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도.jpg
▲ 박상도 농협구례교육원 교수
5월 장미 대선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온 국민의 시선은 대선주자들의 공약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 특히 농업인의 마음은 그리 녹록지만은 않다. 예전에도 그랬듯이 대선주자들이 내 놓은 농정공약은 대부분 선심성 공약에 불과했다. 허나 지금 농업인의 삶은 어떠한가? 점차 고령화돼 가고 있는 작금의 농업·농촌의 현실에서 과연 대선주자들의 농정정책이 실현가능성이 있는 것일까 하는 깊은 우려가 있다.

 산업혁명이 세계 최초로 시작될 때 영국은 공업화의 전초기지 역할을 했으며, 이때 자유무역론자들은 1846년 곡물법을 폐지하고 식량을 외국에서 사다 먹는 것이 유리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제1차 세계대전이 일어나자 독일의 해상봉쇄로 온 백성이 극심한 굶주림의 고통을 겪게 돼 이를 계기로 영국은 농업의 중요성을 깨닫고 제2차 세계대전 후 농업투자를 확대해 1978년에는 곡물 자급률이 77%에 이르렀고 1980년대에 들어서는 곡물을 수출하는 나라가 됐다.

 최근 농업계의 화두는 2020년까지 농가소득 5천만 원 시대를 열자는 슬로건으로 지금 이 순간에도 열심히 농업에 종사하는 농업인을 볼 때면 가슴이 아프다. 농업은 국민의 안전한 먹거리를 공급하는 생명산업이며, 식량안보와도 직결돼 있기 때문에 농정 패러다임의 대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2015년 기준 국내농가의 연평균 소득은 3천722만 원으로 도시근로자 5천780만 원의 64%에 불과한 수준이다. 따라서 이번 대선에서는 농가소득 5천만 원 시대를 이끌어갈 대통령을 선출해야, 1차 산업의 근간인 농업을 기초로 2·3차 산업인 제조·가공·유통·문화·체험 등을 연계, 부가가치 창출의 6차 산업화를 활성화시킬 수 있다.

 즉 과거의 농업 경쟁력이 더하기 농업이었다면, 현재와 미래의 농업 경쟁력은 곱하기 농업(6차 산업)이라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다른 선진 국가들의 농업관을 비교해보면, 프랑스 국민들은 아름다운 전원 풍경을 즐기는 여행을 매우 좋아해서 前 시라크 대통령은 2004년 파리 박람회장에서 자국 농업에 대한 각별한 사랑과 관심을 표시하면서 "농업이 없다면 국가도 없다"라고 유명한 말을 남겼다. 前 사르코지 대통령도 "농업은 국가의 미래를 여는 열쇠다"라고 주장했으며, 열악한 국토환경에서 사는 이스라엘은 유일한 물줄기인 갈릴리호수에서 사막으로 물을 끌어와 농사를 짓고 생활폐수를 정화시켜 농업용수로 재활용해 하이테크 농업을 꽃 피우듯, 이스라엘 前 시몬페레스 대통령은 "불모의 사막 이스라엘에서 농업이 성장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다른 산업보다 혁신적이라는 믿음에서 나온다"라고 말했으며, 동양의 최고 사상가인 공자는 食, 兵, 信 셋 중에서 군사보다 더 중요한 것은 백성을 배불리 먹이는 食이라고 하여, 군사력보다 식량안보를 더 중요하다고 가르쳤다.

 우리나라 정약용 선생은 농업을 육성하기 위해서는 농민의 신분상 지위를 높여주고, 이윤을 향상시켜주고 힘든 노동을 개선해야 한다고 역설했으며, 세종은 ‘국가는 백성을 근본으로 삼고, 백성은 식량을 근본으로 삼는다’는 사상을 통치이념으로 정했다. 오늘날 세계농업은 자연과 첨단기술이 결합된 유망한 미래산업으로 발전하고 있다. 선진국일수록 농업을 미래의 유망산업으로 인식하고 있으며, 농업부문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농업분야에 대한 투자를 확대해야 한다. 이러한 변화는 우리 농업도 투자 여하에 따라 크게 달라질 수 있으며, 첨단 기술을 접목시켜 하이테크 농업으로 육성한다면 얼마든지 21세기 유망산업으로 발전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이제는 농가소득 5천만 원 시대를 눈앞에 두고 있는 시점에 한 가닥의 희망을 안고 대선주자들의 진심어린 혼이 담긴 농정 공약을 세밀히 살펴야 한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각 정당과 대권 주자들은 농업계의 여론에 귀를 기울여 260만 농업인들의 표심을 사로 잡아야 한다. 4대 연금 및 4대 보험을 통칭하는 8대 사회보험 고갈이 코앞인데, 쏟아지는 포퓰리즘 공약으로 인해 미래의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다. 따라서 농업인들의 표심을 잡는 유일한 방법은 당장 실현 가능한 공약 등을 차분히 준비해야 한다. 예년과 달리 이번 선거는 후보 정책 검증 기간이 너무 짧다. 그렇다고 유권자들은 네거티브 공세에 현혹돼 제대로 후보 검증을 포기해서는 안 된다. 우리나라 농업 근간을 책임질 차기 대통령의 농업관은 더더욱 그렇다.

 <인천시선관위·기호일보 공동 공명선거 캠페인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