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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일 오후 수원시 영통구 경기대학교 강의동에서 일방적인 대학의 학제개편안을 비판하는 내용의 학생자치기구 발표 성명서를 학생들이 읽어보고 있다.
경기대학교 문예창작학과 2학년에 재학 중인 노모(21·여)씨는 최근 진로 변경을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 학교 측이 일방적으로 내년부터 문예창작학과(이하 문창과)와 국어국문학과를 통폐합하고 트랙제로 변경한다고 통보한 이후부터다.

그는 학교에서 글쓰기 실력을 키워 이를 바탕으로 인권문제를 세상에 알리고 싶다는 생각에 문창과에 입학했지만 차선책으로 법학과를 복수전공으로 선택 후 로스쿨로 진학하는 방안을 찾고 있다.

노 씨는 "교육부의 평가만 중요하고 학생들의 의견과 진로는 안중에도 없는 것이냐"며 "학교의 생존을 명분으로 학생들에게 희생만 강요하고 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 때문에 일부 신입생들 사이에서는 학교를 자퇴하겠다는 소리마저 나오고 있다.

교육부의 2주기 대학구조개혁평가를 앞두고 경기도내 대학들이 체질 개선에 나선 가운데 교육부의 강경책으로 애꿎은 학생들만 피해를 보고 있다는 지적이다.

20일 교육부와 도내 대학가에 따르면 2014년부터 학령인구 감소에 대비하기 위해 대학의 정원을 줄이고 학사제도의 개편을 유도하는 대학구조개혁평가(이하 대학평가)를 실시하고 있다. 이 평가에서 하위 등급으로 분류되면 정원을 감축하고 정부의 재정지원사업에서도 제한을 받는다.

1주기 대학평가는 2014년 5개 등급으로 구분해 실시했으며 도내에서는 경기대가 C등급, 강남대와 수원대가 D등급, 루터대가 E등급을 받았다. 올해 실시 예정인 2주기 대학평가에서 최하위 등급(X, Y, Z)을 받는 대학은 정부재정지원사업은 물론 신·편입생의 국가장학금과 학자금대출도 전면 제한된다. 대학들은 이러한 불이익을 받지 않으려고 대학평가에 사활을 걸고 있다.

특히 교육부가 학내 구성원들과 원만히 합의할 수 있는 안전장치조차 마련하지 않은 채 대학의 체질 개선만을 강요해 대학과 학생 간 갈등을 일으킨다고 주장한다.

경기대는 이달 말까지 교육부에 학제개편안을 보내야 하지만 구조조정에 반대하는 학생들이 2차 집회를 열고 학제개편안 전면 백지화를 요구하는 등 마찰이 지속되고 있다.

수원대도 지난해 인문대학과 법정대학을 인문사회대학으로 통폐합하면서 입학정원을 455명에서 355명으로 줄여 학생과 교수들의 반발을 샀다.

한 대학 관계자는 "교육부가 대학의 목숨줄을 쥐고 있기 때문에 모든 대학이 교육부의 입맛에 맞는 구조조정을 강행할 수밖에 없다"며 "대학의 생존이 걸린 문제인 만큼 학생들의 반발이 예상돼도 학제 개편을 강행해야 하는 딜레마에 빠져 있다"고 토로했다.

이에 대해 교육부 관계자는 "대학들에게 학내 구성원들의 동의를 얻어 구조조정을 진행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며 "학생들이 피해를 입지 않도록 대학들과 긴밀히 협의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임성봉 기자 bong@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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