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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기범 아나운서
5월은 별명이 많습니다. 계절의 여왕, 장미의 달, 그리고 어린이날 어버이날 성년의날 부부의날이 있는 가정의 달 등등. 5월의 첫날, 제가 맡고 있는 경인방송(FM 90.7 MHz)의 프로그램 ‘원기범의 별빛라디오 (매일 밤 10:00-12:00)’ 에서는 ‘나에게 5월은 네모(□)이다’를 주제로 사연과 신청곡을 받았습니다. 많은 애청자들의 사연 속에 유독 눈에 띄는 것이 있었습니다. "나에게 5월은 가족들과 꼭 함께 식사 한 끼 하고픈 달입니다" 같이 살아도 각자의 생활이 너무나 바쁜 나머지 가족들이 다 함께 모여 식사하는 것이 쉽지 않은 가정인 듯했습니다. 어디 이 가정 하나뿐이겠습니까? 그런가 하면 "5월은 돈 많이 쓰는 달, 하지만 보람 있는 달", "나에게 5월은 가족들에게 더 가까이 가는 달이다", "나에게 5월은 한층 더 성숙해지는 달입니다. 왜냐하면 양가의 가족들과 많이 접하게 되면서 아무래도 이런저런 불편함 속에 ‘새로운 삶의 지혜’를 깨닫게 되기 때문입니다" 등의 애청자 사연도 기억에 남습니다.

5월 하면, 역시 가정의 달이라는 생각이 가장 많이 연상되는 것 같습니다. 저의 친한 친구 하나는 틈날 때마다 ‘가정(가족)이야말로 이 세상에서 가장 의미 있고 가치 있는 존재’라고 역설합니다. 가정은 사회의 가장 작은 공동체로, 한 국가의 건강도를 살펴볼 수 있는 바로미터가 된다고 합니다. ‘세계 행복 보고서 2016’에 따르면 덴마크는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입니다. 조사대상 157개국 가운데 행복지수 1위입니다. 이유가 흥미롭습니다. 사회 안전망이 튼튼하기 때문에 교육·의료·일자리를 걱정하지 않아도 되고, 일과 가정이 균형을 이뤄 가족 관계도 단단하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같은 조사에서 우리나라는 58위에 그쳤습니다. 개인의 가족 관계와 상태가 그 나라 전체의 행복의 점수를 판가름 짓는 요소가 된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가족과의 유대 관계를 더욱 단단하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혈연으로 이어진 사람들일수록 관계에 소홀히 하는 경우가 참으로 많습니다. 철학자 쇼펜하우어가 역설한 ‘고슴도치 딜레마’입니다. 제가 강연할 때마다 강조하는 내용입니다. 사람은 일반적으로 가까운 사람에게 일수록 ‘내 마음 알겠지’라는 섣부른 생각에 더 함부로 언행을 하기 때문에 오랫동안 반복적으로 상처를 주고받게 되고, 나중에는 돌이킬 수 없는 파국의 길로 접어들게 되기도 합니다. 그래서 가족 사이에는 반드시 정중어법이 필요합니다. 어느 잡지에서 조직 내 호감형 인간의 조건을 ‘경청하는 사람’, ‘예의가 바른 사람’, ‘긍정적인 사람’을 꼽은 것을 보았습니다. 반면 비호감형 인간은 ‘감정을 그대로 표출하는 사람’, ‘칭찬에 인색한 사람’, ‘입만 열면 자기 자랑하는 사람’이라고 합니다. 이것은 비단 사회생활에만 해당되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오히려 가족끼리 더 잘 지켜야 하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경청’, ‘예의’, ‘긍정’ 가족 모두를 더 행복하게 만드는 단어들입니다. 5월의 첫날, 한 애청자가 꼭 방송해달라며 보내주신 이해인 시인의 ‘5월의 편지’를 소개합니다. 사랑과 기쁨 가득한 새 달 되시기를 소망합니다.

 ‘해 아래 눈부신 5월의 나무처럼/ 오늘도 키가 크고 마음이 크는 푸른 아이들아/ 이름을 부르는 순간부터/ 우리 마음 밭에 희망의 씨를 뿌리며/ 환히 웃어 주는 내일의 푸른 시인들아/ 너희가 기쁠 때엔 우리도 기쁘고/ 너희가 슬플 때엔 우리도 슬프단다/ 너희가 꿈을 꿀 땐 우리도 꿈을 꾸고/ 너희가 방황할 땐 우리도 길을 잃는단다/ 가끔은 세상이 원망스럽고 어른들이 미울 때라도/ 너희는 결코 어둠 속으로 자신을 내던지지 말고/ 밝고, 지혜롭고, 꿋꿋하게 일어서 다오/ 어리지만 든든한 우리의 길잡이가 되어 다오/ 한 번뿐인 삶, 한 번뿐인 젊음을 열심히 뛰자/ 아직 조금 시간이 있는 동안/ 우리는 서로의 마음에 하늘빛 창을 달자/ 너희를 사랑하는 우리 마음에도/ 더 깊게, 더 푸르게 5월의 풀물이 드는 거/ 너희는 알고 있니?/ 정말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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