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것은 뭐하러 물어. 딱 보면 모르나. 떠날 사람들은 이미 다 이사했고, 투자자들은 집 사 놓고 살지도 않아서 동네 곳곳이 죄다 빈집들이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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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천 송림동 샛골주택재개발단지와 금송주택재개발단지 일대. 이진우 기자 ljw@kihoilbo.co.kr
지난 22일 오후 2시께 인천시 동구 금송구역(송림동 80의 34번지 일대)에서 만난 김정순(75·가명)할머니는 동네 분위기를 묻는 말에 혀를 차며 이같이 털어놨다.

골목마다 바닥에 쓰여 있는 주소를 보지 않으면 어디가 어디인지 쉽게 분간조차 안 가는 이곳에서 김 할머니는 20여 년째 살고 있다. 골목길 끝에 있는 49.5㎡ 남짓한 김 할머니의 집은 그 세월을 보여 주듯 낡은 가구로 가득했다. 허름한 장롱 옆으로는 비가 새는지 벽지 곳곳에 짙은 얼룩이 졌다. 끄트머리가 검게 녹슨 싱크대에서는 역한 하수구 냄새가 스멀거렸다. 화장실을 밝히는 백열전구는 형광등과 LED전구로 익숙해진 눈에 너무나도 낯설어 보였다.

 김 할머니는 "우리 같은 노인들이나 이런 집에 살지, 어느 젊은 사람이 이런 데 살겠느냐"며 "하나뿐인 아들의 식구들에게 이런 모습을 보이기 싫어서 명절에 오히려 내가 아들 집으로 간다"고 말했다.

 김 할머니는 요새 들어 부쩍 외로움을 많이 느낀다고 전했다. 평소 동네에서 친하게 지내던 박모 할머니와 최모 할머니가 지난해 자식들 집으로 이사한 후 말동무 삼을 이웃들이 더는 없기 때문이다. 적적한 시간이 어느덧 익숙해진 김 할머니는 이제 금송구역에서 진행 중인 뉴스테이 사업이 잘 진행되기만을 간절히 바란다. 찾아올 친구도, 만나러 갈 이웃도 더는 이곳에 없기 때문이다.

 김 할머니는 이곳에 새로 지어질 아파트 입주권도 아들에게 물려주기로 했다.

 김 할머니는 "친구들도 더는 없는 마당에 입주권을 아들에게 물려주고, 아들 집에서 손자나 봐주며 조용히 살 생각"이라며 쓴웃음을 지었다.

 이날 김 할머니 집을 뒤로하고 나온 골목길에서 한창 길을 헤매고 있을 즈음, 위태롭게 자전거로 언덕길을 내려오는 박진우(80·가명)할아버지를 만날 수 있었다.

 박 할아버지는 이곳에서 올해로 30년째 살고 있다며 동네 자랑을 늘어놓았다. 막내 아들 내외가 이곳에서 오랫동안 같이 살았다는 이야기, 손자가 동네에서 드물게 서울에 있는 명문대에 들어갔다는 이야기를 하면서 박 할아버지는 시종일관 즐거운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뉴스테이 사업에 대해서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우려의 목소리를 쏟아냈다.

 수익이 없는 노인들 입장에서 보상으로만 새로 지어질 아파트에 입주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게 박 할아버지의 걱정이다.

 박 할아버지는 "뉴스테이 사업을 진행 중인 다른 동네 이야기를 좀 들어보니 보상 문제로 말들이 많았다"며 "우리 동네도 보상을 두고 조만간 말들이 많아질 것 같다"고 귀띔했다. 이어 "입주권이 있어도 보상만으로 새집에 입주하기 어려울 텐데, 우리 같이 별다른 수익도 없는 노인들은 당장 어디로 가야 할지 걱정되는 게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 강혜경 조합장 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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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금송구역은 어느 곳보다 뉴스테이 사업이 꼭 필요한 곳입니다."

‘빅 뉴스테이’라고 불리는 금송구역의 뉴스테이 사업을 추진 중인 강혜경(70)조합장은 재개발의 필요성을 가장 먼저 강조했다.

 금송구역은 도시계획에 따라 만들어진 마을이 아니라 여기저기서 모인 사람들이 만들어 낸 거주지라서 도로나 주차시설 등 각종 기반시설이 열악한 상황이다. 또 장기간 재개발이 추진되는 과정에서 투자자들이 집을 사들인 뒤 버려 둔 공·폐가가 300여 채에 달할 정도로 ‘공동화 현상’이 심각한 곳이기도 하다.

 강 조합장은 "동네에 불이 나도 사람 하나 겨우 지나갈 수 있는 골목길들이 워낙 많아 소방차가 쉽게 들어올 수 없는 곳이 바로 금송구역"이라며 "이미 구역 내 30%에 달하는 집들이 공·폐가로 방치 중이고, 사람들이 사는 집들도 30년 이상 지났을 정도로 매우 낙후돼 안전을 위해서라도 재개발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강 조합장은 현재 뉴스테이 사업 추진에 있어 민관의 협조가 어느 곳보다 잘 이뤄지고 있는 점을 최대 강점으로 꼽았다. 금송구역은 이미 동구와 인천시의 적극적인 협조 속에 보통 1년 이상 걸리는 정비구역(변경) 지정고시를 2개월 만에 이뤄냈다. 샛골구역과 통합되는 과정에서 불거진 종교부지 이전 문제도 교회와 조합원들의 원만한 협의로 일찌감치 마무리지었다. 뉴스테이 사업을 반대하는 비상대책위원회가 구성되지 않은 것 역시 뉴스테이 사업을 강력히 원하는 주민들의 의지를 보여 주는 단적인 예라는 게 강 조합장의 설명이다.

 그는 "뉴스테이 사업에 대한 금송구역 주민들의 열망은 대단하다"며 "구와 시의 지지는 물론 사업을 두고 말이 많은 다른 구역들과는 달리 비대위가 없다는 것은 금송구역이 정상적으로 뉴스테이 사업이 추진되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말했다.

 강 조합장은 금송구역 뉴스테이 사업을 반드시 성공시킬 수 있다는 강한 믿음을 드러냈다. 도원역과 가까운 교통편의성, 동산고등학교와 청운대학교 등 좋은 학군을 토대로 금송구역 뉴스테이 사업을 성공으로 끌어내겠다는 의지이기도 하다.

 그는 "금송구역은 교통편과 인프라가 좋다는 강점이 있다"며 "이미 시작했으니 끝을 봐야 한다. 성공적으로 멋있는 아파트가 금송구역에 들어설 수 있도록 힘을 써서 일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 지역민 A씨 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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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동네(금송구역)는 어려운 분들이 참 많아요. 그런 분들이 재개발 이후 보상받은 돈으로만 다시 이곳으로 돌아온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입니다."

 금송구역에 사는 주민 A씨는 뉴스테이 사업에 대한 걱정을 털어놓았다. A씨가 가장 걱정하는 것은 재개발에 따른 보상이 이뤄진 이후 그 돈으로만 새로 지어질 아파트에 입주할 수 없다는 불안감이다. A씨는 금송구역 내 국공유지에 사는 원주민들은 제대로 된 보상도 받지 못한 채 쫓겨날 것이라는 우려도 덧붙였다.

 A씨는 자신의 집 주변으로 빈집 등을 가리키며 "옆집이고 뒷집이고 형편이 돼 떠날 사람들은 이미 다 떠난 상태다. 투자하려고 이곳의 집을 산 사람들 외에 현재까지 남은 사람들은 대부분 형편이 어려운 상황"이라며 "이 중 보상에 돈을 보태 새집에 들어갈 수 있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과거에 소방도로가 나는 과정에서 국공유지에 있던 집이 잘려 나갔는데도 아무런 보상을 받지 못하는 것도 봤다"며 "이번 뉴스테이 사업도 국공유지에 살던 주민들을 큰 보상 없이 내쫓는 수단이 될 것 같아 걱정"이라고 말했다.

 조합원인 B씨도 A씨와 비슷한 걱정을 언급하며 보상에 대한 구체적인 의견을 내놨다. 본인을 포함한 많은 주민이 뉴스테이 사업을 강력하게 원하지만 먼저 적절한 보상가가 매겨져야 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B씨는 뉴스테이 사업 이후 새집에 다시 입주하지 못하더라도 다른 곳에 정착할 수 있도록 보상이 제대로 이뤄져야 한다는 개인적 견해도 털어놨다.

 그는 "금송구역이 재개발돼야 하는 이유에 대해 많은 주민이 공감하고 있고, 그 공감 속에서 뉴스테이 사업이 원활하게 진행되길 희망하고 있다"며 "이러한 희망이 끝까지 이어지려면 가장 중요한 것은 적당한 보상가 책정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송림초교 구역의 경우에도 보상가와 분양가 차이 때문에 뉴스테이 사업을 반대하는 비대위가 구성됐다"며 "새로운 아파트에 입주하지 않을 주민은 다른 곳에 정착할 수 있도록, 또 입주를 원하는 주민에게는 큰 부담이 가지 않도록 제대로 된 보상이 이뤄져야 금송구역이 송림초교 구역과 같은 문제를 겪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김민 기자 kmin@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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