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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겸 시인
최근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들의 범죄 행위로 피해를 당하는 억울한 사람들이 있다는 소식이 언론을 통해 노출될 때마다 마음이 무겁고 어두워진다. 정신질환자들을 잠재적 범죄자로 보는 편견에 대해 안타까운 마음도 있지만 지난 4월 21일 정신질환을 앓고 있던 60대 남성이 서울 성북구의 한 공원에서 아기를 안고 있던 여성을 빈 소주병으로 가격한 묻지마 폭력 사건은 즐겁고 행복해야 할 나들이 길이 두려움의 공간으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특히, 얼마 전 인천에서 정신질환을 앓고 있던 10대 소녀가 초등학생을 유인 살해한 사건에 대하여는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에서는 그동안 무엇을 했는지 자괴감도 든다. 정신질환 병력이 있는 환자들의 범행에 죄 없는 시민들만 희생됐다는 것이다.

 그때마다 정부당국에서 내 놓는 대책은 고작 정신질환자들을 격리 치료시키겠다거나 정신질환자의 범죄의 경우 국가 명령에 따라 치료명령제를 도입한다는 의례적인 ‘사후약방문’ 대책을 내놓으며 넘어갔다. 뿐만 아니라 입원해 있는 환자들은 해당 병원에서 알아서 관리하라며 책임을 슬그머니 떠넘기고 있다.

 정신질환자의 범죄는 2013년 3천400여 건 되던 범죄가 2015년에는 4천여 건으로 급상승하고 있는 추세다. 최근 5년간 정신질환자들의 살인사고도 연평균 69건으로 여기에 희생된 사망자만 해도 약 348명이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신질환자의 범죄가 증가세를 보이며 강력 범죄로 진화되고 있는 것은 관리 및 치료 시스템 부재, 인권상의 문제, 예산상의 문제로 불특정 다수의 시민들만 피해를 입는 것이다.

 오는 5월 30일부터는 정신보건법이 전부 개정돼 ‘정신건강 증진 및 정신질환자 복지서비스 지원에 관한 법률’로 시행된다. 가장 주목해야 할 부분은 비(非) 자의 입원의 경우 최초 입원 시 2주 내 2명 이상 전문의들의 일치된 소견이 있어야만 3개월까지 입원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보건 당국에서는 환자의 인권을 위한 탈원화 정책이라 하지만 이는 국민기초생활보장법상 정부에서 지원해주는 수급대상 환자에 대한 낮은 의료비를 더욱 쥐어짜서 입원비 예산을 줄이려는 꼼수라고 생각한다. 이렇게 될 경우 경기도를 기준으로 볼 때 20개의 정신병원 입원환자 중 약 30%인 약 4천500여 명의 정신질환 환자가 가정이나 사회로 복귀하게 된다. 그러나 정부 및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이들의 진료와 치료를 담당할 지역사회의 의료 인프라인 지역정신보건센터와 재활시설, 주거형 사회복귀시설 등이 턱없이 부족함에도 대책이 없다는 것이다.

 사실, 정신질환자 관리는 정신보건법상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책임을 져야 함에도 국립정신병원은 전국적으로 볼 때 5곳밖에 안 되며 대부분 정신질환자의 관리는 지방자치단체나 민간정신병원에서 관리를 맡고 있는 형편이다. 지방자치단체의 경우 서울시는 직영병원 한 곳과 시립 의료원 및 민간위탁 4개 병원 등 5개 병원을 운영하고 있다.

 경기도의 경우에는 입원 시설을 갖춘 병원은 의료법인 용인병원유지재단에 위탁 운영 중인 230병상 규모의 ‘경기도립정신병원’이 유일하며 이마저도 수탁 받은 용인병원유지재단에서는 건물의 노후화로 인한 안전상의 문제와 시설의 낙후로 인한 환자의 인권 문제 그리고 위·수탁 협약 내용 중 여러 가지 불합리한 환경적 요소로 위·수탁 해지를 공식적으로 요구하는 등 반납 의사를 표명하고 있다.

 당장, 6월 1일부터 병원이나 시설에 입원해 있던 정신질환자들 상당수가 일선 생활 현장으로 복귀할 것이다. 정신질환자는 살인죄를 저질러도 대개가 무죄이거나 감형 판결을 받는다.

 피해자나 유족의 입장에서는 하늘이 무너져 내리는 아픔을 느낄 것이다. 그렇다면 이렇게 피해를 입은 선량한 국민들은 사람 목숨의 길고 짧음은 하늘에 달려 있다는 ‘인명재천(人命在天)’ 이라는 말과 같이 자기의 운명을 탓해야만 하는 것인지 너무 억울할 뿐이다. 정부 당국 및 각 지방자치단체의 철저한 대책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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