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골 희망의 숲 조성사업’을 통해 인천시민들이 몽골에 나무를 심은 지 올해로 10년이 됐다. 그동안 성과도 많았다. 하지만 개선해야 할 과제도 있다. 이 사업이 담고 있는 방향을 재검토할 시기다. 이에 본보는 지난 21일 본사 대회의실에서 ‘몽골 인천 희망의 숲 10년, 그 기적은 계속된다’라는 주제로 좌담회를 가졌다. 이번 좌담회는 10년간의 기적을 이어가고자 하는 마음에서 뭉쳤다.

 박정환 본보 사회부장이 사회를 맡은 좌담회에는 바트톨가 주한몽골대사관 1등서기관, 최계운 인천희망의숲시민협의회 상임대표, 김말숙·박흥렬·조강희 인천희망의숲시민협의회 공동대표, 최혜자 인천희망의숲시민협의회 간사, 이한구 인천시의원, 정병록 인천시 환경녹지국 녹색기후과 녹색생활팀장 등이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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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좌담회 주요 내용이다.

-인천시민은 10년 동안 몽골 사막 67㏊에 나무 9만1천300여 그루를 심었다. 현지 주민들과의 교류 등 많은 일들을 했다. 그동안의 성과에 대해 자평한다면.

▶조강희 대표=몽골을 처음 방문한 것은 2007년 답사 차였다. 당시 몽골의 사막화를 직접 확인하며 나무를 한 번 심어 보자는 얘기가 나왔는데, 일회성에 그치지 않고 10년간 이어졌다는 데 의미를 두고 싶다. 시민단체와 주민들 간 민간 교류를 통해 이뤄졌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나아가 민간 역량이 행정적인 부분으로 이어지면서 안정적으로 사업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더 큰 의미가 있다.

▶이한구 시의원=2012년 인천시의회와 울란바토르의회가 협약을 맺을 당시 우리가 심은 나무가 잘 자란 모습에서 희망을 봤다. 이는 시 차원에서 희망의 숲 조성사업을 위해 2억 원의 예산을 편성하도록 하는 전환점이 됐다. 같이 현장을 보고 사업의 필요성에 공감해 행정기관이 참여했다는 점에서 상당히 의미 있는 사업이라고 본다.

▶최계운 대표=처음 이 사업에 대해 반신반의했다. 황사 발원지가 과연 어떤 모습일지 보자는 의미로 갔는데, 심어 놓은 나무가 관리되지 않아 죽어 버리는 등 일회성으로 나무가 심어지는 게 안타까웠다. 그래서 몽골 희망의 숲 조성사업을 구체적으로 논의했다. 10년 동안 내 일처럼 모금하고 도와주는 분들, 어떤 나무를 심을지 함께 고민해 준 분들 등 함께 생각하고 공유하면 뭐든 이뤄 낼 수 있다는 것을 깨닫았다.

 ▶김말숙 대표=지난해 몽골에 갔을 때 예전과 달리 호수가 거의 다 말라 있는 광경을 봤다. 희망의 숲의 나무가 자라더라도 실질적으로 몽골의 다른 지역은 사막화가 계속되고 있다는 점이 안타까웠다. 우리도 계속해서 나무를 심겠지만, 몽골 정부도 적극적으로 나서 줬으면 하는 생각이다. 시민 교류 외에 정책적인 공유도 분명히 필요하다.

 ▶박흥렬 대표=그동안 지역적 차원이나 국내에 머물렀던 환경문제의 접근이 이 사업으로 확대됐다. 전국적으로 처음 있었던 시도였던 만큼 평가와는 별개로 굉장히 의미 있는 사업이다. 다만 이 사업에 참여했던 사람들의 노력에 비해 학생·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교육과 홍보가 생각만큼 많이 이뤄지지 못했다.

 ▶정병록 팀장=10년의 성과를 이뤄 낸 의지에 대해 감사하다는 말씀부터 드리고 싶다. 사업이 더 발전하기 위해서는 물의 공급, 야생 가축으로 인한 2차 처리, 풍부한 기술력 정비 등이 필요하다고 본다. 나무 관리를 위해 물 공급, 방한 등을 돕는 것도 확장해야 할 부분이다.


-앞으로 목표를 더 명확히 하기 위해서는 수종 변화 필요도 있다고 본다. 또 현지와 기술을 접목할 수 있는 방법도 필요할 텐데 다각화 방법이 있다면.

 ▶정 팀장=인위적인 피해, 야생 가축 피해 등을 입은 지역이나 사막화되는 지역에 대해 2차 식생 지원이 필요하다. 주변 지역의 습성이나 역사를 보면 몽골에 맞는 나무가 따로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기술 지원을 통해 이를 발견해 검토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본다.

 ▶박 대표=그동안 식재했던 나무에 대한 평가는 분명히 필요하다. 수종 변경은 전문성을 바탕으로 모든 상황이 검토돼야 한다. 또한 식재 장소와 면적에 대한 고민도 함께 이뤄져야 할 것이다. 효율적인 사막화 방지를 위해 적재적소에 나무를 심는 게 중요하다.

 ▶김 대표=이 시기에 수종 변경 검토는 이른 감이 있다. 방풍림을 주로 심는 상황에서 차차르간은 지난해에 보니 열매를 맺었더라. 몽골 주민들은 열매로 비타민을 만들어 시판도 한다. 이렇게 생산성과 연결이 시작된 상황에서 섣불리 수종을 변경하기보다는 성과를 충분히 지켜봤으면 좋겠다.

 ▶최 대표=사업이 10년째인 만큼 몇 가지 전환점도 필요하다. 지금은 다른 데서 묘목을 구해 심었다면, 이제는 몽골 사람들과 함께 얘기를 해 묘판장을 만드는 등의 고민이 있어야 한다. 물 문제와 식재 장소에 대해서도 생각해 볼 때다.

 ▶이 의원=차차르간이 70% 이상 안착했기 때문에 당분간은 이를 유지하면서 토양 등에 대해 확장하는 게 필요하다고 본다. 인천시의 공정무역도시 선언과 함께 김 대표가 말했듯 수종 선택 당시 열매를 통해 주민 소득을 높이는 것도 고려 대상이었다.

 ▶조 대표=황사 방지를 위해 방풍림을 심었지만 흙 날림을 막기 위해서는 풀씨를 심는 등 잔뿌리로 흙을 잡아주는 방식도 필요하다. 우리는 주민이 사는 지역에 나무를 심어 식생에 대한 인식을 키우는 데 일조했다. 수종의 문제보다는 사막화 방지를 위해 몽골 사람들의 나무에 대한 인식을 바꾼 자체가 의미가 있다.

 ▶최혜자 간사=내년에는 조림지 위치를 바꿔야 한다. 차기 조림지도 장기적으로 대규모 그린벨트를 조성할 수 있는 곳이어야 하는데 위치에 대해 여러 의견이 나오고 있다. 현재로서 후보지는 총 4곳 정도인데, 인천의 최초 목적대로 그린벨트를 형성할 수 있는 위치 선정이 중요하다. 민관이 함께 현장도 가 보고 논의하는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

 ▶바트톨가=몽골에 나무를 심어 주는 노력에 감사하다. 인천시와 시민들, 학생들의 몽골 희망의 숲 조성사업은 우리에게 고마운 사업이다. 나무 심는 위치 선정 문제는 해당 지역 주민, 지자체와도 합의돼야 하는 문제다. 이런 사업은 몽골 정부와 녹색 담당 부서 등에 꼭 알리고, 사업을 지속할 수 있도록 했으면 한다. 몽골에서 잘 자라는 나무는 물을 적게 먹고 추위에 잘 견디는 나무다.

 -현재 푸른아시아를 통해 몽골에 조성한 인천 희망의 숲을 관리하고 있다. 앞으로 숲이 확산된다면 푸른아시아도 관리의 한계에 다다를 수 있다. 해결 방법이나 다른 관리 방안이 있는지.

 ▶박 대표=인천 지역 내에서도 몽골 희망의 숲 조성과 관련해 연관 효과를 고민해야 한다. 이를테면 청년들이 코이카 등을 통해 해외 경험을 쌓고자 나가는데, 우리도 행정기관과 대학 등이 MOU를 맺어 몽골을 방문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 탄소배출권 문제 등 다른 정책과의 연계성도 가져야 한다. 푸른아시아와의 협력관계는 유지하되, 인천 역량 강화 방안에 대한 고민도 반드시 필요하다.

 ▶조 대표=1년마다 나무를 심으러 가지만 이는 사실 매년 새로 조직되는 협의회다. 사업 체계화를 위해 지속적인 조직이 마련돼야 하며, 이를 근거로 몽골 숲이나 탄소배출권 관리 등이 효율적으로 이뤄질 수 있지 않을까 한다.

 ▶이 의원=황사 피해 예방 관련 조례를 발의했다가 국가적인 업무라고 해서 무산된 적이 있다. 하지만 정책적 판단에 따른 지원은 반드시 필요하다. 사실 2009년에도 인천이 세계도시축전을 진행하면서 환경과 관련해 국제사회에 제안한 게 많다. 그 중 하나가 녹색재단으로, 민관 협력사업을 통해 지속적인 사업을 진행하는 것이다. 탄소배출권 문제와 시민의식 전환 등을 위한 안정적인 기구가 인천에 없다는 게 아쉽다.

 ▶정 팀장=지역 내 20여 개 이상의 도시가스 배출업체가 민간 모금 차원에서 사업을 위해 모금하고 협력하는 조직을 만드는 것은 검토해 볼 만한 일이다. 사업 관리 등의 문제에 있어서도 재단이 만들어지면 깔끔한데, 이런 조직이 없다 보니 계좌 관리도 어렵다. 정식 시민협력체가 구성된다면 예산 증액 부분에 있어서도 긍정적일 것이다.

 ▶최 대표=녹색기후기금(GCF)을 유치할 정도면 인천은 이 부분에 있어서 앞서 나가는 도시가 돼야 한다. 과연 인천이 이를 수행할 수 있는가. 장소만 제공하는 데 그치지 않기 위해서는 실질적인 연계와 노력이 필요하다.

 -이제는 사람을 기르는 작업을 해야 한다. 이에 대해 몽골 정부가 가장 아쉬운 점은 무엇인가. 그리고 이를 위해 할 수 있는 역할은.

 ▶바트톨가=나무 심기 이후 사람들의 인식은 분명히 바뀌고 있고, 없어지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해당 지자체에 말하고는 있지만 이를 위해 정부와 지자체 차원의 홍보·선전 사업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정부의 가장 큰 역할도 아마 이런 게 아닐까 한다.

 -몽골 정부에 대한 당부 또는 사업에 대한 각오가 있다면.

 ▶최 대표=물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사실 우리가 가서 하기에는 한계가 있고, 현지 전문가와 정부가 신경써 줘야 할 문제다. 협약 등이 이뤄진 뒤에는 정권이 바뀌더라도 유지될 수 있도록 정부는 물론 대사관도 노력해 줬으면 한다.

 ▶박 대표=인천의 노력도 필요하다. 인구 300만 명이 넘은 거대 도시이고, GCF 사무국이 위치하는 등 국제경쟁력은 갖췄지만 환경문제에 접근하는 방식은 아직도 과거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국제 협력과 행정적 한계 극복을 위해서라도 녹색재단 등 관련 기구를 만드는 것을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

 ▶최 대표=오늘 좌담회를 통해 사업 방향에 대한 전환과 확장 필요성에 공감이 됐다. 녹색재단 등이 구체적으로 이뤄져 체계화됐으면 한다. GCF 유치 등 인천은 기후변화에 대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하는 도시로 거듭났다. 녹색재단 문제, 탄소배출권 문제, 기후변화 문제 등에 대한 더 깊은 고민이 있어야 한다. 외부적으로도 몽골 희망의 숲 사례를 바탕으로 발전해야 할 것이다. 10년을 맞아 시민단체와 지자체, 시민들 간 포부를 공유하는 전환점이 됐으면 한다.

 정리=김희연 기자 khy@kihoilbo.co.kr

 사진=이진우 기자 ljw@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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