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조가 초여름에 남방 원정을 나섰을 때였다. 날씨는 무더웠고 강물도 말라붙어 행군하는 병사들이 식수로 고통을 겪고 있었다. 이때 조조가 꾀를 내서 말채찍을 들어 전방을 가리키며 "저 앞쪽 산 너머에 매실 숲이 있다. 새콤하고 맛이 있으니 잠시 참아라" 하고 소리쳤다. 병사들은 신 매실을 생각하니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입안에 침이 고여 극심한 갈증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이 고사는 조조가 이렇듯 거짓말을 밥 먹듯이 했다고 비난하는 사례로 인용되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위기를 극복하는 발군의 리더십으로도 회자된다. 조조가 비난받을 일인지 아니면 발군의 임기응변으로 칭찬받을 일인지는 생각하기 나름이겠으나 분명한 점은 지도자의 역할이 무엇인지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물론 거짓말을 하는 것은 옳지 않다. 그 거짓이 피해자를 만든다면 그건 범죄나 다름없다. 하지만 선의의 거짓말로 위기에 처한 많은 사람을 구할 수 있다면 마땅히 해야 할 일이다. 대선 정국에서 누가 거짓말을 하는지 가려내는 일도 중요하겠지만 그 거짓말이 선의인지 피해자가 있는지도 곰곰 되씹어봐야 할 일이 아닐까. <삼국지리더십 연구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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