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서평, 천천히 평온하게
78분/다큐멘터리/전체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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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서 ‘작은 예수’라 불렸던 서서평(Elisabeth Johanna Shepping·1880∼1934)선교사의 일생을 그린 다큐멘터리 작품이다.

 독일계 미국인으로 원래 이름은 쉐핑, 한국명은 서서평인 그녀는 복음에 대한 열정 하나로 한국에 와 일생을 마감한 선교사이다.

 1912년 미국에서 조선으로 파견된 서서평은 일제의 수탈이 극심했던 호남 지역 일대의 나병 환자들을 헌신적으로 돌보며 선교활동을 시작한 인물이다. 1923년에는 조선간호부회를 만들었으나 일제의 방해로 국제간호사협의회 등록이 좌절되자 1929년 직접 미국을 방문해 국제간호협의회에 참석해 현 대한간호협회의 전신을 탄생시켰다.

 또 "조선의 여성들은 남편의 노예입니다. 이 세상에서 조선의 여성보다 인내심 많고 할 일 많은 여성들은 없습니다"라고 말할 정도로, 일제강점기에 여성 권익 신장을 위해서도 많은 운동을 펼쳤다.

 대표적인 업적으로는 한일장신대학교의 전신인 학교를 설립한 것이다. 이 밖에도 부인조력회·여전도회연합회 등을 창설한 서서평의 활약은 미국에까지 전해지며 미국 장로교가 선정한 가장 위대한 선교사 7인에 선정됐다.

 서서평은 ‘조선인처럼’이 아니라 ‘진짜 조선인으로’ 살다 세상을 떠난 선교자이자 간호사·교육자였다. 평생을 보리밥과 된장국을 먹었고, 검정고무신을 신었으며, 무명한복을 입고 다니며 과부와 소녀들을 가르쳤기 때문이다. 서서평 선교사에 대한 자료가 많지 않아 오랜 조사 끝에 그녀가 숨긴 아픈 과거도 이 영화에서 처음으로 소개된다.

 "54세의 나이로 숨을 거둘 때 그녀에게 남은 것은 담요 반 장, 강냉이가루 두 홉, 동전 일곱 개가 전부였다"는 내레이션을 통해 ‘종교란 무엇인지’에 대해 곱씹어 볼 수 있는 의미 있는 메시지까지 전한다.

 과로와 영양실조로 고생하다 "천국에서 만납시다"라는 말을 남기고 세상을 뜨며 시신마저 연구를 위한 해부용으로 써 달라며 기증한 그녀의 좌우명도 영화에서 나온다. ‘성공이 아니라 섬김(NOT SUCCESS BUT SERVICE)’이라는 메시지는 관객들에게 또 한 번의 큰 울림을 준다.

 출연 배우는 단출하다. 서서평 역은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연기를 전공한 신인 배우 윤안나가 맡았다. 서서평 선교사처럼 독일어와 영어·한국어를 능숙하게 구사하는 데다 이목구비가 뚜렷한 미모 등을 빼닮아 캐스팅됐다는 후문이다. 내레이션은 익숙한 목소리이다. 바로 배우 하정우가 내레이션을 맡아 78분 내내 등장해 눈길을 끈다.

  김경일 기자 kik@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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