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가 ‘개항문화플랫폼’ 조성에 힘을 쏟는다. 민선6기 핵심 사업인 ‘문화성시 인천’의 일환이기도 하다. 개항문화플랫폼은 중구 아트플랫폼 일대의 개항장 지역을 문화로 재해석한 것이다.

 2009년 개관한 인천아트플랫폼은 개항기 낡은 창고 건물을 새로운 예술창작공간으로 탄생시켰다. 대한민국을 넘어 세계적으로도 문화를 통해 도시재생을 한 성공적 모델로 꼽힌다. 그만큼 사람의 마음을 끄는 매력적인 공간이기도 하다.

▲ 우리나라 최초 민족자본 은행인 대한천일은행.
시는 아트플랫폼의 운영 경험을 바탕으로 개항문화플랫폼을 활성화한다는 방침이다. 전국 최초의 공공 문학관인 한국근대문학관의 전시실과 수장고를 확대하는 ‘북플랫폼’과 새로운 공간에 음악창작소 등 ‘뮤직플랫폼’ 기반을 조성해 차이나타운과 신포시장이 연계되는 복합문화벨트 ‘개항문화플랫폼’을 조성한다는 목표다.

# 도시 성장의 핵심 가치는 ‘문화’

최근 우리 사회는 저출산·고령화 및 인구 증가 정체 등으로 사회경제적 성장잠재력이 저하되는 현상이 가속화되고, 물적 성장으로 많은 사회문제들이 발생하고 있다. 이에 따라 새로운 지역 발전 패러다임은 문화와 경제, 사회 등이 선순환하는 ‘통합적 사회 발전’과 ‘질적 성장시대’로 전환되고 있다. 이 같은 변화의 핵심 개념은 ‘문화’다. 도시 발전은 결국 인간을 위한 것이다. 인간적 요소를 모은 문화가 그 중심이 돼야 한다. 여기서 문화란 예술이나 장식적 요소를 뜻하는 좁은 의미가 아닌 관계와 신념, 전통, 가치를 포괄하는 넓은 개념이라는 게 시의 설명이다.

 시는 도시 발전을 과거 경제적 성장을 포함한 도시의 역사성, 정신적 가치가 담긴 공간의 장소성을 강조하고, 사람중심 미래지향적 삶의 공간으로서 도시의 문화 가치에 중점을 두기 위해 개항문화플랫폼을 조성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 아트플랫폼(개방형 레지던시) 동별 위치.
# 예술창작공간 ‘인천아트플랫폼’, 시민과 소통, 공감하다

아트플랫폼은 인천의 지역 문화 생산거점으로, 예술가들의 창작 인큐베이팅을 위한 공간으로 국내외 아티스트들에게 각광을 받고 있다. 시민 누구나 자연스럽게 아티스트들의 창작품을 접할 수 있는 문화공간이다. 시는 아트플랫폼 개관 10주년을 맞아 시민과의 ‘소통’, ‘공감’ 가치를 반영해 다양한 형태로 시민이 예술을 향유할 수 있는 공간을 공유한다는 계획이다.

 먼저 차이나타운 진입로부터 G동의 전시장까지 경관 조명을 설치하고, 시민 참여가 편리하도록 5월까지 아트플랫폼 공간들을 리모델링한다. 아트플랫폼을 시민들에게 더 개방적인 공간으로 조성하기 위한 것이다. 또한 공간과 예술적 조화를 이룰 수 있는 야간 경관 조명을 설치해 시민들이 야간에도 밝고, 멋스럽고, 아름다운 아트플랫폼의 경관을 볼 수 있도록 한다는 목표다.

이 외에 B동 전시장 출입문 확장과 전시장 내부 벽체 등을 개선한다. 중앙광장에는 유리를 활용한 ‘개방 전시장’도 신설해 경관뿐 아니라 시민들이 편안한 마음으로 예술작품을 접할 수 있도록 한다는 목표다. 여기에 아티스트들이 시민과 예술로 소통하는 실험적 시도를 통해 새로운 창작 영감을 얻고, 시민들은 예술창작활동에 자연스럽게 참여할 수 있는 ‘개방형 레지던스’를 운영하는 등 다양한 참여형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 음악자료관 등으로 활용할 계획인 옛 동인천등기소.
# 오래된 공간을 품은 ‘개항문화플랫폼’으로 확장

개항장 일대는 역사·문화자원의 관리·보호와 문화환경 조성을 위해 2010년 개항문화지구로 지정된 후 아트플랫폼 주변에 민관을 중심으로 크고 작은 문화공간이 형성돼 가고 있다. 이에 따라 개항장 일대 근대건축물의 문화적 재활용 필요성도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시는 이를 위해 2009년 아트플랫폼, 2013년 국내 최초 공공 문학관인 한국근대문학관과 인천문화재단 등이 위치한 근대건축물을 매입해 입주하는 등 개항장 일대가 인천의 역사와 가치를 투영한 문화공간으로 변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민선6기 이후 지속적으로 개항장 일대를 확대하고 있다.

시는 현재 비어 있는 옛 동인천등기소 등 개항장 일대 매입 가능한 건축물을 매입하기 위해 관계 기관과 협의하는 등 지역의 역사·문화자원 확보를 추진 중이다.

▲ 강의와 콘서트가 합쳐진 렉처콘서트에 참여한 시민들이 초청 강사의 강연을 듣고 있다.
특히 옛 동인천등기소 부지는 일제강점기 때 일제 자본에 맞서기 위해 민족 자본으로 설립된 우리나라 최초 민족자본은행의 첫 지점인 ‘대한천일은행 인천지점(1899)’ 부지다. 1920년 건물이 건립돼 인천해무청 청사, 대한해운동사 인천지점, 조양상선 사옥으로 사용되다가 1989년 철거돼 현재의 동인천등기소가 들어섰다.

시는 옛 동인천등기소 매입을 통해 시민이 활용할 수 있는 음악감상실 및 음악자료관 등 시민공간과 인천문화재단 사무실 등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현재 인천문화재단이 입주해 활용하고 있는 사무실은 한국근대문학관의 전시실로 확대할 계획이다.

개항장 일대에는 일제강점기 당시 우리의 자원을 수탈해 가기 위한 일본은행과 보험회사 약 20곳이 집중돼 있다. 현재도 일본은행 건물은 외형이 보존되고 있으나 유일했던 민족자본은행 건물은 사라지고 없다. 비록 건물은 사라졌으나 일제에 항거한 민족정신을 담고 있는 상징 부지로, 시는 이 부지를 매입해 표지석 설치 등 인천의 역사성과 가치를 공간에 투영한다는 방침이다.

# ‘북(Book)’과 ‘뮤직(Music)’으로 개항장을 연결하다

시와 인천문화재단은 건물 매입 후 과거 인천우체국 전화과로 운영됐던 현 문화재단 청사 건물을 한국근대문학관 전시실로 사용할 계획이다. 문화재단 사무공간으로 사용하고 있는 1∼2층(368.42㎡)을 기획전시실로 사용하고, 현 근대문학관을 전면 재편성해 상설전시실, 문학아카이브, 문학 커뮤니티공간, 강좌 및 시 낭송회 등 시민이 문학을 가까이 할 수 있는 공간으로 새롭게 배치한다는 목표다.

▲ 전통문화공연을 보기 위해 모인 인파로 아트플랫폼 일대가 북적이고 있다.
이는 시에 국립한국문학관을 유치하기 위해 지난 한 해 동안 지역 문학인과 함께 노력한 결과의 반영이기도 하다. 전시와 수장공간의 추가 확보를 통해 면적이 1천㎡ 이상인 국립문학관 지정요건을 충족할 계획이며, 이를 통해 한국근대문학관의 국립문학관 추진을 지속적으로 문화체육관광부에 건의한다는 방침이다.

개항장 일대인 신포동은 광복 이후인 1950~60년대 미군 등 외국 군대들이 주둔하면서 재즈·블루스·스탠더드 팝송과 같은 음악을 주로 다루는 클럽들이 즐비했다. 이 같은 영향으로 송창식, 키보이스 김홍탁과 같은 인천의 대중음악인들이 성장한 역사성을 갖고 있다. 시는 이러한 역사성을 배경으로 옛 동인천등기소 건물에는 시민과 공유하는 인천음악관과 음악감상실 등을 조성해 인천내항 1부두 내 개항창조도시 사업과 연계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시는 2020년까지 단계적으로 총예산 대비 문화예술예산 3% 확보를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고 공격적인 국비 확보, 기부문화 확산 등을 통해 다양한 재원 확보에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시 관계자는 "문화주권 사업이 선언적인 의미만으로도 시민과 지역 문화계에 희망을 안겨 줄 수 있었을 것이다"라며 "그 희망이 현실로 실현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병기 기자 rove0524@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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