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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하게 누리는 당연한 것들도 돌아보면 누군가의 노력과 수고로 이뤄져 있다. 오늘 소개하는 영화 ‘서프러제트’는 여권 신장과 여성의 참정권에 대한 투쟁을 담은 작품으로, 불과 100년 전의 과거를 그리고 있다. 전 세계 인구의 절반을 차지하는 여성의 삶이 오늘날처럼 자유로워지고 주체적일 수 있는 데는 그것이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지지 않던 시기에 부당함에 맞선 용기가 얻어낸 성취이다. 시대의 억압과 부조리를 이겨낸 평범한 사람들의 소중한 이야기를 만나 보자.

세탁공장에서 일하는 24세의 모드 와츠는 옷을 빨고, 깃을 세우고, 레이스를 다리는 일에 이골이 나 있다. 세탁공장에서 일하는 여공의 배 속에서 태어난 그녀는 4세 때 산업재해로 엄마를 잃고, 7세의 어린 나이에 일터로 내몰렸다. 독성이 있는 화학약품과 화상의 위험 그리고 엄청난 노동에 시달리면서도 그녀에게는 다른 선택이 없었다. 어머니의 삶이 그랬던 것처럼 그녀 또한 아무런 희망이 없는 하루하루를 견뎌야 했다.

여느 날과 다름없던 오후, 그녀는 여성의 투표권을 주장하며 무력시위에 나선 여성 참정권 운동 단체인 ‘서프러제트’를 목격하게 된다. 투표를 통한 여성의 사회 참여가 더 나은 미래를 열어 줄 거라는 그들의 목소리에 와츠는 단 한 번도 생각해 본 적 없었던 자신의 삶을 되돌아본다. 거대한 이상과 영웅적 도취심이 아닌 평범한 여성들이 보여 준 열정과 믿음에 감화돼 와츠도 ‘서프러제트’에 합류한다.

하지만 편견의 장벽은 그녀가 생각했던 것보다 높았다. 당시 사회가 추구했던 여성의 미덕은 순종이었다. 그러나 운동에 참여하며 그 기준에서 벗어나기 시작한 와츠에 대해 다정했던 이웃은 야유했고, 따뜻했던 남편마저 등을 돌렸다. 익숙한 삶에 젖어 변화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사람들의 외면 속에 ‘서프러제트’가 꿈꾸는 더 나은 삶에 대한 희망은 후퇴하듯 멀어지고 있었다.

20세기 초, 영국 여성들은 가정과 사회에서 많은 역할을 담당해야 했다. 가사와 보육의 책임은 물론이고 생계를 위해 고된 노동에도 시달려야 했다. 하지만 이런 여성들에게 그에 걸맞은 지위나 권리는 없었다. 노동시간과 강도에 반비례하는 저임금에 시름했으며, 남성에게 종속된 하나의 소유물로 인식됐다.

그런 1903년, 여성운동가 팽크허스트와 그녀의 딸들은 ‘말보다는 행동’이라는 슬로건 아래 적극적인 여성단체 ‘서프러제트’를 결성한다. 여성의 참정권 운동으로 시작한 이 단체의 이름은 이후 여성인권운동가들을 상징하는 용어가 됐다. 이 단체의 흠결이라면 물리적 충돌도 서슴지 않았다는 점인데, 이들은 평화적이고 소극적인 방법으로는 폐쇄적인 당시의 인식을 바꾸기 어렵다고 판단해 그처럼 행동했다.

실화를 기반으로 하는 영화 ‘서프러제트’는 이들의 폭력적인 행동에 대해 두둔하거나 미화하지 않는다. 어떠한 가치판단도 보류한 채 이들이 처한 상황과 그들의 목소리를 평범한 노동자인 와츠의 시선으로 비추고 있다.

변화란 그것을 바라고 염원하는 사람에게 자연스레 주어지지 않는다. 변화의 핵심은 행동에 있다. 비록 그 결과가 반드시 희망적일 거라 담보할 수는 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변화의 시작은 새로움을 바라는 행동에서 출발한다. 며칠 앞으로 다가온 선거 참여도 변화를 이끌어내는 값진 행동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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