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 부평구 부평동 655번지 일원 부평4구역 골목은 빨간색 깃발로 물들어 있었다. 골목마다 족히 수백 개 정도의 깃발이 펄럭였다.

지난주 이곳을 찾은 기자가 지나가는 주민에게 "저것이 뭐냐"고 물어봤다. 이곳 뉴스테이 사업을 반대하는 주민들이 내건 깃발이라고 귀띔했다. 주민들이 조합에 반대 의사를 내비치며 자발적으로 빨간색 깃발을 집 밖에 걸어 뒀다는 것이다.

부평4구역(인천시 부평구 부평동 655)의 골목 곳곳에 설치돼 있는 빨간 깃발의 모습.

 부평4구역은 주민들 간에 뉴스테이 사업을 둘러싼 갈등이 다른 지역에 비해 심각하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었다. 얼마 전에는 "개발을 무산시키려고 빨간 깃발을 무작정 내거는 것은 문제가 있다. 언제 다시 올지 모르는 좋은 기회를 놓치게 된다. 군중심리에 휩쓸리지 말고 현명한 결정을 하시길 바란다"는 내용의 A4용지 한 장 분량의 종이가 수백 장 뿌려지기도 했다. 뉴스테이 반대 문구가 적힌 현수막 또한 골목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곳이 부평4구역이다.

 그러나 주민들은 그동안 살아온 터전을 떠나지 않겠다는 마음은 한결같았다.

 한 주민은 자필로 적은 편지를 건네주며 "이곳 주민들 마음을 잘 헤아려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편지에는 차량 증가로 인한 교통 혼잡이나 공해를 우려하는 내용과 함께 "이곳 주민 대다수는 나이 드신 분들로 집에서 나오는 얼마의 임대수익으로 생활하며 의료비 등을 충당하고 있다. 아파트 관리비 몇 십만 원을 내면서 복지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게 될까 걱정"이라고 적혀 있었다.

 또 바뀐 환경을 감당하지 못해 정든 곳을 떠나야 하는 상황도 우려했다.

 주민 황연자(61·여·가명)씨는 "남아 있는 어르신들은 수십 년을 여기서 살아온 데다 우리도 지하철역·학교·병원 등 좋은 여건을 갖춘 이곳을 떠나고 싶지 않다"며 "뉴스테이 아파트가 들어서든 재개발이 이뤄지든 주민들이 이곳에서 계속 살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 주는 것이 가장 큰 바람이다"라고 말했다.

# 김형규 재개발사업 조합장 찬성

 "뉴스테이 연계사업이야말로 불안정한 부동산시장에서 안정적으로 재개발을 이끌어 갈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식이라고 생각합니다."

 부평4구역은 현재 건물 노후는 물론 좁고 가파른 골목으로 소방차 진입이 어려워 안전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김형규 부평4구역 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장은 "2005년 안전문제로 인명사고가 나면서 주민 거주환경 개선과 안전 확보를 위해 재개발이 추진됐다"며 "교통 여건이나 의료 여건이 뛰어난 것에 비해 유독 주거 문제에서만 주민들의 환경이 낙후돼 있어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조합이 이곳 재개발 방식으로 뉴스테이 연계사업을 선택한 이유는 단연 ‘사업의 안정성’이다. 주민들은 이 구역 시공을 맡았던 대우·현대 등 국내 굴지의 건설사들마저 부동산 침체와 1천 가구에 이르는 일반분양에 부담을 느끼고 발을 빼는 것을 지켜봐 왔다. 청천2구역 등 인근 재개발구역의 뉴스테이 도전을 보며 "2~3년 단위로 요동치는 부동산시장에서 안정적으로 재개발을 이끌어 갈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 것도 이 때문이다.

 김 조합장은 "뉴스테이의 경우 미분양 리스크로 인한 추가 분담금 우려도 없고, 용적률이 273%에서 최대 330% 수준으로 상향돼 사업성이 더 높아진다"며 "2012~2014년 구청에서 통지한 개별추정분담금 비례율은 81%였지만 뉴스테이로 가게 되면 인천시와 국토교통부가 기본적으로 내 땅값(100%) 이상은 맞춰 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조합은 일부에서 우려하는 인근 공동묘지 문제, 협소한 도로로 인한 교통난 등도 입주가 시작될 즈음에는 해결될 것으로 내다봤다.

 김 조합장은 "2021년께면 가족공원 조성사업이 마무리돼 미관상 문제가 없을 것"이라며 "교통난도 당초 왕복 4차로이던 도로가 주차된 차들 때문에 2차로로 줄어 발생한 것이지만 재개발과 함께 지하에 주차공간이 완비되는 등 주차난이 해소된다면 길가에 차를 세울 필요도 없다"고 말했다.

 이제 조합은 건축심의, 정비계획 변경 등의 절차를 거쳐 9월께면 감정평가를 진행할 것으로 보고 있다. 모든 절차는 관련법과 규정 등을 준수하며 진행한다는 게 조합 측의 설명이다.

 김 조합장은 "아직 확실한 데이터가 나오지 않아 주민들이 이런저런 소문에 불안해 하지만 정확히 감정평가 등을 거치고 나면 반대하던 주민들도 많이 지지해 줄 것으로 본다"며 "주민 대부분이 재개발을 열망하는 상황에서 의견이 다른 분들도 잘 설득해 무사히 사업을 마무리하고자 한다"고 다짐했다.

# 조합원 A씨 우려 목소리 반대

 "지금까지 여러 문제가 우려되는 상황에서 조합은 제대로 된 주민 설명회도 없이 뉴스테이 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누구를 위한 뉴스테이 사업입니까?"

 부평4구역에는 자신들의 재산가치를 지키고자 하는 내재산지킴이들이 있다. 이들은 조합 측이 제시한 자료와 구청에서 공개한 문서 등 다양한 자료를 열람하며 사업 진행 타당성을 검토 중이다.

 조합원 A씨는 지지부진한 재개발을 재개시키는 의미의 뉴스테이 사업을 위해 과다하게 추가 비용을 지출해야 하는 문제부터 지적했다.

 그는 "회계 자료에 따르면 조합 설립 후 2015년 뉴스테이를 신청하기까지 조합에서 사용한 돈이 75억 원이다"라며 "10여 년간 재개발이 진행되지 않는 동안에도 이를 위한 매몰 비용은 계속 투입됐는데 뉴스테이로 전환하면서 80억여 원의 돈을 더 쓴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뉴스테이 사업을 주민 대부분이 찬성하는 것도 아니라는 의견이다. 부평4구역의 경우 주민 80%가 개인 단독주택 소유자이고, 나머지는 공동주택 소유자이다.

 A씨는 "조합은 개인 주택 소유자들의 의사를 무시하고 머릿수가 많다는 이유로 공동주택 소유자의 의사에만 따른다"며 "정비계획을 변경하려면 주민설명회, 구의회 의견 청취, 시의회 도시계획위원회 심의 등의 절차를 거쳐야 하지만 조합은 제대로 된 주민설명회를 단 한 번도 열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지난 2월 조합 측에서 준비했다는 설명회도 주민 의견 청취 없이 15분여간의 PPT 발표로 끝내려 했다는 것이다.

 인근 학교 일조권 침해, 공동묘지 조망권, 주민 재산가치 하락, 대단지 아파트 입주로 인한 교통난 역시 우려되는 부분이다.

 A씨는 "26층 이상에서는 공동묘지와 화장터가 보인다는 이유로 집을 북동 방향으로 짓는다는데 이게 분양이 되겠느냐"며 "또 부일여중은 지금도 겨울이면 인근 주택에 햇빛이 가려 일부 운동장에 얼음이 안 녹는데 바로 옆에 40층 짜리 아파트가 들어오면 어떻겠느냐"고 반문했다. 이미 지역 학부모 934명은 이를 우려하는 서명운동을 진행해 구와 시교육청 등에 제출한 상태다.

 가장 우려되는 부분은 재산가치 하락이다. A씨가 조합 총회 책자에 나온 정보를 토대로 3.3㎡당 가격을 환산한 결과, 부평4구역은 평균 832만 원 수준이다. 주변 아파트 시세(1천500만 원)의 절반 수준이다. A씨는 "조합원의 재산가치를 지키기 위해 조합이 책임감을 갖고 일해야 하지만 이것이 지켜지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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