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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재용 변호사
엊그제 토요일, 서울 광화문 촛불 집회에 참석했다.

 공식적으로는 이번이 제23차 촛불 집회이고, 이제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있어 마지막이라고 했다. 그리고 저녁 7시 본대회가 열리고 촛불을 켰다. 그리고 흔들었다. "세월호 진상규명, 사드 가고 평화 오라."

 이번 제23차 촛불 집회에서도 외칠 것이 많았다.

 박근혜 전 대통령을 탄핵해 권좌에서 물러나게 하고 감옥에 가두어 재판에 부친 것만으로는 아직 해결되지 않은 것이 많은 것이다.

 세월호 진상규명, 사드배치 철회와 한반도 평화 정착, 최저임금 1만 원 보장, 비정규직 철폐, 비리재벌 총수 구속, 백남기 농민 국가폭력 책임자 처벌 등 그 수가 끝이 없었다.

 물론, 5월 9일 제19대 대통령 선거야말로 지난 4개월 동안 20여 차례에 걸쳐 1천600만 명이 참가한 촛불집회의 가장 큰 성과라고 할 것이다.

 그래서 무엇보다 이번 대통령 선거에서는 지난 박근혜 정권이 저지른 악폐를 철저히 파헤치고 심판할 민주 정부가 들어서야 할 것이다.

 광화문 광장에 서니 지난 몇 달 전 "이게 나라냐"하고 외쳤던 함성이 바로 옆에서 들리는 듯했다.

 물론 제23차 촛불 집회의 주제는 ‘촛불 민심을 들어라’였고, 참가한 많은 사람들이 이번 대통령 선거 후보들을 향해 "똑바로 들어라" 라고 외치고 있었다.

 외국에서는 이번 한국의 촛불집회를 세계 사상 유례 없는 일이라고 한다. 무엇보다 추운 겨울 바람을 무릅쓰고 4개월 동안 매주 토요일 광화문 광장에 수십만, 수백만 명이 모여 촛불을 들고 박근혜 대통령 탄핵을 외치고 결국 권좌에서 끌어내린 것은 한마디로 비폭력 저항이요, 촛불시민혁명이라고 한다.

 그렇다. 지난 4개월 동안의 촛불집회는 촛불시민혁명이라 해야 할 정도의 국민 저항권 행사였고, 또 박근혜 대통령을 탄핵해 처벌한 성공한 시민혁명이었다. 그 시민혁명 광장인 광화문 광장에 다시 서니 지난 수개월 동안 마주쳤던 촛불 시민들의 얼굴이 스쳐갔다.

 그러나, 아직 촛불의 외침은 끝나지 않았다. 엊그제 제23차 본대회에서도 얼마 전 사망한 tvn 드라마 혼술남녀의 신입 조연출 이한빛 님의 어머니가 나와 아들의 억울함을 호소했다. 그동안 우리가 알지 못했던 드라마 촬영 현장의 초고강도 노동 환경과 과도한 업무 등을 더 이상 견디지 못하고 생을 마감한 것이니, 이는 사회적 죽음이요, 우리가 고쳐야 할 적폐인 것이다. 이뿐이랴, 우리 사회 곳곳에는 수십 년간 쌓인 적폐들이 있다. 70년 전 일제에서 해방된 이후 친일 청산을 제대로 하지 못해 사회 곳곳에 켜켜이 쌓인 친일 적폐는 물론, 이번 사드 배치 강행과 미국 대통령 트럼프의 사드 운영비 10억 달러(1조 1천억 원) 요구에서 보듯이, 우리 대한민국을 우방으로서가 아니라 무기 판매 대상으로 보는 미국의 실상을 보고도, 그저 미국의 말이라면 예, 예 하는 숭미 사대주의 적폐 또한 심각하다 하지 않을 수 없다.

 대선이 며칠 남지 않은 시점에 미국의 사드 배치 강행을 허락한 황교안 총리는 어느 나라 총리란 말인가.

 촛불, 이는 어둠을 밝혀 진실을 찾는 과정이다. 또한 수십 년간 쌓인 적폐를 드러내어 불태워버리는 청산의 과정이다. 그리고, 나와 너의 얼굴을 비춰 서로를 확인하고 협력을 다짐하는 연대의 과정이고, 서로 어깨 동무하고 새로운 길을 찾아나서는 희망의 과정이다. 그래서, 아직 촛불은 끝나지 않았다. 저 케케묵은 먼지를 털어 버릴 때까지는 촛불을 계속 들어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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