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영.jpg
▲ 정진영 인천대 무역학부 교수
인천의 8대 전략산업 중 하나인 MICE산업(Meetings, Incentive tour, Convention, Exhibition)은 지금 중요한 순간을 맞고 있다. 그동안 든든한 버팀목이 돼 왔던 중국 관광객의 급감이 현실로 나타나면서 MICE산업의 급속한 성장이 허상이 아닌지 의심하는 시각들이 생겨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위기는 오히려 여러 차례 지적돼 왔던 단일 시장에 대한 지나친 의존도에서 벗어나 현재의 포트폴리오를 재점검해보고 새로운 비전을 세울 기회이기도 하다. 벌써부터 동남아 등 시장 다변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소식과 함께 송도국제도시에 본사를 둔 포스코대우가 MICE를 새로운 수익사업으로 본격 추진한다는 긍정적인 소식이 들려온다. 또한, 얼마 전 개장한 영종도 복합리조트는 인천뿐만 아니라, 우리 나라 전체의 관광·MICE산업의 새로운 활력소가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렇게 우려와 희망이 공존하는 상황에서 인천의 MICE는 무엇을 해야 할까? 먼저 MICE의 개념부터 정리하자. 일반적으로 MICE는 비즈니스를 목적으로 개최되는 행사 (기업·협회 회의, 기업인센티브 관광, 산업전시회, 컨벤션 등)에 관련한 산업을 통칭하며, 비즈니스관광 산업으로 정의된다. 하지만, 어떤 사람은 MICE를 외국의 단체관광객들이 와서 삼계탕이나 치맥파티를 벌이는 이벤트 정도로 생각하기도 하고, 어떤 사람은 해외 산업박람회에 참석하는 기업들의 모습에서 MICE를 떠올리는 등, MICE에 대한 일반 대중의 인식의 폭이 상당히 넓은 것이 사실이다.

학계에서 MICE를 바라보는 관점은 크게 3가지로 정리된다. 첫째는 관광학 (Tourism Science)의 관점으로 인간의 이동하려는 본능 (모빌리티)에 기인한 하나의 사회심리적 현상으로 접근한다. 전 세계적으로 한 해 약 12억 명 정도가 국경을 넘어 이동하는데, 이 중 약 15~20%가 비즈니스 목적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따라서, MICE참가자 및 주최자 등의 행위 및 의사결정 과정은 매우 흥미로운 연구 대상이 된다. 두 번째는 국가 및 지역 경제에 활력을 불어 넣는 전시컨벤션, 국제회의 산업으로 보는 것이다. ‘굴뚝 없는 산업’, ‘수출효자산업’이라는 표현은 바로 이러한 시각에 기반한 것이며, 서비스 무역의 한 분야이자 대표적인 고부가가치 서비스산업으로 규정된다. 세 번째는 MICE를 경험경제(Experience Economy)의 대표적인 분야로 인식한다. 1990년대 말 조셉 파인 교수와 제임스 길모어 교수가 발표한 경험경제 이론에 따르면, 산업경제는 제조, 서비스산업을 넘어 궁극적으로 경험을 디자인하는 시대로 진행하고 있다고 진단한다. 즉, MICE의 핵심은 경쟁력 있는 제품을 제조하거나 최고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 이상으로, 행사 참가자를 위해 잊지 못할 기억과 감동적인 경험을 할 수 있는 하나의 무대를 꾸미는 것이다.

이렇게 MICE산업에 대한 복합적인 시각을 바탕으로 다음과 같은 노력이 필요하다. 첫째, MICE를 전통적인 1차, 2차, 3차 산업과 결합된 융복합 서비스 비즈니스 산업으로 포지셔닝하고 다른 산업과의 연결성을 강화해야 한다. 바이오, 항공, 물류, 뷰티산업 등 지역 특색을 반영한 산업관광이 하나의 예가 될 수 있다. 또한, 단기적 경제 효과에 집착하지 말고, 다소 힘들더라도 기업들과 지역사회 모두에게 공정하고 정의로운 분배가 가능한 지속가능한 성장 모델을 찾아야 한다. 올해는 UN이 지정한 ‘지속가능한 관광의 해’이다. 마지막으로 일방적인 중국 바라보기에서 벗어나 다양한 시장을 대상으로 한 상품 개발이 절실하다.

최근 송도에 국제기구 사무소가 추가로 들어서면서 국제회의 및 컨벤션 등 수요 증대에 더 좋은 환경이 조성됐다. 해외 지자체 및 국가와의 공동 마케팅도 고려할 만하다. 태국은 총리실 직속의 MICE전담부처(TCEB)를 중심으로 중국, 인도 등 근거리 지역뿐만 아니라, 중동, 유럽, 미주 등 전 세계를 대상으로 적극적인 공략을 펼치고 있다. 흥미로운 것은 가장 강력한 경쟁국인 세계 제1의 MICE강국 싱가포르와도 적극적으로 협력하려 한다는 점이다. MICE는 사람이 중심이 되는 산업이다. 이제 공공부문과 민간, 그리고 대학과 지역사회는 지역레벨의 민·관·학 MICE 정책 협의체 구성 등을 통해 인천MICE의 미래 모습에 대한 아이디어를 모으고 MICE인재 육성을 위해 힘을 쏟아야 한다. MICE는 동북아 대표 국제도시로 인천을 전 세계인에게 각인시킬 희망이다.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