담해야 할 금액이다. 시는 지난해 말 이 같은 사실을 알고 사업시행자에 지하차도 구조물의 완전 철거를 요구하는 공문을 보냈으나 관련 기준상 문제가 없다는 답변만 돌아왔다.

도로공사표준시방서에는 ‘도로 완성면에서 최소 1m 깊이까지 모든 구조물을 제거한다’는 규정만 명시돼 있다. 나머지 부분에 대해서는 구조물 제거를 강제하지 않는다.

결국 시의 안일한 대처가 화를 키운 셈이다. 지하차도 철거 당시 설계도나 시방서만 꼼꼼히 챙겼어도 구조물을 전부 철거할 수 있었다는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국토부와의 추가 협의를 통해 구조물 철거 비용을 받아내야 한다는 의견도 있지만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진전이 없을 경우 시가 꼼짝없이 150억 원을 떠안아야 할 상황이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고속도로 개통을 앞두고 확인해 본 결과 도로공사표준시방서나 고속도로 설계상 문제가 없는 것으로 나타나 구조물 완전 철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며 "대신 사업시행자와의 협상을 통해 고속도로 주변 도로 포장 확대 등을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현경 기자 cho@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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