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 무대에서 죽음을 앞에 두고 결연한 모습을 보인 인걸은 여럿 있으나 진궁의 경우는 가슴 조이게 하는 안타까움으로 꼽힌다. 원래 진궁은 중모현의 현령으로 부하들이 체포령에 따라 잡혀온 조조를 동탁에게 보냈으면 수천 금의 상금과 제후 벼슬을 하사 받을 수 있었으나 스스로 권세에 아부하는 속된 관리가 될 수 없다면서 조조를 풀어주고 자신도 현령직을 내던지면서 동탁 타도에 동조했던 의로운 인물이었다.

 그런데 과정이 순탄치 않아 진궁은 여포의 측근이 되었고, 결국 여포와 측근들은 모조리 붙잡혀 조조 앞으로 끌려갔다. 이때 조조는 진궁만큼은 살려 주고 싶어 변명할 구실을 주려 했다. 하지만 진궁은 "패장은 그 죄를 목숨으로 갚을 뿐"이라며 어서 죽여 달라고 했다. 결국 조조는 눈물을 머금고 진궁을 처형했다. ‘작은 이익이라도 생기면 어제까지의 은혜나 의리를 헌신짝처럼 내던지는 난세’에 의로움을 지키려 목숨을 건 사나이의 이야기에는 감동이 있는 법. 요즘 세태를 보고 있으려면 조조와 진궁이 아니라 여포 이상의 배신을 밥 먹듯 하는 정치인의 이합집산이다. <삼국지리더십연구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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